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형, 신애리 벗고 김주영 새로 입다···'악녀 포에버'

기사등록 2019/02/03 07:54:00

김서형
김서형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김서형(46)의 전성기는 ‘아내의 유혹’(2008~2009) 때 끝난 줄 알았다. ‘신애리’ 캐릭터가 워낙 강렬해 악녀 이미지를 벗기가 쉽지 않으리라고 짐작했다.

 10년 만에 JTBC 금토극 ‘SKY캐슬’로 김서형은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또 다른 악녀인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이다. “자꾸 제2의 전성기라고 하는데 난 늘 전성기였다”며 새침한 표정을 지었다.

‘SKY캐슬’은 대한민국 상위 0.1%의 명문가 사모님들의 자녀교육을 풍자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첫 회 시청률 1%(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해 20%를 넘으며 화제 몰이했다.

‘SKY캐슬’ 인기의 일등 공신은 김서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주목에도 “난 늘 똑같다”며 “단지 인터뷰하는 매체수가 늘어난 것뿐이다. 광고는 찍으면 땡큐”라고 애써 담담한 척 했다.

알고 보면 김서형은 연기 경력 25년이 넘는 베테랑이다. 1994년 K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그래도 ‘연기의 맛’을 안 지는 얼마 안 됐다. 하면 할수록 모르는 게 연기라며 스스로 ‘답습하고 있지 않나?’ 묻곤 한다. 무엇보다 “에로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감독 봉만대·2003)로 데뷔해 ‘아내의 유혹’ 이후 10년 동안 쉰 줄 안다”면서 속상해했다.

“어떤 작품을 해도 (신애리를) 떨쳐내기 쉽지 않았다. 선한 역에 반기를 들면 단순히 악역이라고 하니까. 작품이 끝나면 항상 ‘이런 역 절대 안 하고 싶다’고 마음먹는데, 배우는 선택권이 없을 때가 많다. 악역이라고 하고 싶지 않지만, 그 동안 비슷한 캐릭터가 많이 들어왔다. 내가 못할까봐 거절한 적이 많다. 이번에도 ‘김주영’은 못하겠다고 했다. 또 하면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할 수도 있겠다’ 싶더라. 나만 겪는 아픔이 있지 않느냐.”
김서형은 소속사 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김동업 대표에게 “억지로 끌려간 면이 없지 않다”고 했다. 김 대표가 ‘자신의 촉을 믿어 봐라’고 달랬지만 반신반의했다. 첫 대본 연습에 갈 때만 해도 입이 반쯤 나와 있었다. 매니저에게 ‘힘들어서 당장 병원에 못가면 너희들을 괴롭힐 것’이라고 엄포도 놨다. 이내 ‘정말 못하겠다’ ‘병원비 감당 못한다’며 운 적도 여러 번이다.

“김서형 하면 ‘악역 전문 배우’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니지 않느냐. 태어날 때부터 ‘악역 할거야 응애’ 하면서 태어난 게 아니다. 뭘 해도 악역이 따라다녀서 반감 아닌 반감이 생겼다. 내가 작품을 선택하기보다 선택 받아야 되는 경우가 많다. 연기를 끊을 수 없으면 지혜로운 카리스마를 발휘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비슷한 악역이라도 ‘김서형이 하면 다르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10년 동안 작품을 했는데 ‘허투루 한 건 아니구나’ 생각했다.”

그 동안 ‘굿 와이프’(2016) ‘어셈블리’(2015) ‘개과천선’(2014)에서 변호사, 정치인, 검사 등 전문직 캐릭터를 연기한 경험이 도움됐다. 특히 선배 김정난(48)의 연기를 보고 자극 받았다. 극 초반 서울의대에 합격한 ‘영재’(송건희) 엄마 ‘이명주’(김정난)는 아들의 진심을 알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방송을 보고 ‘어쩜 이렇게 연기를 잘하지?’ 싶더란다. “배우들끼리 선의의 경쟁을 했다”고 돌아봤다.
김서형은 캐슬 안 네 엄마 ‘한서진’(염정아), ‘이수임’(이태란), ‘노승혜’(윤세아), ‘진진희’(오나라)와 올블랙 패션으로 차별화했다. 표정과 걷는 자세 하나하나까지 신경 썼다. ‘로봇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며 “걸을 때도 각을 잡고 걷고, 모퉁이를 돌 때도 몸을 확 돌렸다. 가방도 흔들리지 않게 걸었다. ‘김주영’ 사무실에서는 손도 거의 안 썼다”고 설명했다.

“‘올백 머리 하겠다’고 한 건 후회했다. 툭 치기만 해도 욕이 나올 정도로 머리가 아팠다. 차에서 매니저에게 ‘머리 좀 어떻게 해달라’고 만날 징징거렸다. 머리가 헝클어질까봐 편하게 눕지도 못했다. 초반에는 경비를 아낀다고 현장에 헤어, 메이크업 스태프도 안 데리고 다녔다. 시청률이 조금씩 나오고 인기를 끄니까 돈 좀 쓰면서 스태프 데리고 다녔다(웃음).”

하지만 중후반부로 갈수록 스트레스가 심해졌다. ‘‘김주영’이 ‘혜나’(김보라)를 죽였는지’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대본이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알 수 없어 부담감은 더욱 커졌다. “10~11회 때 ‘혜나’(김보라)를 들이고 멘붕이 왔다”면서 “감독님이 13회쯤 ‘김주영’의 과거가 드러날 거라고 했는데, 계속 안 나오더라. 딸 ‘케이’(조미녀)를 보러 가서 벤치에 앉아 우는 장면도 정말 어려웠다. ‘‘김주영’이 (혜나를) 살인했냐?’고 물으면 감독님이 정확히 얘기를 안 해줬기 때문”이다.

그래도 조현탁 PD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현장을 이끌어가는 선장으로서 배우들을 지혜롭게 잘 어루만졌다”며 “감독님이 믿음을 줘서 버텼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정확히 보는 사람은 ‘한서진’과 ‘김주영’ 그리고 ‘예서’ 뿐이었다. 종파티 때 감독님께 물어봤더니 다 의도한 거더라”며 고마워했다.

두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호흡이 척척 맞았다. 김서형이 준비한 연기를 선보이면, 조 PD는 말하지 않아도 의도를 파악했다. 김서형이 ‘무당 같다’고 할 정도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감독님을 보면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다”며 “‘내가 카메라를 이렇게 좋아했나’ 싶더라. 신나서 연기했다”며 좋아라했다.
김서형의 노력은 빛을 발했다. ‘김주영’은 머리부터 발 끝까지 화제를 모았다. ‘감수하시겠습니까’ ‘의심하고 또 의심해’ 등 수많은 유행어를 만들었고, 각종 패러디가 쏟아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비서 ‘조 선생’(이현진)이 내 영정사진을 들고 있는 합성사진을 보고 정말 많이 웃었다. 시청자들의 창의력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김서형은 ‘김주영’과 같은 듯 달라 보였다. 인터뷰 장소에 민낯으로 수수한 복장을 하고 나타났지만, 카리스마는 ‘김주영’ 버금갔다. 하지만 “‘김주영’은 내 머리 꼭대기 위에 있는 여자”라며 “내가 봐도 무섭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서형이 ‘SKY캐슬’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궁금했다. 아직 미혼이지만, 교육관은 누구보다 확고했다. “우리 부모님에게는 자식이지만, 반려견에겐 내가 부모다. 생명은 다 똑같으니까 교육법이 달라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도 난 억지로 뭘 시키면 반감을 갖는다. 10, 20대라고 다르지 않을 거다. 내가 이들보다 인생을 더 살았지만, 지금도 부모와 부딪힌다. 어렸을 때 부모와 관계, 기억 등이 영향을 끼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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