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그룹에 어깃장을 놓고 있는 가운데 유럽이 미국의 G7 이탈 이후를 주목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G7 내 유럽 국가의 고위 관리들은 지난 8~9일 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와 그 이후의 양상을 서방 분열의 분수령으로 해석했다.
G7은 지난 9일 폐막하면서 규칙에 기초한 국제무역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무역 문제에 있어 미국과의 큰 마찰에도 불구하고 모든 G7 국가들이 "일치된 목소리로" 공동성명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먼저 G7 현장을 떠난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트위터를 통해 공동성명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논란이 됐다.
이번 일을 계기로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를 관리하는 방법을 빠르게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력한 '브로맨스'적 접근을 포함한 유럽의 모든 트럼프 행정부 대응법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파리기후변화협정과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을 탈퇴하는 한편 주 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등 지속적으로 유럽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최근 유럽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강행하기도 했다.
WSJ는 "유럽 관리들은 이미 이같은 전력이 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G7 공동성명 이탈에 놀라움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내 고위 관리들이 G7 안팎의 동료 지도자들에게 보여준 거친 수사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국가의 한 고위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멍청했다"며 "특히 마크롱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트뤼도 총리에 대한 공개적인 조롱"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에 대해 "매우 부정직하고 유약한 사람"이라고 맹비난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도 트뤼도 총리를 향해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었다.
유럽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G7이 아닌 북한 김 위원장과의 관계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이 아니라 김 위원장과 같은 강경파와 대화하는 것에 더 많은 관심과 열의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유럽 당국은 G7에서 보여준 불협화음이 단순히 일시적인 문제가 아닐 것으로 보고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 국내 지지율 감소를 감수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군비 지출을 확대하는 방안, 중국 등 다른 동맹국을 찾는 방안,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방안, 무역 전쟁으로 맞불을 놓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싱크탱크 카네기 유럽의 토마스 바살렉은 "트럼프 대통령이 더 큰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으로 대응한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되겠느냐"며 무역전쟁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어 "유럽연합(EU)은 무역전쟁을 피하는 선에서 트럼프 행정부를 저지할 수 있는 다른 분야를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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