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경제 '퍼펙트 스톰' 상황에 美제재 더해졌을 뿐"
외화부채 기댄 성장에 '쌍둥이 적자'…금리 정책도 역효과
터키 외화부채, GDP 대비 50% 웃돌아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미국의 제재 위협으로 촉발된 터키 리라화 폭락의 근본적 원인은 막대한 외화 부채와 재정 적자, 잘못된 금리 정책 등 취약한 경제 기반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CNBC방송은 13일(현지시간) 리라화 가치가 지난 주 미국의 제재 발표 이후 급락한 까닭은 터키 경제가 이미 '퍼펙트 스톰'(perfect strom. 여러가지 경제적 위험 요인이 복합적으로 발생한 상황)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 미국인 목사 구금을 이유로 터키산 철강·알루미늄에 2배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리라화 가치는 달러 대비 20% 넘게 추락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터키를 노리는 음모가 벌어지고 있다며 경제 위기를 부인했지만 전문가들은 재정 상태 악화, 투자 심리 불안, 경제 운영 실패로 흔들리던 터키 경제에 미국의 위협이 더해진 것 뿐이라고 꼬집었다.
터키는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률을 자랑했다. 지난해 경제 대국인 중국, 인도보다 뛰어난 성적을 냈고 올해 2분기에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7.22%를 내며 순항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터키의 이 같은 경제 확장은 외화 부채에 힘입은 것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경기 부양을 위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을 때 터키 은행과 기업들은 달러화표시 부채를 늘려갔다.
외화 부채를 통해 소비와 지출을 촉진한 결과 터키 경제는 국가 재정 수지와 경상수지 모두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현재 터키의 외화 부채는 GDP 대비 50%를 웃돈다.
인도네시아 역시 터키처럼 '쌍둥이 적자'와 외화 부채 증가 문제를 겪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와 달리 터키는 일이 틀어 졌을 때 경제를 구제하기에 충분한 준비금을 갖춰 놓고 있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리서치업체 크레딧사이츠의 리처드 브릭스 연구원은 이는 통화가치가 떨어져도 터키가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리라화를 사들일 역량이 부족하다는 의미라며, 이렇게 되면 터키는 부채를 감당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같은 다른 방도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터키 중앙은행이 제 역할을 했다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터키 경제는 올해 7월 기준 물가상승률이 중앙은행 목표치인 5%를 크게 웃도는 16%를 기록하며 과열된 상태였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면 급격한 물가 상승을 막을 수 있었겠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서라며 금리 인하 방침을 고수했다. 그의 무소불위 권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은 달갑지 않았다.
브릭스 연구원은 "에르도안 대통령은 성장과 낮은 금리를 계속 우선시하고 있는데 이는 경제 균형을 가능케 하는 게 아니라 통화 위기를 확대시킨다"며 "그가 집권하고 있지만 시장은 그를 신뢰하지 않는다. 위험한 조합"이라고 말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에릭 로버트센 외환 담당 글로벌헤드는 금리 인상 외에는 터키가 경제 문제를 벗어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터키 정부가 발표한 외환 거래 제한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로버트센 헤드는 "금리 정책은 일종의 마지막 방어선"이라며 "전면적인 자본 도피 상황에서 통화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 통화 조치와 기준 금리의 조합이 필요하다. 다른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CNBC방송은 13일(현지시간) 리라화 가치가 지난 주 미국의 제재 발표 이후 급락한 까닭은 터키 경제가 이미 '퍼펙트 스톰'(perfect strom. 여러가지 경제적 위험 요인이 복합적으로 발생한 상황)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 미국인 목사 구금을 이유로 터키산 철강·알루미늄에 2배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리라화 가치는 달러 대비 20% 넘게 추락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터키를 노리는 음모가 벌어지고 있다며 경제 위기를 부인했지만 전문가들은 재정 상태 악화, 투자 심리 불안, 경제 운영 실패로 흔들리던 터키 경제에 미국의 위협이 더해진 것 뿐이라고 꼬집었다.
터키는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률을 자랑했다. 지난해 경제 대국인 중국, 인도보다 뛰어난 성적을 냈고 올해 2분기에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7.22%를 내며 순항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터키의 이 같은 경제 확장은 외화 부채에 힘입은 것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경기 부양을 위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을 때 터키 은행과 기업들은 달러화표시 부채를 늘려갔다.
외화 부채를 통해 소비와 지출을 촉진한 결과 터키 경제는 국가 재정 수지와 경상수지 모두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현재 터키의 외화 부채는 GDP 대비 50%를 웃돈다.
인도네시아 역시 터키처럼 '쌍둥이 적자'와 외화 부채 증가 문제를 겪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와 달리 터키는 일이 틀어 졌을 때 경제를 구제하기에 충분한 준비금을 갖춰 놓고 있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리서치업체 크레딧사이츠의 리처드 브릭스 연구원은 이는 통화가치가 떨어져도 터키가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리라화를 사들일 역량이 부족하다는 의미라며, 이렇게 되면 터키는 부채를 감당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같은 다른 방도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터키 중앙은행이 제 역할을 했다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터키 경제는 올해 7월 기준 물가상승률이 중앙은행 목표치인 5%를 크게 웃도는 16%를 기록하며 과열된 상태였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면 급격한 물가 상승을 막을 수 있었겠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서라며 금리 인하 방침을 고수했다. 그의 무소불위 권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은 달갑지 않았다.
브릭스 연구원은 "에르도안 대통령은 성장과 낮은 금리를 계속 우선시하고 있는데 이는 경제 균형을 가능케 하는 게 아니라 통화 위기를 확대시킨다"며 "그가 집권하고 있지만 시장은 그를 신뢰하지 않는다. 위험한 조합"이라고 말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에릭 로버트센 외환 담당 글로벌헤드는 금리 인상 외에는 터키가 경제 문제를 벗어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터키 정부가 발표한 외환 거래 제한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로버트센 헤드는 "금리 정책은 일종의 마지막 방어선"이라며 "전면적인 자본 도피 상황에서 통화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 통화 조치와 기준 금리의 조합이 필요하다. 다른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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