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 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자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속도 타들어 가는 모습이다.
은산분리는 재벌의 은행 소유를 막기 위해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을 최대 4%(의결권 기준)로 제한한 규제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은산분리 완화에 힘을 실어주고 나설 때 까지만 하더라도 이를 완화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국회 문턱을 수월하게 넘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완화 범위와 대상 등을 둘러싼 여야간 이견으로 지난달 임시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불발됨에 따라 연내 통과 가능성까지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내심 은산분리 완화법의 통과를 염두에 두고 사업 계획을 세워놓은 인터넷은행들은 당장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16일 인터넷은행 업계에 따르면 자본확충 어려움을 겪고 있는 케이뱅크는 최근 대출상품 판매를 또 중단했다. 판매 중단과 재개를 반복한게 이번이 11번째다. 주주구성이 복잡하고, 압도적인 대주주가 없는 케이뱅크는 자본 확충을 위한 의견 조율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케이뱅크의 주주는 우리은행(13.2%) KT(10%) NH투자증권(10.0%) 한화생명보험(9.41%) GS리테일(9.26%) 등 20곳이다.
케이뱅크는 조만간 추가 증자에 나설 방침이지만, 상황이 간단치만은 않다. 지난 7월 추진한 1500억원의 유상증자 때도 전환주 300억원 발행에만 그치고, 1200억원 채우지 못했다. 여러 주주들간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탓이다. 이러한 가운데 단기간 내에 주주 설득에 나설 수 있을지 미지수다.
상대적으로 자본 여력이 있는 카카오뱅크는 사정이 낫긴 하지만 신사업에는 제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58%)가 자본확충을 주도하고 있어 지난해 두차례의 증자에 성공하면서 자본금을 1조3000억원으로 늘려놓긴 했다.
그렇다고 여유가 있는 건 아니다. 카카오의 지분이 10%로 제한돼있어 카카오뱅크도 ICT 기업의 주도적인 운영이 이뤄지기엔 한계가 있는 건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고, 카드사·캐피탈사·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과 연계한 대출 서비스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2020년 기업공개(IPO)도 추진할 예정이다. 신사업을 속도감있게 추진하기 위한 측면에서 카카오뱅크도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절실할 수 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이달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길 바라고 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숨통은 다소 트일 것으로 보인다. 추가 실탄 확보가 수월해지면 중금리 대출을 비롯한 다양한 시장 진출은 물론 수익성 개선까지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카카오의 지분이 확대되고, 케이뱅크의 경우 KT가 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국회에서 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을 완화 대상에 넣을지 여부, 대주주 적격성 충족 요건 등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에 매듭지어질지에 따라 두 은행의 운명도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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