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강국진·정강자·정찬승 작가가 미술 제도 비판
13일 오후 4시 서울 양화 한강공원에서 진행
기록에 머문 '해프닝' 후세대 예술가들 계승 재조명 주목

【서울=뉴시스】‘한강변의 타살’ 리메이크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1968년 강국진(1939~1992), 정강자(1942~2017)정찬승(1942~1994)작가의 국내 첫 집단 퍼포먼스 ‘한강변의 타살’ 해프닝이 50년만에 재조명된다.
오는 13일 오후 4시 서울 양화대교(1968년 당시 제2 한강교) 아래 양화 한강공원에서 ‘한강변의 타살’이 리메이크된다. 당시 참여했던 강국진 작가의 기념사업회에서 제작 후원한다.
이 행사를 주최하는 판아시아_퍼포먼스 아트 네트워크 아시아(이하 판아시아)는 한국의 역사적인 전위미술인 당시의 해프닝을 계승하고 재조명하기 위하여 후세대 퍼포먼스 예술가들이 리메이크 한다고 밝혔다.
현재 활동 중인 문재선, 심혜정, 정기현, 허은선 후세대 퍼포먼스 작가들이 심도있는 고증활동을 통해 당시 행위를 새롭게 재연한다. 또한 후세대의 퍼포먼스 현장을 북돋우기 위해 70년대부터 활동해오는 성능경의 초대 퍼포먼스도 열린다.
1968년 10월, 강국진, 정강자, 정찬승 등이 주축이 되어 서울의 한강변에서 이루어진 '한강변의 타살'은 당시 기성 미술 제도를 비판하기 위해 행한 집단 퍼포먼스였다.
3명의 작가는 1968년 제2 한강교(현 양화대교) 아래 흙구덩이 속에 묻혀있다가 물세례를 받고 땅 위로 나온 후, 몸 위에 비닐을 걸치고 그 위에 문화 사기꾼(사이비 작가), 문화 실명자(문화 공포증자), 문화 기피자(관념론자), 문화 부정축재자(사이비 대가), 문화 보따리장수(정치 작가), 문화 곡예사(시대 편승자) 등을 쓰고 나서 그 글을 읽고 태우는 화형식을 거행했다. 당시 한국의 구태의연한 기성문화세력을 ‘매장’하고 ‘타살’하고자 하는 문화 비판 행위였다.

【서울=뉴시스】 1968년에 강국진, 정강자, 정찬승 작가가 행했던 ‘한강변의 타살’ 해프닝 장면.
당시는 ‘프랑스 68혁명’이 일어나면서 시대적 상호작용으로 전세계 혁명으로 퍼져나갔던 사건의 해이다. 점점 더 가속화되어 가던 중국의 ‘문화대혁명’, 체코‘프라하의 봄’, 그리고 미국, 영국에서는 ‘베트남 반전집회’가 벌어져 전쟁을 겪었던 시대 이후 세상에 저항하는 행동주의가 가장 강렬했던 시대였다.
국내에도 대변혁이 바람이 불던 때다. 1968년 3선 개헌을 유지하던 독재정부는 1.21사태, 울진·삼척 간첩사건 등을 겪었고, 불안한 정국 속에 국가적인 경제개발 정책의 실현을 위해 경부고속도로 준공식을 열게 된다. 당시에 문화지구였던 마포지역 예술가 동인들에게는 신촌의 아지트와도 근접하고 본인들의 아뜰리에서 가장 가까운 야외 장소로 1965년 한강개발계획으로 건립되었던 ‘제2한강교(현 양화대교)’가 가장 넓고 자유로운 실험의 장소성으로 가장 적절했다.
해프닝이 벌어진 당시는 세계 미술사적으로 활발한 시기였다. 뉴욕을 중심으로 쾰른, 코펜하겐 등지에서 벌어졌던 ‘플럭서스(Fluxus)'운동이 1962년부터 거의 모든 장르의 예술가들이 참여하여 ‘삶과 예술의 인터미디어’를 주창하면서 파격적이고 새로운 전위적 활동들이 활발해져가던 시기였다. E.A.T(Experimental Art and Technology)의 다원적이고 실험적인 퍼포먼스가 1965년에 성황하기도 하였다. 1950년대부터 시작되었던 세계사적 해프닝 표현들의 영향으로 인해 당시 해프닝을 실행한 3명의 청년예술가들에게는 전통적인 방식의 아카데미즘 작품활동 만을 추구하기에는 답답한 예술계였다.
문화사적 배경도 한몫했다. 1968년 영국에서 SF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라는 영화가 개봉된 후 고전영화에서 특수효과의 선구자적인 현대영화로 넘어가는 물꼬를 열게 만든 영화로써 다층적인 문화시대가 시작되는 상징으로 남아있다.
미국에서는 기존 체제 거부와 자유를 추구하던‘비트 제너레이션(Beat Generation)’이라는 문학 기조에 영향을 받아 1960년대 기성세대의 체제에 반하던 청년층(히피)의 문화는 1967년‘사랑의 여름(Summer of Love)’이라는 시기에 정점을 이룬다. 비틀즈, 도어즈, 지미 헨드릭스, 벨벳 언더그라운드 등의 록그룹들이 주옥같은 명곡들을 동시에 쏟아냈던 때다.
이번에 진행되는 리메이크는 후세대 퍼포먼스 시간을 거슬러 원작의 컨셉과 텍스트에 충실한 재현을 통해 한국의 대표적인 해프닝 작품을 계승하고 세밀한 분석과 재해석의 과정을 기반으로 실연하고자 한다는 측면이 강하다.
![【서울=뉴시스】 한강변의 타살 리메이크 초대작가. 성능경 [시불의 맛The Taste of SIBUL] 문래예술공장. 제3회 판아시아. 사진_이재훈. 2010](https://img1.newsis.com/2018/10/08/NISI20181008_0000211403_web.jpg?rnd=20181008151552)
【서울=뉴시스】 한강변의 타살 리메이크 초대작가. 성능경 [시불의 맛The Taste of SIBUL] 문래예술공장. 제3회 판아시아. 사진_이재훈. 2010
판아시아측은 "현대미술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기초실험실과도 같은 퍼포먼스 예술의 연구와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라며 "문화향유층을 위하여 생활문화를 집중해나가는 현재의 문화정책 방향도 중요하지만 원래 있었던 퍼포먼스 예술 활동들의 순기능도 공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바랐다.
이번 리메이크 참여작가 문재선, 심혜정, 정기현, 허은선은 “한강변의 타살 해프닝 리메이크는 새로운 세상을 직면하기 위해서라도 때로는 전통과의 단절을 선언하고 정통주의 미학에 반기를 들고 나섰던 아방가르드 문화예술운동의 전위적 용기를 계승하고, 거대자본 시장으로 둔갑하여 또다시 표류하는 예술계가 균형을 되찾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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