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설상가상' 불가피....日,주일대사 초치 등 즉각 대응 속 격앙

기사등록 2018/10/30 15:50:56

고노외무상 "국제재판 등 모든 선택사항 시야에"

한국의 과거사 공세에 근본적 대응 강구 관측도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판결 등 전원합의체에 참석하고 있다. 2018.10.30.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판결 등 전원합의체에 참석하고 있다. 2018.10.30. [email protected]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소송 판결은 그렇지않아도 얼어붙은 한일관계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말 그대로 설상가상이다. 

 한국 정부와 여론은 위안부합의 무효화에 이은 이번 대법원 판결이 한일 양국간 과거사 문제를 바로 세우는 과정이라고 인식하지만, 일본은 이미 정리된 역사 문제를 다시 파헤쳐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정부만이 아니라 정계와 언론은 물론, 지식인 사회마저 한국이 국가간 합의를 연이어 뒤집어버리는 마당에 앞으로 어떻게 한일 양국을 정상적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느냐고 격앙되는 분위기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양국의 근본적 인식과 접근방식이 갈수록 접점을 찾기 어렵게 벌어지면서 양국간의 현안과 미래 문제에 대한 깊이있는 협의는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올해는 지난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가 '한일 파트너십 선언’을 한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계기로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소리가 작지만 강하게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관계 현실은 거꾸로 과거 문제에 빠져들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는 지적이 일본의 지한파(知韓派) 인사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4일 도쿄에서 개최된 일한의원연맹에서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주일 한국대사관) 2018.10.04yuncho@newsis.com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4일 도쿄에서 개최된 일한의원연맹에서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주일 한국대사관) [email protected]

 일본 정부는 30일 대법원 판결이 나오고 난 후 이수훈 주일대사를 외무성으로 초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대법원 판결은 한일 협력의 법적기반을 근본적으로 뒤집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며 "한국 (정부의) 적절한 조치가 없을 경우 국제재판을 포함해 모든 선택사항을 시야에 넣겠다"는 강경한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 일본 정부의 단호한 의지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일본 정부는 나름대로 강경 자세를 보이면서 대법원 판결 이후 한국 정부가 어떤 입장과 후속 조치를 내놓을지 지켜보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의 내심은 전날 마이니치신문 보도에 잘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신문은 일본 외무성 관계자를 인용,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이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그러나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대응을 생각해야 할 측은 (일본이 아닌) 한국 정부”라고 말했다.

 고노 외무상이 30일 보도된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강제징용자의) 청구권은 끝난 이야기”라면서 “한국이 국가로서 나름의 일을 확실히 해주기 바란다”고 밝힌 것도 한국 사법부의 판단에 이은 한국 정부의 후속 조치를 지켜보겠다는 태도로 읽힌다.

 일본 정부는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대응카드를 만들고 다듬으면서 꺼낼 타이밍을 조절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일본의 대응책으로는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와 같은 국제 여론전을 펼치는 방안과 주한 일본대사 소환과 같은 직접적인 외교 압력을 가하는 방안, 한국과의 경제 협력 제한 등 다양한 내용들이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한(對韓) 압박 조치를 일본이 실제로 사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단호한 조치가 불가피한다면서도 민간기업에 대한 소송인 만큼 곧장 정부가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일본 기업들이 우리 대법원의 판결대로 당장 배상에 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주한 일본대사를 소환하는데도 외교적 부담이 없지 않은 만큼 당장 쓸 카드는 아니라는 관측이다. 북한 문제와 미·중 갈등을 축으로 전개되는 동북아 정세의 급변상황도 일본이 한국과의 관계를 성급하게 악화시키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일본으로서는 위안부합의 문제, 자위대 군함의 욱일기 게양 논란, 한국 국회의원의 독도방문 등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 한일간 역사·영토 문제에다 이번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문제를 함께 묶어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나 하나의 사건을 개별적으로 접근해서는 해법을 찾기도 어렵거니와 끊임없이 과거사 문제에 빠져들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고 보이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혁명이라는 민심을 기반으로 집권한 만큼 한국민의 일반적인 반일 민족감정을 일깨우는 조치들을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일본 정부는 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고노 외무상이 산케이 인터뷰에서 "한국정부가 (한일간) 미래지향적 관계를 국내에서도 확실히 해달라"고 요구한데서도 이런 기류가 읽힌다.
 
 이런 저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일본 정부는 즉각적인 대응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한일관계에 대해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검토하고 있을 가능성까지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에서 날아오는 연이은 역사 문제 제기를 무한정 무대응으로 일관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일생일대의 정치 과업으로 여기는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의 개헌을 이루기 위해서도 한국과의 일정 수준 긴장 관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여지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한일 관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살얼음판 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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