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북한군이 개입했다면 80년 5월 광주에서 펼쳐졌던 '대동사회'는 어떻게 설명합니까"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으로 참여했던 박선재(62)씨는 20일 뉴시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참혹한 현실 앞에서도 광주시민들은 서로를 위로하고 각자 역할을 나눠 질서유지·생활안정에 힘썼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박씨는 극우논객 지만원씨를 비롯한 5·18민주화운동 역사 왜곡세력에 의해 북한군 특수부대 '광수 8호'로 지목됐다.
당시 23세였던 박씨는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학생들을 가르쳤다. 진압군이 물러간 5월21일 오후 고향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을 배웅하러 나갔다가 도청 앞 참혹한 상황을 목격했다"면서 "아픔을 함께하는 마음으로 자연스레 시민군에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군 경험은 없었지만 시민들이 자진 반납하는 무기를 거둬들이거나 도청을 경비하는 기동타격대에 무기를 지급하는 역할을 맡았다"면서 "엄격한 관리를 위해 총번을 기록으로 남겼고 지급한 총기에는 따로 표식을 남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무정부 상태에서도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음식과 물자를 나누고, 치안 질서를 유지했다"면서 "지씨 주장처럼 나를 비롯한 북한군 600명이 광주에 침투해 무장봉기한 것이라면 가능했겠느냐"고 주장했다.
박씨는 또 "진압군에 의해 고립된 광주에서 시민들이 보여준 시민의식은 놀라웠다"면서 "평범한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와 너 나 할 것 없이 앞장서 나눔과 연대를 실천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5월27일 최후항쟁 당일에는 도청 지하에 있던 총기·화약류를 안전하게 정리하느라 빠져나오지 못했다. 동 틀 무렵 진압군에 체포돼 2달간 조사를 받은 뒤 석방됐다"고 전했다.
박씨는 이후 군 복무를 마친 뒤 고향인 전남 나주에서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다.
박씨는 지난 2017년 10월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해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지만원씨의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박씨는 "재판 내내 지씨의 진술을 들으며 어안이 벙벙했다"면서 "당시 촬영한 사진 몇 장과 북한군 장성의 현재 사진을 대조하며 근거없는 주장만 늘어놓았다. 들을 가치도 없는 이야기들이었다"고 비판했다.
최근 불거진 5·18 폄훼·왜곡 논란에 대해서는 "참을 수 없는 만행이다"며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만원씨를 형사처벌하고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은 국회에서 퇴출해야만 5·18 역사 왜곡의 뿌리를 뽑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