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껍질 같은 양승태 행정처…'여론 농단'도 속속 드러나

기사등록 2018/09/08 08:50:00

대필 보도 후에 구독료 대폭 늘려준 정황

대법원장 위해 여론 조작 기획·실행 의심

취재 거부, 의혹 제공 검토 '언론 도구화'

검찰, 대가 여부 확인 위해 관계자 줄소환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판거래 의혹'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8.06.01.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판거래 의혹'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8.06.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언론사에 대필 기사를 제공하고 구독료로 늘려준 정황이 검찰 수사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조직 이익을 위해 언론을 도구로 삼는 등 '여론 농단'을 벌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8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양승태 행정처가 2016년 3월 박한철 당시 헌법재판소장을 비판하는 기획 기사를 작성한 뒤 특정 언론사를 통해 보도한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기사는 박 전 소장이 한 토론회에서 대법원장의 헌법재판관 지명권 등 대법원 권한을 부정적으로 언급한 내용을 다룬다. 양 전 대법원장의 헌재 존중 발언과 박 전 소장의 부정적 발언을 비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기사는 행정처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해당 언론사는 '통로' 역할만 했을 뿐 행정처 작성 문건과 이후 보도된 기사가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당시 행정처가 박 전 소장 발언을 수장에 대한 '공격'으로 판단하고, 언론을 도구로 삼아 '반격'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오직 양 전 대법원장을 위해 여론 조작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겼다는 점에서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대가가 오간 사실이 드러날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일부 정황도 드러났다. 당시 행정처는 자신들이 대필해준 기사가 보도된 직후 해당 언론사에 구독료를 대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고, 수개월 뒤 예산 7000만원을 집행하기도 했다.

 이런 식의 부적절한 언론 활용 정황이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검찰은 이미 다수 문건과 관계자 진술을 통해 양승태 행정처가 조직 이익을 위해 언론을 쥐락펴락한 정황을 포착한 상태다.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수사 당시가 대표적이다. 검찰은 당시 행정처가 수사 여파가 법원 내부로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 언론 전략을 구상한 정황을 확인한 바 있다. '언론대응 방안 검토', '정운호 수사 관련 보도 현황', '김○○부장 대응방안' 등 문건을 통해서다.
이 가운데 2016년 4월 작성된 '언론대응 방안 검토' 문건은 관련 의혹을 다룬 언론을 상대로 취재에 응하지 않는 대응 방법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실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8월 작성된 '정운호 수사 관련 보도 현황', '김○○ 부장 대응방안'에는 취재 거부가 아닌 언론을 부적절하게 활용하는 방안이 담겼다. 2014년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무혐의 처분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이를 직·간접적으로 전달해 압박, 판사 수사 확대를 막겠다는 것이다.

 특히 관련 문건에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제공해 기사화하는 방안과 함께 보도할 언론사를 추리는 과정 등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 자체 조사 결과 당시에도 양승태 행정처가 상고 법원 도입을 위해 '기사 거래'를 한 정황이 포착된 바 있다. 특정 매체에 광고비를 집행하고 상고법원에 우호적인 기사들을 게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것이다.

 상고법원에 찬성하는 칼럼이 게재되기 전 행정처가 유사한 문건을 작성하는 등 칼럼을 사실상 대필해 줬다는 의혹도 불거진 바 있다.

 검찰은 대가가 오갔는지 등 의혹 실체 확인을 위해 관련자 조사 등을 계속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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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껍질 같은 양승태 행정처…'여론 농단'도 속속 드러나

기사등록 2018/09/08 08:5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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