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노프 대사 "핵 군비 경쟁, 승자는 없다"
"내년 NPT 회의서 비핵국가 반발 이어질 것"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세계 군축협정이 위기에 처했다"며"미국의 정치인과 장성들이 핵 갈등 문제에서 승리를 꿈꾸기 시작하며 생긴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양국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의무 중단으로 세계는 핵확산 위험에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4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안토노프 대사는 이날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스팀슨 센터에서 "군비통제뿐 아니라 전략적 안보 상황이 매우 나쁘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지난 2017년 8월 부임한 안토노프 대사는 미국에서 일어난 여러 러시아 추문에도 공식적인 발언을 아껴왔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같은 날 러시아가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의무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안토노프 대사는 "미국의 일부 정치인들과 군 관계자들, 혹은 또 다른 국가들이 핵 갈등 문제에서 승자가 될 가능성에 대해 점치고 있다는 점이 두렵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핵 군비 경쟁에서 승자는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미 지난달 1일 러시아의 9M729(신형 지상발사 순항미사일·나토명 SSC-8) 순항 미사일 개발과 배치를 이유로 들며 INF 이행중단을 선언했다. INF 조약을 이행하지 않는 러시아로 인해 이미 이 조약은 무의미해졌다는 것이다.
러시아마저 INF 조약에서 탈퇴할 경우 이들 두 국가의 군비를 제한할 조약은 2010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체결한 뉴스타트(New START) 핵무기 감축 협정뿐이다. 역시 2년 후인 2021년 종료되는 뉴스타트 조약에 러시아는 이미 연장 의지를 내비쳤다. 미국 측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안토노프 대사는 "러시아와 미국에 세계 핵탄두의 90% 이상이 존재한다"며 "두 국가가 군비협정에 관련된 조약을 파기시킬 경우 세계 핵 확산 위험은 더욱 고조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우리는 (INF 조약이 체결된) 1987년 이전으로 돌아가게 될 위험에 직면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미사일을 배치하게 될 것이다. 모든 유럽 국가들이 사정권에 들어올 것이다"고 말했다.
안토노프 대사는 "패자는 누구일까?"라고 되물으며 "러시아를 포함한 모든 유럽 국가다. 이는 우리가 직면하게 될 안보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다. 곧 이러한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내년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검토 회의에서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들에 의한 반란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970년 NPT가 체결될 당시 5개 핵보유국은(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점진적인 핵무기 감축을 약속하며 비핵국가에 대해 핵개발 금지를 요구했다.
안토노프 대사는 "다음 NPT 회의에 참가하고 싶지 않다. 이는 분명 재앙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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