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국립극단이 9~10월 서계동 소극장 판의 '연출의 판'을 통해 신작 쇼케이스를 연다. 지난해 말 부임한 이성열(56) 예술감독이 선보이는 작품개발 프로젝트다. 소극장 판을 연출가 중심의 '실험극장'으로 발전시키자는 취지다.
지원금을 위한 경쟁과 심사 없이 예술활동이 어려운 연극계에서 포장 없이 연출가가 자신의 목소리를 솔직하게 낼 수 있도록 했다.
9월 8~10일 '프로토콜'을 선보이는 박 연출은 '전환의 장'이라는 표현으로 이번 프로젝트의 실험성과 자율성을 설명했다. "'연출의 판'인데 오히려 '연출'을 내려놓고 있다"고 말했다. "연극이 필요 이상 엄숙해지고 무거워졌어요. 그것을 하나둘씩 덜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죠. 그래서 '까부는 외형'을 취했어요. 연극이 필요 이상으로 무거워지고 엄숙해진 것은 연출의 탓이 커요. 연출이 없는 공연을 지향합니다."
올해의 주제는 '국립극단 연극선언문'이다. '우리의 연극은 지금 여기 인간다운 삶의 진실을 담는다'로 시작하는 선언문은 국립극단이 2010년 재단법인으로 출발하면서 내걸었다. 네 연출가는 이 선언문에 대해 토론하면서 연극의 공공성과 동시대성을 논했다.
이로 인해 남 연출은 기존의 모든 습관을 버리는 기회가 됐다. 과거 국립극단에서 청소년극 '소년이 그랬다'를 연출한 남 연출은 "공공극장에서 가지고 있는 부담감은 좋은 결과를 위해서 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다 보면 권력 관계, 힘의 문제가 생기고 그 과정 속에서 개인의 변화와 성찰이 없는 느낌이 든다. 이번에는 '실패해도 괜찮다'는 응원 아래 국립극단의 미래 역할에 대해 함께 고민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10월 5~7일 '아기'를 선보이는 하 연출은 '국립극단 연극선언문'에 대해 "연극의 공공성에 대한 질문이고, 동시대에 어떻게 정의할 지에 대한 고민"이라고 했다.
김 연출이 10월 13~15일 '불안'을 주제로 선보이는 '잉그리드, 범람'은 만들어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30~40대 비교적 젊은 배우들이 연습실이 아닌 온라인 공간에서 연습을 한다. 배우들은 9월12일부터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온라인에서 연습한다. 공연을 5일 앞둔 10월8일 극장에서 처음 만난다. 연습과정은 9월30일 온라인에 공유한다.
김 연출은 "배우와 저의 관계, 배우와 배우의 관계 등 인간적인 관계의 실험이 될 것"이라면서 "첫 만남 때 각자가 어떻게 연극을 대하고 있었는가에 대한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극장의 공공성, 연극의 동시대성에 대한 논의를 꽤나 치열하게 해왔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이런 논의가 본인들의 작업을 정리하는 동시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작업을 모색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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