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건설산업 혁신방안', '어촌뉴딜 300 추진계획'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2018.06.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중국이 예전에는 저희 하청이었는데 이제는 독자적으로 수주하고, 우리와 컨소시엄을 맺기도 한다. 때로는 국내 건설사가 (중국건설사의) 하청으로 들어간다.”
국내 건설업계의 좌장격인 현대건설 관계자는 28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중국, 인도, 터키를 비롯한 후발주자들과, 미국·유럽·일본 등 선발주자들 사이에 ‘넛 크래커’처럼 끼인 건설사들의 고충을 이같이 토로했다. 해외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어온 토종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은 후발 주자들에게, 기술 경쟁력은 선도업체들에 밀리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뜻이다.
중동을 비롯한 각국의 건설시장을 무한경쟁의 장으로 바꿔놓은 대표주자가 중국이다. 중국 업체들은 광대한 자국 시장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축적한 시공능력을 발판삼아 선도업체들과 기술격차를 빠르게 좁히며 주요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자국내 사업이 충분한데도 해외까지 나와서 (우리 기업들의) 밥그릇을 빼앗고 있다”며 위기감을 피력했다.
인도와 터키를 비롯한 후발주자들도 맹추격을 펼치는 또 다른 도전자들이다. 인도의 L&T (Larson and Tourke)는 시공 부문의 강점을 앞세워 한국 업체들의 텃밭을 공략하고 있다. 터키의 폴리멕스 (Polimeks Insaat Taahhut ve San Tic AS)도 주목을 끈다. 후발주자들의 맹렬한 추격 속에 한국기업들이 딱히 내세울만한 경쟁우위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경쟁의 문법도 바뀌고 있다.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며 경쟁 영역도 확대되고 있다. IPP(민자발전· Independent Power Producer)시장이 대표적이다. 미츠이 미쯔비시 마루베니 이토츠 스미토모를 비롯한 일본의 종합상사들이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한국 건설사들도 이 분야에 곁눈질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림산업을 제외하고는 아직 이 분야에서 별다른 성공사례는 눈에 띄지 않는다.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혁명이 바꿔놓을 산업 지형도 아직은 그 변화의 파고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 건설사들이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든 것은 ‘자업자득’이라는 비판도 고개를 든다. 건설업 가치사슬 중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시공 부문에 머물면서 중국, 인도를 비롯한 후발주자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게 이러한 비판의 골자다. 부가가치가 높은 개발(development)이나 O&M(유지관리) 쪽을 두드렸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업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토부관계자는 시공부문의 노동생산성도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주력시장인 시공분야도 선진국 대비 노동생산성이 50% 수준으로 개도국과의 기술격차가 좁혀질 경우 급격한 입지위축이 우려된다”고 우려를 피력했다.
하지만 고부가가치 영역 진출의 성적표도 아직까지는 신통치 않다. 일본, 유럽, 미국 등 기존 강자들이 건설업 가치사슬의 상류를 점유한 채 그물망을 던져 큰 물고기들을 낚는 데 비해, 시공 부문에 강한 한국, 중국, 인도, 터키 등은 저가 수주가 횡횡하는 과당 경쟁의 무대에서 출혈경쟁을 하고 있는 게 현주소다. 중남미 시장의 강자인 스페인 업체들까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일부 물량을 싹쓸이 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한국기업들이 강점을 지난 플랜트 부문에서도 후발 주자들의 추격이 거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 SK, GS 등 그룹내 석유화학 사업을 영위하는 건설사들이 상대적으로 (플랜트 부문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716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해외건설 수주는 지난해 290억 달러에 그치는 등 급락해왔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건설산업 혁신방안에도 이러한 위기감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 주도로 연구개발(R&D)을 대폭 늘려 산업 혁신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에서 이러한 의지가 읽힌다. 오는 2027년까지 신기술 부문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투자 부문은 건설자동화,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유지관리, 스마트 건설재료, 메가스터럭처 분야 등이다. LH는 앞서 지난 4월 11일 건설 장비에 센서, 안테나 등을 장착해 일부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신기술을 건설현장에 시범적용해 운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혁신방안은 아울러 시장질서 교란을 바로잡는데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정경쟁의 장을 조성해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건설부문의 고질적 병폐에도 메스를 대 환부를 도려내는 등 근로 여건이 개선되면, 청년층의 건설산업 유입도 늘 것이라는 청사진도 눈길을 끈다. 김일평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은 “여러 차례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구조개편 등을 추진해왔다”면서 “이번에는 근본적으로 혁신해 보자는 차원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작업해서 이번에 수차례 업계, 혁신위 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거쳐서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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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설업계의 좌장격인 현대건설 관계자는 28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중국, 인도, 터키를 비롯한 후발주자들과, 미국·유럽·일본 등 선발주자들 사이에 ‘넛 크래커’처럼 끼인 건설사들의 고충을 이같이 토로했다. 해외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어온 토종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은 후발 주자들에게, 기술 경쟁력은 선도업체들에 밀리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뜻이다.
중동을 비롯한 각국의 건설시장을 무한경쟁의 장으로 바꿔놓은 대표주자가 중국이다. 중국 업체들은 광대한 자국 시장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축적한 시공능력을 발판삼아 선도업체들과 기술격차를 빠르게 좁히며 주요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자국내 사업이 충분한데도 해외까지 나와서 (우리 기업들의) 밥그릇을 빼앗고 있다”며 위기감을 피력했다.
인도와 터키를 비롯한 후발주자들도 맹추격을 펼치는 또 다른 도전자들이다. 인도의 L&T (Larson and Tourke)는 시공 부문의 강점을 앞세워 한국 업체들의 텃밭을 공략하고 있다. 터키의 폴리멕스 (Polimeks Insaat Taahhut ve San Tic AS)도 주목을 끈다. 후발주자들의 맹렬한 추격 속에 한국기업들이 딱히 내세울만한 경쟁우위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경쟁의 문법도 바뀌고 있다.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며 경쟁 영역도 확대되고 있다. IPP(민자발전· Independent Power Producer)시장이 대표적이다. 미츠이 미쯔비시 마루베니 이토츠 스미토모를 비롯한 일본의 종합상사들이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한국 건설사들도 이 분야에 곁눈질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림산업을 제외하고는 아직 이 분야에서 별다른 성공사례는 눈에 띄지 않는다.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혁명이 바꿔놓을 산업 지형도 아직은 그 변화의 파고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 건설사들이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든 것은 ‘자업자득’이라는 비판도 고개를 든다. 건설업 가치사슬 중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시공 부문에 머물면서 중국, 인도를 비롯한 후발주자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게 이러한 비판의 골자다. 부가가치가 높은 개발(development)이나 O&M(유지관리) 쪽을 두드렸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업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토부관계자는 시공부문의 노동생산성도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주력시장인 시공분야도 선진국 대비 노동생산성이 50% 수준으로 개도국과의 기술격차가 좁혀질 경우 급격한 입지위축이 우려된다”고 우려를 피력했다.
하지만 고부가가치 영역 진출의 성적표도 아직까지는 신통치 않다. 일본, 유럽, 미국 등 기존 강자들이 건설업 가치사슬의 상류를 점유한 채 그물망을 던져 큰 물고기들을 낚는 데 비해, 시공 부문에 강한 한국, 중국, 인도, 터키 등은 저가 수주가 횡횡하는 과당 경쟁의 무대에서 출혈경쟁을 하고 있는 게 현주소다. 중남미 시장의 강자인 스페인 업체들까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일부 물량을 싹쓸이 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한국기업들이 강점을 지난 플랜트 부문에서도 후발 주자들의 추격이 거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 SK, GS 등 그룹내 석유화학 사업을 영위하는 건설사들이 상대적으로 (플랜트 부문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716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해외건설 수주는 지난해 290억 달러에 그치는 등 급락해왔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건설산업 혁신방안에도 이러한 위기감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 주도로 연구개발(R&D)을 대폭 늘려 산업 혁신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에서 이러한 의지가 읽힌다. 오는 2027년까지 신기술 부문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투자 부문은 건설자동화,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유지관리, 스마트 건설재료, 메가스터럭처 분야 등이다. LH는 앞서 지난 4월 11일 건설 장비에 센서, 안테나 등을 장착해 일부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신기술을 건설현장에 시범적용해 운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혁신방안은 아울러 시장질서 교란을 바로잡는데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정경쟁의 장을 조성해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건설부문의 고질적 병폐에도 메스를 대 환부를 도려내는 등 근로 여건이 개선되면, 청년층의 건설산업 유입도 늘 것이라는 청사진도 눈길을 끈다. 김일평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은 “여러 차례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구조개편 등을 추진해왔다”면서 “이번에는 근본적으로 혁신해 보자는 차원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작업해서 이번에 수차례 업계, 혁신위 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거쳐서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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