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업계 인재쟁탈전]배경은?…他 업종과 다른 성과보수체계·한계

기사등록 2019/01/13 07:00:00

증권맨, 계약직 비중 높고 성과보수체계 뿌리내려 은행·보험보다 이직 활발

성과보수체계 이면에는 팀단위 이직으로 인한 폐해, 고용 안정성↓ 그늘도


【서울=뉴시스】김동현 기자 = 금융투자업계에서 다른 업종과는 달리 활발한 인재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성과에 따른 보수 체계를 중시하는 문화가 자리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크다. 

고용 안정과 복지가 강한 은행, 보험사와는 달리 증권회사 직원들은 성과 보수 문화가 뿌리내려져 상대적으로 계약직 비중이 높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다만 성과보수체계가 확산되면 확산될 수록 증권사의 고용 안정성은 낮아지고 실적 압박에 대한 고통을 받는 직원들도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증권회사에서 직급 및 연차에 상관없이 실적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보상을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보수체계가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된 계기는 지난해 금융당국이 임원이 아니더라도 5억원 이상의 고액 보수를 받는 직원 이름과 내역을 공개키로 하면서 부터다.

당시 금융당국은 증권회사 직원이 유달리 많은 보수를 받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개정, 연봉 공개 대상을 확대했다.

이를 통해 한 증권사 차장이 지난해에만 20억원 넘는 보수를 성과급으로 받았다. 결국 이 회사 사장보다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는 것이 공개됐고 그동안 막연하던 증권가 성과보수체계가 타업종에 비해 높다는 걸 알리는 계기가 됐다.  
 
또 성과보수체계는 증권업계의 팀 단위 이직을 활발하게 만들었다.

팀 단위 이직은 한 회사에서 팀으로 업무를 진행하다가 연봉과 직급에서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는 회사로 팀원 모두가 이직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

팀 단위 이직은 단기 성과급을 높이기 위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상대적으로 대형 증권사에서보다 중소형 증권사에서 팀 단위 이직으로 인한 폐해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성과보수체계의 어두운 면이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자본력과 브랜드 파워가 약해 개개인 역량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데 팀 단위 이직을 통해 이른바 '실력 있는 선수들'이 회사에 '갑'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연봉 계약도 성과급 지급을 사업 초기에 더 많이 지급하는 식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공학, 부동산 투자 등이 장기간 지속되는 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단기 성과는 직원이, 장기 리스크는 회사가 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리스크 관리 일환으로 성과급을 '3년 이상 이연지급' 하도록 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팀을 옮기면서 이연지금 성과급도 이직 회사에서 받아내는 신종 계약이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보수체계 시행으로 인한 또 다른 문제는 증권사의 고용 안정성 하락과 다른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 등을 꼽을 수 있다.
 
고용 안정과 복지가 강한 은행, 보험사와는 달리 근무여건이나 성과보상에 맞춰 이직이 자유롭다는 강점이 있는 반면 대부분의 직원이 계약직인데다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져 고용 안정성 부분에서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또 고액 연봉자 등장을 계기로 성과주의가 팽배해져 실적 압박을 받는 직원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성과를 낸 직원들의 연봉이 높다는 것은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임금 삭감이 불가피한 것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증권사에서도 공채 기수 등을 중시했었는데 2010년을 기점으로 팀 단위 이직과 개인의 이동이 활발해졌다"며 "심하게 말하면 이직을 하지 않은 직원들은 무능하고 이직을 자주한 직원들은 유능하다는 말도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증권업계의 인재쟁탈전이 이뤄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성과에 따른 보상 체계가 타업종 보다 강하기 때문"이라며 "은행과 보험 직원들과는 달리 증권맨들은 '벌 수 있을 때 벌어놔야 노후가 보장된다'는 인식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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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9/01/13 07: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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