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자녀가 무슨 죄라고…' 충북서 해마다 일가족 극단적 선택 사건

기사등록 2018/08/26 13:16:51

최종수정 2018/08/26 13:34:58

경찰, 옥천 네 모녀 사망 유력 용의자 40대 가장 지목

지난 4월 증평서도 40대 엄마가 3살 딸 살해 후 숨져

비속살해는 가중 처벌 안 돼…부모 숨지면 수사 종결

【옥천=뉴시스】송휘헌 기자 = 25일 오후 1시47분께 충북 옥천군 한 아파트에서 A(39·여)씨와 그의 세 딸(10세, 9세, 8세)이 숨진 채 발견됐다. 몸에 자해를 한 채 발견된 A씨의 남편 B(42)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은 폴리스라인이 설치된 A씨의 집 현관문. 2018.08.25. hhsong@newsis.com
【옥천=뉴시스】송휘헌 기자 = 25일 오후 1시47분께 충북 옥천군 한 아파트에서 A(39·여)씨와 그의 세 딸(10세, 9세, 8세)이 숨진 채 발견됐다. 몸에 자해를 한 채 발견된 A씨의 남편 B(42)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은 폴리스라인이 설치된 A씨의 집 현관문. 2018.08.25. [email protected]

【청주=뉴시스】임장규 기자 = 지난 25일 충북 옥천에서 숨진 채 발견된 네 모녀의 사망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40대 가장이 수사선상에 오른 가운데 신변을 비관한 일가족 살해 범죄가 또다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의사능력이 미약한 어린 자녀의 소중한 생명을 함께 앗아가는 부모의 극단적 선택이 끊이지 않고 있어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증평 모녀 사망사건도 가족 살해범죄의 한 사건이었다. 지난해 남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심적 고통에 시달리던 A(41)씨는 의사능력이 부족한 세 살배기 딸을 극약으로 살해한 뒤 본인도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당시 A씨는 "남편이 떠난 뒤 심적으로 힘들다. 딸도 데려가겠다"는 말을 유서에 남겼다. 가족 모두가 극단적 선택에 동의한 송파 세 모녀와 달리 A씨의 세 살배기 딸은 엄마와 함께 세상을 떠나는 것에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지난해 2월 청주시 남이면에서도 유사사건이 발생했다. 신변을 비관한 50대 남성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질러 지적장애 2급인 9세 아들과 함께 목숨을 끊었다. 이 장애아동 역시 부모의 극단적 선택에 꿈 많던 삶을 일찍 마감해야 했다.

 2016년 9월에는 사업 실패로 수십억원의 채무에 시달리던 40대 부부가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15세, 12세 딸들과 함께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2014년 2월 청주의 한 빌라에서는 50세 엄마와 28세, 22세 딸이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함께 생을 마감했다. 2013년 12월에는 청주에 사는 30대 가장이 충남 금산의 한 펜션에서 생활고 등을 이유로 부인과 9세 딸, 6세 아들을 살해한 뒤 교통사고로 숨졌다.

 2012년 11월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도 31세 엄마와 5살 아들, 2살 딸이 '사는 게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같은 달 제천에서는 58세 엄마와 39세, 36세 딸이 사업 투자실패 등을 이유로 승용차 안에서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26일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13부터 2017년까지 충북에서는 부모 살해 범죄가 10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어린 자녀를 살해한 범죄는 따로 집계되지 않았다. 직계존속과 달리 직계비속 살해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이 없어서다.

 형법 상 영아살해 처벌 규정이 있긴 하지만, 이는 부모가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분만중 또는 분만직후의 영아를 살해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해당 사유 없이 어린 자녀를 살해했을 땐 보통살인죄로 처벌되나 이마저도 부모가 동반 자살했을 땐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가해자가 숨졌을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 종결되기 때문이다.
 
 도내한 아동보호기관 관계자는 "어린 자녀를 살해하는 것도 엄연한 패륜(悖倫) 범죄"라며 "비속살해에 대한 법적 처벌규정이 강화돼야 할 뿐 아니라 어린 아이들이 희생당하지 않도록 벼랑 끝에 내몰린 부모에 대한 사회적 안정망도 보다 촘촘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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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자녀가 무슨 죄라고…' 충북서 해마다 일가족 극단적 선택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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