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위 소득 격차, 더 벌어졌다…금융위기 때보다 나빠진 양극화 지표

기사등록 2018/11/22 12:00:00

통계청, 3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 발표…월평균 소득 474만7900원

상위 20% 소득 8.8% 느는 동안 하위 20% 소득은 7% 줄어

5분위 소득, 1분위의 5.52배 수준…금융위기때보다도 높아

1분위, 취업자 수 적고 상용직 비중 낮아…"고용 질 악화"

【세종=뉴시스】장서우 기자 =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전체 가구 소득은 증가했지만 소득 분배는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소득을 중심으로 저소득층 소득이 줄어들고 있는 반면 고소득층의 지갑은 계속해서 두터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양극화 지표인 5분위 배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다. 고용 상황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임시·일용직의 비중이 많은 저소득층의 소득 수준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 결과'에 따르면 3분기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74만79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지난 2014년 1분기(5.0%) 이래 18분기 만에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시중 금리 상승과 배당 수익 증가 등에 따라 재산소득이 9.3% 뛰었다. 임금 상승으로 근로소득도 4.5% 늘었다. 숙박·음식점업 부진과 더불어 9월 추석 명절로 인한 도·소매업에서의 역기저효과로 사업소득은 1.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체 파이는 커졌지만 소득 수준에 따른 온도 차는 여전히 심했다.

소득 수준에 따라 5분위로 구분한 지표를 보면 하위 20%인 1분위 소득은 131만7600원으로 1년 전보다 7.0% 감소했다. 지난 1분기(-8.0%), 2분기(-7.6%)보다 감소 폭은 다소 줄었으나 3분기 연속 뒷걸음질 치고 있다.

반면 상위 20%인 5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973만57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했다. 증가 폭은 1분기(9.3%), 2분기(10.3%)보다 소폭 줄었지만, 2016년 1분기부터 11분기 연속 오르고 있다.

전 분기에 이어 차하위 계층과 차상위 계층 간 격차도 굳어지는 모양새다. 2분위 소득은 284만2800원으로 1년 전보다 0.5% 감소해 3분기 연속 줄었지만, 4분위 소득은 569만1100원으로 5.8% 증가했다. 4분위 소득의 증가 폭은 2012년 1분기(8.1%) 이후 27분기만에 가장 크다.

소득 양극화는 근로소득 부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1분위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22.6%나 줄었다. 3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으며 이번 분기 감소 폭은 소득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대 규모다. 반면 5분위 근로소득은 11.3% 올라 지난 1분기(12.0%), 2분기(12.9%)에 이어 10%대 증가세를 유지했다. 4분위 근로소득 역시 2.6% 늘어 2017년 1분기 이후 6분기째 오르고 있다.

통계 당국은 소득 수준별로 상이한 고용 상황이 이러한 소득 격차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1분위의 가구당 취업 인원수가 지난해 3분기 0.83명에서 이번 분기 0.69명으로 16.8% 급감한 반면 5분위의 경우 2.00명에서 2.07명으로 3.4% 늘었다.

1분위 가구의 경우 상용 취업 비중도 작다. 1분위 가구의 상용직 비율은 대략 17.6%인 반면 5분위는 75.3%를 차지한다. 임시·일용직은 1분위에서 각각 33.6%, 16.9% 수준이지만 5분위에선 2.9%, 0.8%에 불과하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1분위의 경우 사무직 비율이 1년 전 8.2%에서 5.1%로 줄어드는 등 상용 취업 비중이 줄어들어 고용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며 "취업 인원수가 줄어든 것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1분위 가구 근로소득이 22% 이상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가구의 소비 여력을 나타내는 처분가능소득도 양극화가 심해졌다. 처분가능소득은 소득에서 세금과 같이 꼭 내야 하는 비용을 제외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을 뜻한다.

모든 분위에서 처분가능소득이 늘었지만 1분위 처분가능소득만 83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줄었다. 5분위 처분가능소득은 459만6700원으로 5.3% 늘었으며 4분위(287만6000원)도 7.8% 증가했다.

대표적인 분배 지표 중 하나인 '5분위 배율'을 보면 악화된 소득 분배 상황이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 5분위 배율은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을 가구원 수의 제곱근으로 나눈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을 사용해 상위 20%와 하위 20% 간 차이를 나타내는 값이다.

3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52배로 1년 전(5.18배)보다 0.34배포인트 올랐다. 5분위 소득이 1분위 소득의 5배를 웃돌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과 같은 수준이며, 금융위기가 한국을 덮친 2008년(5.45배)보다 높다.

박 과장은 "고용 둔화나 내수 부진 등 경기 상황에 의해 저소득 가구의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9월 달부터 실시된 기초노령연금이나 아동수당 등의 효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총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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