현대차, 신한·삼성·롯데·BC카드 협상 불발
유통업계, 비교적 잡음없이 카드사와 논의 중
업권별 온도차…카드민감도·소비패턴 차이에서 기인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카드사들이 연매출 500억원 넘는 대형가맹점과 수수료 인상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업계별 온도차가 점차 엇갈리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현대차의 강공에 막혀 일부 카드사 결제가 막히게 된 반면 사실상 카드 결재를 거부할 수 없는 유통업계에 대해서는 우위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10일 자동차와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5개 카드사(KB국민·현대·하나·NH농협·씨티카드)와 수수료 인상안에 대해 극적으로 협상에 성공했다.
하지만 신한·삼성·롯데·BC카드와는 아직 수수료 인상과 관련해 협상하지 못했다. 14일까지 유예기간을 뒀던 BC카드를 제외하고 내일부터 신한과 삼성카드, 롯데카드로는 현대차를 구입할 수 없게 됐다.
BC카드는 14일까지 유예기간을 뒀다. 만약 14일까지 협상에 이르지 못할 경우 BC카드도 사용이 불가능해진다. 이 경우 BC카드를 결제망으로 사용하는 우리카드도 사용이 막히게 된다.
현대차는 그동안 '카드계약 해지'란 강수를 둘 정도로 수수료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입장을 고수해왔다. 계약해지를 예고했던 10일에 극적으로 타결에 성공했지만, 카드 점유율 1~2위에 달하는 신한과 삼성카드를 이용할 수 없게 되면서 당분간 소비자 불편이 예상된다.
현대차는 수수료 협상 과정에서 이를 '자동차업계와 카드업계 대리전'으로 표현했다. 만약 카드사가 일방적인 인상안을 고수한다면 자동차업계 전체로 갈등이 번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셈이다.
반면 유통업계는 수수료 인상안에 대해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울상이다.
유통업계와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카드사가 대형마트에 요구한 수수료 인상분은 평균 0.14%로 알려졌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는 수수료가 인상될 경우 수백억원의 추가 지출 부담이 생긴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카드사에 밝힌 상황이다.
유통업계는 그러나 현대차와 같이 '계약해지' 강수를 두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카드사에 인상해야 하는 근거자료를 요구하고는 있지만 협상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업권별 수수료 협상의 온도차이는 '카드 민감도'와 '소비패턴' 차이로 분석된다.
카드 이용 비중이 높지 않은 자동차업계와 달리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는 카드결제가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자동차는 카드보다는 캐피탈이나 뱅크론 등을 이용해 구매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카드업계는 "자동차업계에서는 일부 카드 결제를 잠시 막는다고 하더라도 자동차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는 것 같다"면서 "(카드결제가 안되더라도) 아쉬울 것 없다는 입장이라 협상력에서 큰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에서는 최근 현금보다 카드이용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소액까지 카드를 이용할 정도로 카드이용 고객이 많은 상황에서 하루라도 카드사용이 막힌다면 매출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자동차는 새로 구입하기까지 많게는 수년이 소요되는 것과 달리, 마트 등 유통업게 이용 빈도는 일단위이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카드 민감도가 큰 유통업계는 대형가맹점이지만 카드사와 협상력에서 크게 우위에 있지 못한 상황이다.
두 업권은 카드 이벤트 수혜에서도 입장이 다르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카드업계의 마케팅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반면 마트는 카드 할인 이벤트 등에 민감한 편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고객이 카드사 마케팅 때문에 선택 차종을 바꾸거나 브랜드를 바꾸는 사례를 들어본 적 없다"면서 "오히려 카드사들이 건당 최대 수천만원까지 매출을 올랄 수 있는 자동차고객을 유치하려고 자체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사 매출증대를 위한 마케팅 비용을 자동차사가 부담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했다.
물론 대형마트도 과거에는 카드 가맹계약을 해지할 정도로 강력 반발한 적 있다. 지난 2004년 이마트는 BC카드가 수수료율을 올리겠다고 통보하자 이에 반발해 계약을 해지했다. 당시 이마트에서 BC카드를 이용할 수 없어 소비자 불만이 폭주했고 결국 BC카드는 수수료율을 조정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10여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하락하는 영업이익을 만회하기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인데 이전처럼 가맹계약을 해지했다간 소비자가 발길을 돌려 매출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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