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안락사' 본격 논란…"불가피했다" vs "기준 있었나"

기사등록 2019/01/15 06:00:00

'케어' 박소연 대표 "안락사 불가피, 논의 필요"

동물보호법 22조 수의사 판단 하 안락사 가능

활동가들 "안락사, 상식적인 수준에서 동의해"

"한국, 예산·공간부족에 따른 조치 다수" 비판

"명확한 기준과 함께 사회적 논의 시작 필요"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케어 입양소로 사용됐던 서울 중구 한 건물에 케어 관련 문구가 보이고 있다. 한편 박소연 대표는 이르면 오는 16일 기자회견을 열 것으로 전해졌으며, 사퇴 의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01.14.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케어 입양소로 사용됐던 서울 중구 한 건물에 케어 관련 문구가 보이고 있다. 한편 박소연 대표는 이르면 오는 16일 기자회견을 열 것으로 전해졌으며, 사퇴 의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동물의 안락사' 논란이 우리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동물권 단체 '케어'에서 안락사가 벌어졌다는 내부 고발자 폭로가 계기다. 

전문가들은 동물 안락사 허용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동물 보호소 운영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이뤄지는 안락사를 막기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의견도 많다. 

15일 각 동물단체 등에 따르면 동물 안락사는 그 자체로 위법하지 않다. 다만 현행법은 안락사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를 다루고 있는 법조항이 동물보호법이다. 이 법 제22조에선 지자체가 운영하거나 지자체가 지정한 동물보호센터의 동물의 경우 수의사가 회복 가능성과 질병의 전염 위험성 등을 고려해 '인도적인 처리', 즉 안락사가 가능하다. 다만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는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는다.

동물 안락사 논란을 촉발한 케어의 박소연 대표는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 11일 SNS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소수의 안락사가 불가피했다"면서도 더 이상 동물을 받을 수 없는 민간 보호소들의 포화상태를 합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 안락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박 대표는 "안락사에 대한 논의가 비교적 일찍 시작되고 활발했던 미국은 거의 모든 동물단체들이(SPCA, 휴메인소사이어티, PETA 등) 안락사를 하고 있다"며 "영국의 경우 안락사를 하지 않겠다는 단체들조차 결국 안락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면 스스로는 하지 않더라도 안락사 정책이 있는 다른 보호소로 보내 그곳에서 결국 안락사를 해줄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동물권 활동가들 역시 안락사의 필요성에 일단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 동물권 단체 활동가 A씨는 "(모든 활동가의 입장을) 명확하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활동가들 사이에) 안락사에 대한 공감대는 많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동물권단체 케어 직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들을 무분별하게 안락사시킨 박소연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2019.01.12.(사진=동물권단체 케어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동물권단체 케어 직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들을 무분별하게 안락사시킨 박소연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2019.01.12.(사진=동물권단체 케어 제공)  [email protected]
A씨는 "안락사를 기본적으로,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건 동물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데 있어서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며 "제한적인 조건 아래서 이뤄지는 걸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동물권 단체 활동가인 B씨도 "과거 동물권 단체에 들어갈 때 '안락사에 동의하느냐'고 물어 '그렇다'고 대답했다"면서 "다만 이는 치료가 불가능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고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안락사를 동의한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이들 활동가들은 보호소 운영 예산, 공간 부족 등 경제적 이유로 행해지는 안락사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다. 박 대표의 안락사 지시를 최초 폭로한 케어 동물관리국장은 "안락사의 기준이 보호소 공간 부족이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런 행위를 반대하는 것이다.

이형주 동물복지어웨어 대표는 "동물의 안락사는 회복할 수 없는 질병에 걸렸거나 통증이 심해 더이상 반려동물로 살아갈 수 없는 상태인지 등을 확인하는 등 수의학적 판단하에 진행돼야 한다"며 "미국 보호소에서도 안락사를 한다고는 하지만 단순히 공간 부족으로 안락사를 하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전했다.

A씨는 "안락사는 원래의 삶을 지속하기 어려운 고통이 있을 때 등에 한해서 행해져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안락사는 대부분 '예산 부족' 때문에 이뤄진다"며 "지자체 또한 결국 무한대로 동물들을 보호할 예산이 없기 때문에 안락사를 가능하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케어 입양소로 사용됐던 서울 중구 한 건물. 2019.01.14.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케어 입양소로 사용됐던 서울 중구 한 건물. [email protected]
그는 "결국 예산의 문제"라며 "현재 많은 사설 보호소의 경우에는 후원금에만 의존해야 하는데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안락사 기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이번 사건의 경우 임의로 동물을 죽였다는 것이 문제"라며 "동물학대 조항에는 '동물학대'라고 규정한 범위가 굉장히 좁은데 임의적으로 동물을 죽이는 행위는 좀 더 광범위하게 금지하는 한편 수의학적 목적 등으로 용인될 수 있는 안락사는 예외조항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아울러 "꼭 보호소 동물뿐만 아니라 집에서 기르는 반려동물의 경우에도 안락사가 더 인도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기준 마련과 함께 안락사가 제한적으로 용인될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개념부터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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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9/01/15 06: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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