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본격화…한진家 조준
남양유업, 현대그린푸드에도 관심…지난해 저배당 중점 관리 종목으로 지정
"지속적으로 합리적인 배당정책 수립 요구할 것"
【서울=뉴시스】하종민 기자 =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를 본격적으로 선언한 가운데 한진 일가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각종 물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 만큼 조양호 회장 일가의 경영권이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국민연금은 한진그룹 외에도 남양유업, 현대그린푸드 등의 기업에도 배당과 관련한 주주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돼 업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1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이찬진 위원(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이 제기한 '대한항공, 한진칼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 안건'에 대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자전문위)에 전문적인 검토를 요청했다.
수탁자전문위는 기존 의결권전문위가 개편된 조직으로 국민연금의 주주활동 기준, 범위, 절차 등을 검토하고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박능후 장관은 "경영참여 주주권행사 결정을 수탁자책임 전문위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쪽으로 다수 의견이 나왔다"며 "주주권을 어떻게, 어떤 범위로 행사할 것인지에 대해 수탁자책임전문위의 판단을 기초로 하자는 의견이 제시돼 부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수탁자책임위에서 논의하려면 객관적인 자료가 많이 필요하다"며 "예컨대 주주가치 훼손의 정확한 뜻은 무엇이고 또 그것의 가치가 훼손됐는지 상승했는지를 어떻게 측정하고 측정 주체는 누구인지 등에 대해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논의를 수탁자책임위원회에서 좀 더 심도 있게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며 "빠른 결정을 내리면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는 이달 안에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소속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회장은 이날 기금운용위원회가 열리는 더플라자호텔 앞에서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상장사의 경우) 조양호 회장의 검찰 수사만으로 주주들에게 300억원 넘는 손해를 입혔다"며 "대한항공은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이사회를 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기업 이사회는 불투명한 지배구조 때문에 전혀 견제 역할을 하지 못해 주주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며 "국민연금 차원에서 이사 해임이나 비리를 저지른 자는 임원으로 선임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정관을 도입하도록 요구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현재 한진그룹 지주사격인 한진칼의 지분을 7.34% 가지고 있어 3대 주주에 올라있다. 2대 주주는 지난해 한진칼의 경영참여를 선언한 행동주의펀드 KCGI로 지분율은 10.81%다. 대한항공의 경우 11.56%를 들고 있어 2대 주주에 해당한다.
향후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본격화될 경우 남양유업, 현대그린푸드 등의 기업에도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국민연금은 지난해 두 기업을 저배당 중점 관리 종목으로 지정한 상태다.
남양유업은 과거 대리점주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는 데다 최근에는 아동용 음료 제품에서 곰팡이로 추정되는 물질이 발견되기도 했다. 현대그린푸드에 대해서는 지배구조 개선과 배당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남양유업과 현대그린푸드의 지분 각각 5.71%, 12.82%를 보유해 2대 주주에 올라있다.
이종호 KB증권 연구원은 "해당 기업들에 대한 주주권 행사 분야는 국민연금이 지난해 하반기 로드맵으로 제시했던 예상치 못한 기업가치 훼손과 배당 관련 이슈 부분에 해당된다"며 "두 기업에 합리적인 배당정책 수립을 위한 지속적인 개선을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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