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국들에게 유리…실리콘밸리가 피해"
"중국, 미국 기술 훔치는 단계 지나…경쟁해야"

【베이징=AP/뉴시스】미중 무역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28일 중국 상무부가 미국이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강행한다면 모든 필요한 조치를 통해 반격할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27일 중국 베이징 국방부에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의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미국 국기가 걸려 있다. 2018.06.28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술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對中) 첨단기술 수출 통제 움직임에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기술기업들은 상무부가 국가 안보를 근거로 광범위한 첨단 산업 분야를 타깃으로 하는 것은 오히려 미국이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로비단체인 BSA 소프트웨어연합의 정책 책임자 크리스천 트론코소는 FT에 "미국 기업과 연구기관들에 대한 일방적인 수출 통제는 그들에게 정말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그것은 경제 번영에 필수적인 혁신을 방해해 미국의 국가 안보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은 지난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14개 신기술 분야에 수출 규제를 검토 중이며 이날부터 내달 19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새로운 수출 통제 리스트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수출 규제 검토 대상이 된 14개 신기술 분야는 ▲생명공학 ▲인공지능(AI) ▲위치 추적와 분석 ▲마이크로프로세서 ▲고급 컴퓨팅 ▲데이터분석 ▲양자정보 처리 ▲로지스틱 ▲적층가공(Additive manufacturing) ▲로봇 ▲ 브레인 컴퓨터 인터페이스 ▲극초음속 ▲고급재료공학 ▲고급 감시기술 등이다.
상무부는 안보와 직결된 부품과 기술의 경우 수출관리규정(EAR)에 따라 외국과의 거래를 제한할 수 있다. BIS가 특정 국가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번 조치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미국은 이미 화웨이, ZTE, 푸젠진화 등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한 수출입 규제 조치를 통해 압박을 가한적이 있다.
위기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Eurasia Group)의 지질공학 책임자 폴 트리올로는 "무역전쟁은 항상 본질적으로 기술전쟁이었다"며 "행정부 내 '공급망 보호론자'들은 지난 30년간 아시아와 중국에 최적화된 공급망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새로운 수출 통제의 목표와 실현 가능성 모두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기술을 해외에 판매하려는 것을 제한하는 시도는 경쟁국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드 블랙 컴퓨터·정보산업협회(CCIA) 회장은 "이것은 내가 보기에 잘 짜여진 전략같지는 않다"며 "정부가 하고자 하는 일과 성취할 수 있는 것의 간극은 매우 클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엔비디아, 인텔 등 CCIA 회원인 미국 기술기업들은 AI, 클라우드 서비스, 머신 러닝 등을 지원하기 위해 설계된 전용 칩셋 등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한 기술 로비스트는 수출 통제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말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우리가 공급망을 다시 가져오고 이런 기술들을 보호하면 중국은 기술을 훔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그들은 이미 우리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훔치는 단계를 넘어섰다. 이제 그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혁신하고 있다. 우리는 경쟁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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