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넉달째…피크시간이면 머그컵 부족해
매장들, 다회용컵 마련 않는 등 준비 미흡
단속이 주로 대형 커피전문점에만 집중돼
중소형 규모나 개인 카페선 준수 잘 안 돼
구체적 가이드라인 없는 사용 규제가 문제
"의식 바뀌고 실효성 있는 유인책 있어야"
카페 매장 안 일회용 플라스틱 잔 사용이 금지된 지 4개월째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서울 시내 카페 곳곳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일회용 잔을 사용하는 모습이 목격된다.
올해 4월 중국이 환경오염을 이유로 폐플라스틱 수입을 전면금지하면서 8월2일 부터 환경부와 지자체는 매장 안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잔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이에 따라 매장 안에서는 유리컵 등 다회용 잔만 사용하고 일회용 잔은 오직 음료를 들고 나가서 마시는 경우에만 쓸 수 있다. 이를 어긴 매장은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실제 매장들의 풍경은 달랐다.
며칠 전 점심시간. 유명 외국계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일회용 잔으로 음료를 마시며 노트북을 이용 중인 남성 고객이 눈에 띄었다.
이 카페 직원은 "일손이 부족해 설거지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컵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경우에는 머그잔이나 유리컵이 다 떨어졌다고 안내한 후에 일회용 잔에 담아드린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날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는 "머그잔이 다 떨어져서 일회용 잔으로 받으셔야 한다"는 안내를 하며 주문을 받았다.
서울 동작구 모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권모씨(19)는 "카페 좌석은 총 51명이 앉을 수 있는데 준비된 머그잔과 유리잔은 30개가 조금 넘는다"며 "벤티 사이즈는 음료 잔이 따로 없어서 일회용 잔에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애초 환경부는 일회용 잔 사용 규제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한 채로 단속을 지속해왔다. 이에 따라 카페들 역시 고객 수에 맞는 다회용 잔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하는 등 규제를 따라갈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의 경우 그나마 일회용 잔 사용 규제를 잘 준수하는 편이다. 그러나 중소형 규모의 커피전문점이나 개인 카페의 경우 특별한 안내도 없이 일회용 잔을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매장 내 일회용 잔 사용 제한 제도의 문제는 대형 커피 매장을 제외한 그 외 카페들의 다회용 잔 사용이 정착됐느냐 여부"라며 "중소형 카페들은 일회용 잔 사용 금지를 지키지 않는 곳이 많고 지방자치단체 역시 유명 매장 위주로 지도 점검을 하기 때문에 그 외 매장들은 상대적으로 준수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수연 녹색연합 녹색사회팀 팀장은 "기본적으로 조사나 모니터링을 해도 상시적인 건 어렵고 전반적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일회용 잔 사용 규제는 대체로 자발적 협약에 기대있는 건데, 매장이나 손님들이 이를 잘 준수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유인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구체적인 계획은 수립 중에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일회용품 사용 제한은 새로운 규제를 만든 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매장 내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였다"며 "매장 내 일회용 컵 제로화를 위해 비규제 대상인 플라스틱 빨대나 종이컵 등의 사용 금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