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아가씨'를 비롯해 '님 계신 전선' '소녀의 꿈' 등으로 1950~60년대를 대표한 가수다. 특유의 낭랑한 목소리로 '증류수 같다'는 찬사를 들었다.
예명 '금사향(琴絲響)'은 '거문고 실이 울리는 소리'라는 뜻이다. '거문고를 울려서 나는 교향악'이라는 뜻으로 작사가 고려성(1917~1977)이 지어준 이름으로 알려졌다.
1929년 평양에서 태어난 금사향은 상공부 섬유국 타자수로 근무하던 중 주변의 권유로 음악 콩쿠르에 참가했다. 음악가의 피를 속일 수 없었다. 아버지와 오빠가 바이올리니스트였다.
6·25동란 중에는 '님 계신 전선'을 부르며 위문공연을 다녔다. 특히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하이힐을 신은 멋쟁이로 통한다. 전쟁 중에도 하이힐을 신고 전장을 누볐다. 고무신이 대부분이던 당시 높이 10㎝의 하이힐은 파격이었다.
1954년 부산에서 도미도 레코드사를 통해 불후의 명곡 '홍콩아가씨'를 발표했다. '별들이 소근대는 홍콩의 밤 거리'라는 노랫말로 시작되는 이 곡은 휴전 후 전쟁의 침울함을 잊게 해주는 곡으로 평가 받았다.
'홍콩아가씨'의 주인공이지만 정작 그동안 홍콩 땅을 밟지 못하다가 2013년 12월 공연을 겸해 현지를 방문했다. 노래 발표 약 60년 만에 꿈을 이뤘다.
대중음악평론가 박성서씨는 "젊은 시절 별명은 '양파' '생쥐'였다. 얼굴이 동그랗고 뽀얗다고 '양파', 또 부지런하다고 '생쥐'였는데 그 많은 공연을 다니면서도 그날 빨래를 절대 미루지 않을 정도로 부지런했다"면서 "화려하고 재치 있는 언어구사에 외모가 귀여워 주위에서 영화배우나 만담 같은 것을 권유했어도 오직 가수이기 만을 고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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