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부품 75% 이상 역내 생산해야 무관세 적용
협정 유효기간은 16년…6년마다 내용 재검토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하고 ISDS는 완화할 듯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미국과 멕시코가 27일(현지시간) 합의한 무역 협정은 자동차 원산지 규정, 일몰 조항, 지식재산권 보호 등의 이슈에서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보다 미국의 요구 사항이 많이 반영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가장 핵심적인 이슈였던 자동차 원산지 규정은 미국과 멕시코가 타협점을 찾았다.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자동차가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되려면 부품 등 구성요소의 75% 이상이 미국 또는 멕시코에서 생산된 제품이어야 한다. 기존 나프타에서 이 비율은 62.5%로 설정돼 있었지만, 미국은 85%까지 올려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이와 함께 양국은 자동차 부품의 40~45%를 시급 16달러 이상의 노동자가 생산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에도 합의했다.
'일몰 조항'도 미국의 요구보다 다소 수위를 낮춰 협정에 반영됐다. 당초 미국은 5년마다 협정을 재검토하고 당사국이 서명하지 않을 경우 협정이 해지되는 일몰 조항을 요구했다. 하지만 미국과 멕시코는 협정의 유효 기간을 16년으로 설정하고 6년 마다 협정 내용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양국이 합의하지 못할 경우 일정 기간 후에는 협정이 파기되는 구조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재검토를 거치면 협정은 16년 연장된다고 설명했다.
지식재산권 문제에 대한 조항도 보완됐다. 양국은 미국의 지식재산권 보유자들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당국이 국경에서 불법복제물이나 위조품의 반입을 금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멕시코는 첨단 의약품 생산자들에게 10년간의 보호 기간을 제공해야 한다.
디지털 교역에 대한 기준도 확립했다. 양국은 전자적으로 배포되는 디지털제품(전자책, 동영상, 음악, 소프트웨어, 게임)에 관세나 다른 차별적 조치가 적용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디지털 콘텐츠 공급자를 보호하기 위해 독점적인 소스코드나 알고리즘 공개를 요구하는 정부의 능력도 제한된다.
주류 수출입 문제에 대한 양국의 마찰도 해소됐다. 미국은 데킬라와 메스칼, 멕시코는 버번 위스키와 테네시 위스키를 계속해서 협정 대상 품목으로 인식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멕시코는 특정 명칭의 미국산 치즈에 대한 시장 접근을 제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나프타가 다루지 않고 있는 노동 문제에 대한 합의도 이뤄졌다. 멕시코는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입법적 조치를 취하기로 약속했다. 또 미국과 멕시코는 이번 협정에 노동과 환경 문제를 다루기 위한 별도의 챕터를 만들기로 했다.
투자자 국가 분쟁 해결(ISDS) 조항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ISDS 조항은 캐나다나 멕시코에 진출하는 미국 기업들에게 유용한 제도지만 기업들의 자국 내 투자를 중시하는 미국 정부에게는 불만의 대상이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미국과 멕시코 양측이 ISDS 완화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협상 타결 이후 "나프타라는 이름을 완전히 없애기를 바란다. 이 단어에는 부정적인 느낌이 있다"며 "우리는 이를 '미국과 멕시코 간 무역협정'이라고 부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과 멕시코는 이번 합의가 아직 예비적인 단계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캐나다를 협상에 참여시킨 뒤 이번 합의에 가깝게 나프타를 개정하겠다는 의도다.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부 장관은 오는 28일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과의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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