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북미회담 입장 누가 먼저하고 뭘 먹을까

기사등록 2018/06/04 16:08:46

NYT, 북미 양측 현재 논의중인 세부사항을 상세히 보도

애주가 김정은과 술 안마시는 트럼프 건배 음료도 관심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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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현미 기자 = 북미 정상회담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첫 만남을 위한 세부사항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NYT는 3일(현지시간) 북미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서 정상들의 자리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협상 테이블에 배석하는 이들은 누구로 할 것인지, 식사 및 휴식 시간은 어떻게 하고, 애주가인 김 위원장과 술을 전혀 안마시는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건배 음료는 무엇으로 할 것인지, 교환할 선물은 또 무엇으로 할 것인지 등을 모두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엇보다 최우선 순위는 보안이다. 개최국인 싱가포르가 도로 및 기타 공공시설에 대한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쓰겠지만 북미 양국도 자국 정상들의 안전을 두루 살필 수 밖에 없다.

 통상 미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나서면 리무진, 헬리콥터, 기타 보호 차량 뿐 아니라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 요원들을 동행한다. 반면 김 위원장은 해외 순방 경험이 거의 없다. 싱가포르는 그가 지난 2011년 권력을 장악한 이후 여행하는 가장 먼 곳이다.

 또 각국 정상들이 국제회의 개최지에서 만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3국에서 일대일로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와 관련해 베테랑 외교관들은 싱가포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를 지낸 에반스 J.R. 리비어는 김 위원장은 "한반도에서 멀어질수록" 더 불편하게느낄 것 같다면서, "그것은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미 양측은 정상회담 개최 장소에 대해 아직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샹그릴라 호텔은 역대 미 대통령들이 머물기를 즐겼던 곳이다. 한 전직 싱가포르 관리는 센토사섬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개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 헤이긴 대통령 부비서실장이 현재 이 센토사섬에 현재 머물고 있다. 다른 전직 싱가포르 관리는 샹그릴라 호텔이나 센토사섬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정상회담이 진행될 수 있다고도 말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일 헤이긴 부실장이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과 정상회담 개최시 호텔 이용료 등 김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의 비용을 누가 내느냐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경우 자국 관리들이 해외 여행을 할 경우 다른 나라가 경비를 지급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NYT는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때 한국 정부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 북한 대표단을 위한 호텔, 식사, 교통비 등 약 22만5000 달러(약 2억4000만원)를 지불했고, 북측 선수단을 위해 추가로 12만1000 달러(약 1억3000만원)를 추가로 냈다고 언급했다.

 지난 주말 응 엔 헨 싱가포르 국방장관은 자국이 북측의 비용 중 일부 내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얼마나 많은 금액을 싱가포르가 낼 것인지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누가 돈을 내느냐는 결국 북미 정상회담에서 주인 노릇을 실제로 누가 하느냐는 문제와 직결된다. 그것은 곧 식사 메뉴를 누가 정할 것인가, 회의장에는 누가 먼저 들어갈 것인가 등 다른 많은 것들을 결정하는데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차관은 "대통령과 김(정은)이 모두 쇼를 연출하는 게 될 것"이라며 "이점을 얻기 위한 몇 가지 조치들을 추가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셔먼 전 차관은 지난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과 함께 방북,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정상들을 만날 때 공식적인 의전을 무시하고 캐주얼한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북한 당국자들은 사전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테이블의 어느 쪽에 앉는지 등 세부사항에 대해 상당히 의식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한 일본 외교관에 따르면 정상회담 때는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이 회의 장소로 먼저 들어가고 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앉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출입구가 2개인 방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지난 2005년 당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을 때 방에서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고 잠긴 문으로 나가려고 했었다. 따라서 정상회담 기획자들은 이런 부분도 세심하게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 

 이처럼 두 정상을 향하고 있는 카메라가 멈추기 전 예상할 수 있는 많은 단계들을 사전에 미리 계획해야 하는 게 정상회담 기획자들의 역할이다. 기획자들은 북미 양국은 정상회담 공식 사진에 양국 국기가 어떻게 찍히도록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협상할 수 있다.

 야부나카 미토지 전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북한을 공식적으로 국가로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라면서, 미국과 북한 간에 공식적인 외교관계가 성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국기를 보여주는 것은 중대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가장 큰 이점은 모든 세부사항을 통제할 평양이 아니라는 게 될 것이라고 NYT는 지적하기도 했다.

 셔먼 전 차관은 "싱가포르에서 회담을 하는 것은 북한인들에게 휘둘리지 않기 때문에 큰 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토마스 허버드 전 주한 미 대사는 지난 2000년 올브라이트 전 장관이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북한 관리들조차도 "올브라이트 장관이 도착할 때까지 언제, 어디서 김정일 위원장과 만날 것인지를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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