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케어 1년]비급여 산더미…규제완화 건보보장률 달성 장애 우려

기사등록 2018/08/09 14:25:24

대책 수립 1년째 비급여 항목 3600여개

"文케어 핵심 '예비급여' 성과 안 보여"

잇딴 의료규제 완화에 "보장성 강화 요원"

【성남=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경기도 성남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를 방문해 네오펙트의 재활치료용 글러브를 체험하고 있다. 2018.07.19. photo1006@newsis.com
【성남=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경기도 성남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를 방문해 네오펙트의 재활치료용 글러브를 체험하고 있다. 2018.07.19.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임재희 기자 =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문재인케어)' 1년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문부호를 단다. 비급여 항목이 3600여개나 되는데 급여화를 위한 '예비급여' 신설 소식은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의료기기 분야 규제 완화'와 삼성의 약값 인상 요구 등이 의료비 부담 요인으로 작용, 건강보험 보장률 70%란 문재인케어 목표 달성이 어려울 거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핵심은 아직 추진되지 않았다"며 "예비급여가 극히 일부분만 돼 이전 정부와 차별성을 드러낼 만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예비급여'란 효과는 있으나 가격이 높아 비용 효과성이 떨어지는 비급여에 대해 본인부담률을 30~90%로 차등적용한 뒤 3~5년간 평가를 거쳐 급여화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비용 효과성 입증이 덜된 비급여도 건강보험 영역으로 편입돼 환자 부담은 줄어들게 된다.

 권 교수는 "3대 비급여 가운데 아직 남아있는 간호·간병비(1월 선택진료비 폐지, 7월 2·3인실 상급병실료 건강보험 적용)는 예전부터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시간문제"라며 "아직 예비급여제도가 구체적으로 실행됐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1년이 지났다고 성과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예비급여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5일 국회 업무보고에서도 "3600여개 의학적 비급여는 의료계와 협의를 거쳐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중단됐던 '의-정 협의체'를 5월부터 재개해 3차례 만난 상태다.

 그러나 복지부의 '비급여의 급여화' 대화 파트너인 의사들은 여전히 정부에 불만을 토로한다.

 정성균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회원들이 최대한 피해를 보지 않는 한도내에서 정부와 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정부가 의사들의 전문성이나 자율성에 신뢰를 보이지 않은채 지금처럼 최선의 진료보다 비용 통제에 치중하다 보면 의료 본질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의료분야에서 주목받은건 문재인케어보다 '규제 완화'였다.
【평택=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이 6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기념촬영을 마친 뒤 박수치고 있다. 2018.08.06. photo@newsis.com
【평택=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이 6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기념촬영을 마친 뒤 박수치고 있다. 2018.08.06. [email protected]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경기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혁신성장 확산을 위한 의료기기분야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의료기기 인·허가 제도를 '선(先) 허용 후(後) 평가' 방식으로 바꿔 인공지능(AI) 등 첨단의료기술 시장진입시기를 앞당긴다는 게 골자다.

 경제·산업계가 원격의료 규제 완화를 요구한 가운데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같은날 기자들과 만나 "의료인간 원격진료 행위를 개발하고 좋은 기술이 확보되면 이해당사자 의견을 충분히 구해 단계적으로 일반에 확대하겠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일자 의료법이 허용하는 범위인 '의료인-의료인간 원격의료'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6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바이오분야 규제 개선을 요청했다. 특히 기존 의약품과 최종 산물이 달라 비슷한(similar) 기능의 복제 의약품인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약값 인상을 사실상 요구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각종 의료분야 규제가 건강보험 보장률을 목표치인 70%(2015년 기준 63.4%)까지 끌어올리는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신영전 한양대 의대 교수는 "약가 인상 등 의료민영화 규제를 풀어주면 의료비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대형병원 중심인 의료전달체계 개편이나 지불보상제도에 손도 못대고 있는데 의료비까지 상승되면 보장성강화는 요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하다가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처럼 또한번 사과 성명을 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보건의료 시민사회에선 이런 움직임을 참여정부에서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져 온 의료영리화 조짐으로 보고 '건강보험 보장성 후퇴'를 걱정한다.

 김재헌 무상의료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진보쪽 의료단체에선 '문재인케어'가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며 "문재인정부에서 어려운 경제상황의 실마리를 의료산업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과연 아픈 환자들을 통해 기업들이 돈을 버는 일을 민생경제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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