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국내 완성차에 25% 관세 부과시 수요산업도 동반 어려움
FTA 개정안 양보하고도 완성차 관세 면제 못 얻어내…강판 공급 철강업계도 '좌불안석'
관세 부과 현실화될 경우 현대제철 매출 타격 가능성↑…포스코도 40~43만t 매출 영향
【서울=뉴시스】김동현 기자 = 정부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면제 여부와 관계 없이 한·미 자유무역 협정 개정안 서명을 추진키로 함에 따라 철강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미 FTA 개정안 협정문이 양국에서 지난 3일 동시에 공개됐지만 여전히 미국 정부가 수입산 자동차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미 FTA 개정을 통해 우리나라는 미국에 자동차 분야에 대한 많은 양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산 자동차 관세 면제에 대한 확답을 듣지 못했다.
만약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승용차 관세(2.5%)를 최고 25%까지 높일 경우 국내 완성차 업계는 물론 수요산업인 철강업체의 매출도 하락할 수 있다. 철강 업계가 미국의 수입산 자동차 관세 부과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는 이유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3일 공개한 한미 FTA 개정안에는 21년 폐지키로 한 미국의 화물자동차 25% 관세를 2041년까지 20년 연장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또 제작사별로 연간 2만5000대까지 미국 자동차 안전 기준을 준수한 경우 한국 안전기준을 따른 것으로 간주했던 물량도 5만대로 늘렸다.
미국 기준에 따라 수입되는 차량에 장착되는 수리용 부품에 대해서도 미국기준을 인정하기로 했다. 배출 가스관련, 휘발유 차량에 대한 세부 시험절차·방식도 미 규정과 조화를 이루기로 했다.
자동차 분야에서의 통 큰 양보를 통해 정부는 국내 철강 수출과 관련해 수입할당(쿼터)를 확보하는 한편 한미 FTA 불확실성을 먼저 해소한 뒤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 문제에 대한 대응을 한다는 계획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의 불만은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중이다.
이미 국내 내수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이 20%에 육박하고 있는데 이번 FTA 재협상으로 인해 수입차 점유율이 30%까지 높아질 수 있고 국내 완성차 업계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자동차를 수요산업으로 두고 있는 철강업계도 좌불안석이다.
당초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에 따라 우리나라 수입 철강에 대해 53%의 관세율을 부과하는 방안까지 검토한 바 있다.
이후 25% 관세율을 부과키로 했다가 모든 철강 제품에 대해 수입량 제한(수입할당제)을 적용해 2015~2017년 물량의 70% 수준으로 규제키로 했다.
최근에는 미국 정부가 최근 한국산 철강 제품에 적용하고 있는 쿼터에 대한 품목별 예외를 허용키로 결정함에 따라 한숨 돌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철강업계는 자동차 강판 가격 현실화를 두고 또 다시 고민에 휩싸일 수 있다.
특히 현대제철은 현대·기아차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미국의 관세 부과에 더욱 신경쓰는 모양세다. 현대제철이 연간 현대·기아차에 공급하는 자동차 강판, 특수강, 선재 물량은 450만~500만t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낮은 가격으로 자동차 강판 등을 공급하고 있는데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현대·기아차가 자동차 강판 가격 동결 또는 인하를 요구할 수 있고 생산된 제품을 통해 이윤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현대·기아차의 미국으로 향하는 수출 물량 약 6~70만대에 사용되는 자동차 강판 60~70만t에 대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추산이다.
르노삼성, 한국지엠 등에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는 포스코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국 수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생각할 때 포스코는 40만t~43만t의 자동차용 강판 판매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우리나라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자동차 등 수요 산업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고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철강업계에 미치는 파장도 적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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