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서유럽 사상 최초 극우·포퓰리즘 정부 탄생 임박

기사등록 2018/05/11 08:56:33

유럽 각국 확산 우려 커져

【런던=AP/뉴시스】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오성운동 대표가 지난달 31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웃고 있다. 이날 디 마이오 대표는 기업가 및 투자자를 만나 이탈리아 경제 안정이 최우선 목표라고 주장했다. 2018.02.01
【런던=AP/뉴시스】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오성운동 대표가 지난달 31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웃고 있다. 이날 디 마이오 대표는 기업가 및 투자자를 만나 이탈리아 경제 안정이 최우선 목표라고 주장했다. 2018.02.01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이탈리아에서 서유럽 사상 최초의 완전한 극우·포퓰리즘 정부 탄생이 임박했다.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 동맹당 간 연립정부 구성 협상이 진전되면서다.

 1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와 마테오 살비니 동맹당 대표는 이날 회담 후 공동성명을 내 "이탈리아의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며 "정부 구성을 위해 가능한 한 빨리 움직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디 마이오 대표는 페이스북에 "마침내 이탈리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쁨과 행복을 숨길 수 없다"고 밝혔다.

 알폰소 보나파데 오성운동 최고위 의원 역시 이날 이탈리아 정치 토크쇼 '피아차풀리타(Piazzapulita)'에서 "오성운동과 동맹당 간 회담이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지난 3월 총선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우파연합(37%)과 단일 정당으로 선두를 달린 오성운동(33%)이 손을 잡은 연정 탄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됐으나 우파연합 내 전진이탈리아당을 이끄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거취를 둔 입장 차로 협상이 결렬됐다.

 오성운동은 부패와 성추문 등으로 얼룩진 기성정치의 상징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포함된 어떤 정부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역시 오성운동을 비민주적 정당이라며 비판하면서 연정에 반대하고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9일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연정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면서 이대로 종결되는 듯 했던 우파연합의 동맹당과 오성운동 간 연정 협상 상황은 급격한 반전을 맞았다.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이 직접 꾸리는 임시 중도내각을 임명하기 직전의 일이다.

 루이스 귀도 카를리 대학의 마시밀리아노 파나라리 정치학 교수는 WP에 "이들은 이탈리아 새 정치 체제의 문지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성운동과 동맹당은 민족주의, 반(反) 유럽연합(EU) 등 기본적인 이데올로기에서 공통점을 가진다"며 "이같은 지점에 합의의 기반이 있다고 본다"고 연정 성사 가능성을 점쳤다.
【밀라노=AP/뉴시스】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동맹당(구 북부동맹) 대표가 4일(현지시간) 진행된 총선에서 한 표를 던지고 있다. 총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우파연합 가운데서도 동맹당이 가장 많은 표를 획득할 것으로 보이면서 살비니 대표가 차기 이탈리아 총리로 지명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018.03.05
【밀라노=AP/뉴시스】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동맹당(구 북부동맹) 대표가 4일(현지시간) 진행된 총선에서 한 표를 던지고 있다. 총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우파연합 가운데서도 동맹당이 가장 많은 표를 획득할 것으로 보이면서 살비니 대표가 차기 이탈리아 총리로 지명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018.03.05

 이로써 이탈리아 뿐 아니라 서유럽 사상 최초로 극우 포퓰리즘 정부가 들어설 전망이다. 오성운동·동맹당 정부는 유로회의주의(Eurosceptism)를 기반으로 친러시아, 반이민 정책을 펴면서 EU 개혁 및 통합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정부 구성의 향방에 EU가 이목을 집중하는 이유다.

 북부동맹에서 최근 당명을 바꾼 동맹당은 '이탈리아 퍼스트(Italians First)'를 내세워 이슬람교와 이민자의 침략에 맞서 이탈리아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특히 부유한 북부 이탈리아와 상대적으로 빈곤한 남부 이탈리아의 분리독립을 주도했으나 당명을 바꾸면서 전 이탈리아를 아우르는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꾀했다.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가 세운 오성운동은 기성정치에 반발해 출범한 대중주의 정당이다. 반(反)엘리트주의를 내세우며 좌우를 아우르는 사실상 직접 민주주의를 지향했다. EU 탈퇴를 주장했으나 최근 디 마이오 대표가 "고려하지 않는다"며 입장을 철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저소득층 노동자와 실업자 등을 위한 복지지출 확대를 기본 노선으로 해 EU의 경제정책과 충돌할 전망이다.

 특히 극우와 포퓰리즘의 확산이 이탈리아와 유사한 이민자의 관문 국가이자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로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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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서유럽 사상 최초 극우·포퓰리즘 정부 탄생 임박

기사등록 2018/05/11 08:56:33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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