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리더스원, 232채 모집에 약 1만명 청약 '아연실색'
1주택자 '청약 막차', 무주택자도 '로또 분양' 분위기 합세
중도금 대출길 막혀 현금없이 개인 과도한 레버리지 우려
비은행권 '그림자 금융' 자금조달 여전히 '수월'…리스크우려
전문가들 "시장상황 녹록지않아…과도한 레버리지 자제해야"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중도금 대출길이 막혀 현금부자들의 '그들만의 잔치'가 될 것으로 예측됐던 '래미안 리더스원'가 일반분양 232채 모집에 1만명이 청약을 넣으며 주위를 아연실색케하고 있다
서초구 우성1차아파트를 재건축한 이 단지는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가 저렴해 '청약 로또'라는 평가와 동시에, 정부 대출 규제로 최소 12억원에 달하는 분양가를 은행 도움없이 충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수요 예측이 어려웠다.
다만 1주택자들이 이달말 시행되는 청약제도 개편을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분양대전'에 대거 몰렸다. 청약 6개월내 살던 집을 매각해야 한다는 '패널티'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무주택자들은 '없는 돈도 만든다'며 뜨거운 시장 분위기에 가세했다.
일각에서는 "계약포기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반응 속에서도 청약 신청자들의 현금동원력에 혀를 내두르는 시각도 있다.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7일 전문가들은 이번 '분양대전'은 정부의 관리 영역 바깥에 있는 비은행권 대출이 급증하는 이른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카페 등 커뮤니티에서는 청약자들이 주택담보대출 없이도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궁리가 한창이다.
일단 전세자금에 마이너스 통장 대출 등 신용대출은 기본이다. 예·적금담보대출도 이달부터 은행권 위험지표로 본격 도입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적용을 받지 않아 최대 95%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보험상품이나 퇴직금을 담보로 급전을 빌리는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퇴직금담보대출' 등과 제2금융권 대출도 고소득자에게는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공무원이나 직장인의 경우도 은행권 대출은 막혔지만 정부나 회사로부터 주택구입특례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공무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현금이) 13억원이 있어야 하는데 전세금 4억원, 신용대출 3억원, 공무원연금관리공단 대출 1억원, 퇴직금담보대출 1억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 신 금융시장으로 떠오른 P2P(개인간 직접금융거래)의 개인 부동산담보대출도 제도권 금융회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금융규제를 받지 않아 여전히 대출의 길이 열려 있다.
가족, 친지, 지인 찬스를 고민중인 청약 수요자도 눈에 띈다.
다른 사이트에서 B씨는 "부모님 찬스를 쓰려고 보니 부모님이 해준 전세금 때문에 세무조사를 받을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C씨는 "(현금이 정 부족하면) 지인이나 친척들에게 지금 사는 집을 전세대출을 받아서 채우는 방법도 있다"고 소개했다. 가족·친척간 적정한 이자는 연 4.6%로 법에 정해져 있고 친구 등 지인은 이자 제한이 없지만 돈 꾸기가 쉽지 않다는 반론도 있지만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은행권 대출에도 로또 단지 청약에 청약 수요가 몰리는 상황은 공무원, 대기업 등 일부 계층에게는 여전히 유동성 확보가 어렵지 않다는 '금융계층 양극화 현상'의 단적인 예다.
하지만 그뿐만 아니라 정부가 관리할 수 없는 영역의 대출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른바 '그림자 금융'이다.
그림자 금융은 일반적으로 은행권 밖 모든 금융 시스템을 뜻하는 데, '비은행 금융중개'를 의미한다. 집합투자기구, 여신전문금융회사, 증권사, 유동화기구 등과 같이 은행 수준의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기관에서 나온 대출을 말한다.
한국은행 조사통계 월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그림자 금융'은 지난해말 광의기준으로 1957조1000억원에 달해, 지난 2011년 1020조2000억원 이후 약 6년만에 약 2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이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훨씬 웃도는 113.1% 수준이다.
통계로 잡히지는 않지만 이들 그림자 금융을 통해 생긴 유동성의 일부는 최근 몇 년간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오름세를 나타내면서 시장에 유입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대출은 단기자금시장이나 채권시장에 충격이 생길 경우 급격한 자금 회수가 일어나면서 금융시장 전반으로 리스크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우리나라 GDP 대비 가계부채는 올해 3월 기준 95.2%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스위스(128.3%), 호주(122.2%), 덴마크(117.3%), 네덜란드(104.3%), 노르웨이(101.6%), 캐나다(99.4%)에 이어 7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금리인상 시기는 과도한 레버리지를 통해 주택을 구매한 수요자들에게 혹독한 겨울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그동안 강남 지역에 중형 아파트 공급물량이 적고, 상대적으로 현금 확보 부담이 덜한 이 단지의 82㎡(옛 25평)에 수요가 집중적으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일단 되고 보자'는 심리로 청약을 넣는 사람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1주택자의 경우 6개월내 기존 주택을 팔아야 한다는 점에서 당첨이 되더라도 계약포기가 속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 사이클'의 저자, 인기 부동산 블로거 봄날의곰(본명 김영기)은 "정부가 초강력 대출규제를 통해서 은행권 대출을 막았지만, 그림자 금융은 정부로서도 다 통제하지 못한다"면서 "그동안 풀린 유동성으로 부동산 시장이 올해 초 '비트코인' 시장을 보는 듯해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선진국 시장에서 신흥국 시장에서 유입되는 비핵심부채(시장성수신·해외차입)의 규모가 높아지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해온 그는 이 같은 자금의 성격이 불투명하고, 흐름이 불안정한 특성이 있어 리스크에 취약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비핵심부채가 호경기에 신용의 과잉팽창이 금융시스템의 위험을 높이고, 불경기에는 신용공급이 지나치게 경색되면서 경제불황을 심화시키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 때 집값이 급락하면서 약 30만 명의 하우스푸어가 양산됐던 점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모든 사람을 구하지 못할지라도선량한 피해자들이 층계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난간'을 구축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약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시각이 엇갈려, 신중한 투자가 당부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 단지의 청약 열풍은 강남권 신규 주택의 대기수요가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면서 "유효수요들은 여전히 관심이 많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반면 "분양 불패를 장담할 수 있는 시장 분위기는 아니다"라면서 "무주택자의 경우 청약 배정물량이 늘어났지만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에 따라 청약시장도 차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일반적으로 청약 경쟁률이 높게 나타나면 '스포트라이트' 효과로 주변 주택시장까지 들썩이는 상황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현재 시장 상황은 아니다"라며 "매매시장과 청약시장이 따로 놀면서, 이른바 '로또 단지'만 자금이 쏠리는 '편식' 현상이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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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우성1차아파트를 재건축한 이 단지는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가 저렴해 '청약 로또'라는 평가와 동시에, 정부 대출 규제로 최소 12억원에 달하는 분양가를 은행 도움없이 충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수요 예측이 어려웠다.
다만 1주택자들이 이달말 시행되는 청약제도 개편을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분양대전'에 대거 몰렸다. 청약 6개월내 살던 집을 매각해야 한다는 '패널티'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무주택자들은 '없는 돈도 만든다'며 뜨거운 시장 분위기에 가세했다.
일각에서는 "계약포기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반응 속에서도 청약 신청자들의 현금동원력에 혀를 내두르는 시각도 있다.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7일 전문가들은 이번 '분양대전'은 정부의 관리 영역 바깥에 있는 비은행권 대출이 급증하는 이른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카페 등 커뮤니티에서는 청약자들이 주택담보대출 없이도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궁리가 한창이다.
일단 전세자금에 마이너스 통장 대출 등 신용대출은 기본이다. 예·적금담보대출도 이달부터 은행권 위험지표로 본격 도입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적용을 받지 않아 최대 95%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보험상품이나 퇴직금을 담보로 급전을 빌리는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퇴직금담보대출' 등과 제2금융권 대출도 고소득자에게는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공무원이나 직장인의 경우도 은행권 대출은 막혔지만 정부나 회사로부터 주택구입특례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공무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현금이) 13억원이 있어야 하는데 전세금 4억원, 신용대출 3억원, 공무원연금관리공단 대출 1억원, 퇴직금담보대출 1억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 신 금융시장으로 떠오른 P2P(개인간 직접금융거래)의 개인 부동산담보대출도 제도권 금융회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금융규제를 받지 않아 여전히 대출의 길이 열려 있다.
가족, 친지, 지인 찬스를 고민중인 청약 수요자도 눈에 띈다.
다른 사이트에서 B씨는 "부모님 찬스를 쓰려고 보니 부모님이 해준 전세금 때문에 세무조사를 받을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C씨는 "(현금이 정 부족하면) 지인이나 친척들에게 지금 사는 집을 전세대출을 받아서 채우는 방법도 있다"고 소개했다. 가족·친척간 적정한 이자는 연 4.6%로 법에 정해져 있고 친구 등 지인은 이자 제한이 없지만 돈 꾸기가 쉽지 않다는 반론도 있지만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은행권 대출에도 로또 단지 청약에 청약 수요가 몰리는 상황은 공무원, 대기업 등 일부 계층에게는 여전히 유동성 확보가 어렵지 않다는 '금융계층 양극화 현상'의 단적인 예다.
하지만 그뿐만 아니라 정부가 관리할 수 없는 영역의 대출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른바 '그림자 금융'이다.
그림자 금융은 일반적으로 은행권 밖 모든 금융 시스템을 뜻하는 데, '비은행 금융중개'를 의미한다. 집합투자기구, 여신전문금융회사, 증권사, 유동화기구 등과 같이 은행 수준의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기관에서 나온 대출을 말한다.
한국은행 조사통계 월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그림자 금융'은 지난해말 광의기준으로 1957조1000억원에 달해, 지난 2011년 1020조2000억원 이후 약 6년만에 약 2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이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훨씬 웃도는 113.1% 수준이다.
통계로 잡히지는 않지만 이들 그림자 금융을 통해 생긴 유동성의 일부는 최근 몇 년간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오름세를 나타내면서 시장에 유입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대출은 단기자금시장이나 채권시장에 충격이 생길 경우 급격한 자금 회수가 일어나면서 금융시장 전반으로 리스크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우리나라 GDP 대비 가계부채는 올해 3월 기준 95.2%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스위스(128.3%), 호주(122.2%), 덴마크(117.3%), 네덜란드(104.3%), 노르웨이(101.6%), 캐나다(99.4%)에 이어 7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금리인상 시기는 과도한 레버리지를 통해 주택을 구매한 수요자들에게 혹독한 겨울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그동안 강남 지역에 중형 아파트 공급물량이 적고, 상대적으로 현금 확보 부담이 덜한 이 단지의 82㎡(옛 25평)에 수요가 집중적으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일단 되고 보자'는 심리로 청약을 넣는 사람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1주택자의 경우 6개월내 기존 주택을 팔아야 한다는 점에서 당첨이 되더라도 계약포기가 속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 사이클'의 저자, 인기 부동산 블로거 봄날의곰(본명 김영기)은 "정부가 초강력 대출규제를 통해서 은행권 대출을 막았지만, 그림자 금융은 정부로서도 다 통제하지 못한다"면서 "그동안 풀린 유동성으로 부동산 시장이 올해 초 '비트코인' 시장을 보는 듯해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선진국 시장에서 신흥국 시장에서 유입되는 비핵심부채(시장성수신·해외차입)의 규모가 높아지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해온 그는 이 같은 자금의 성격이 불투명하고, 흐름이 불안정한 특성이 있어 리스크에 취약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비핵심부채가 호경기에 신용의 과잉팽창이 금융시스템의 위험을 높이고, 불경기에는 신용공급이 지나치게 경색되면서 경제불황을 심화시키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 때 집값이 급락하면서 약 30만 명의 하우스푸어가 양산됐던 점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모든 사람을 구하지 못할지라도선량한 피해자들이 층계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난간'을 구축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약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시각이 엇갈려, 신중한 투자가 당부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 단지의 청약 열풍은 강남권 신규 주택의 대기수요가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면서 "유효수요들은 여전히 관심이 많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반면 "분양 불패를 장담할 수 있는 시장 분위기는 아니다"라면서 "무주택자의 경우 청약 배정물량이 늘어났지만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에 따라 청약시장도 차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일반적으로 청약 경쟁률이 높게 나타나면 '스포트라이트' 효과로 주변 주택시장까지 들썩이는 상황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현재 시장 상황은 아니다"라며 "매매시장과 청약시장이 따로 놀면서, 이른바 '로또 단지'만 자금이 쏠리는 '편식' 현상이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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