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 발레 '돈키호테'에서 김기민은 유연한 춤과 연기력, 폭발적인 도약으로 화려하고 유쾌한, 한 편의 축제를 선보였다.
무엇보다 흥분을 느끼게 하는 춤의 주파수를 객석에 정확히 전달하며, 관객이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발레 공연을 한 편의 축제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돈키호테'는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소설이 원작. 고전 발레의 정취가 살아 있는 희극 발레의 대명사로 스페인 배경의 경쾌함과 화려함이 돋보인다.
원작은 퇴역한 늙은 기사 돈키호테가 주인공이나 발레에서는 선술집 딸 '키트리'와 이발사 '바질'의 결혼을 도와주는 감초 역이다.
무용수가 의무감 또는 책임감으로 전투처럼 무대에 임하는 경우도 있는데, 김기민은 '진짜 춤을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었다. 빠른 템포로 팔다리를 순식간에 비틀고 스텝을 밟다가도 빙글빙글 돌 때는 한없이 숨이 고르고 자세는 평안했다. 통통 튀는 리듬에는 그만의 각운이 새겨져 완결성도 갖췄다.
서울 콘서트 매니지먼트가 주최하는 이번 무대는 235년 역사를 자랑하는 마린스키발레단&오케스트라가 6년 만에 내한해 선보인다.
김기민은 2011년 아시아인 남성 무용수로는 처음으로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한 뒤 4년 만에 수석 무용수로 승급했다. 2016년에는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최고 남자 무용수상을 받으며 명실상부 세계 정상급 발레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김기민과 테레시키나는 지난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 '백조의 호수' 당시 한국 관객에게도 크게 기량을 인정받았다. 당시 프리모스키 스테이지 발레단이 함께했는데 고르지 못한 군무진은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이번 마린스키발레단의 모든 무용수는 한 점 흐트러짐도 없었다. 따로 떼어 놓고 감상용으로만 들어도 귀가 호강했을 오케스트라 사운드도 탁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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