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선언]11년 만의 남북 정상 만남…12시간 만에 공식종료

기사등록 2018/04/27 22:42:11

문 대통령, 김 위원장에 올 가을 평양서 재회 약속

【판문점=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 내외,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18.04.27.  amin2@newsis.com
【판문점=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 내외,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18.04.27.  [email protected]
【고양=뉴시스】판문점 공동취재단 김형섭 기자 = 11년 만에 성사된 역사적인 남북 정상 간의 만남은 12시간 만에 끝났다. 정기적인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둘은 다음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각각 서울과 평양으로 향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저녁 9시13분께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전면 스크린을 통해 나온 '하나의 봄'이라는 주제의 영상을 함께 감상한 뒤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한참 동안 두 손을 꽉 잡고 있던 두 정상은 오후 9시26분 김 위원장이 차에 올라타면서 작별했다. 이날 오전 9시29분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며 첫 인사를 나눈 지 12시간 만이었다.

  문 대통령을 처음 만난 김 위원장의 첫 마디는 "반갑습니다"였다. 그는 문 대통령의 손을 잡은 채 "정말 마음 설렘이 그치지 않는다. 대통령께서 이렇게 분계선까지 나와서 맞이해 준 데 대해서 정말 감동적"이라고 소회를 밝혔고 문 대통령도 "여기까지 온 것은 위원장님의 아주 큰 용단이었다"고 화답했다.

  첫 인사를 주고받은 뒤 김 위원장은 MDL을 넘어 남측으로 넘어왔다. 분단 70년사를 통틀어 북한 최고지도자의 첫 남한 방문이었다. 영원히 놓지 않으려는 듯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던 두 정상은 갑자기 '깜짝 월경'을 선보이며 모든 이들을 놀라게 했다.
 
  문 대통령이 먼저 "(김 위원장은) 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묻자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 땅을 밟은 김 위원장이 즉흥적으로 "그럼 지금 넘어가볼까요"라고 제안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손을 잡고 직접 북쪽으로 이끌었다. MDL 너머 북쪽 땅을 밟은 두 정상은 나란히 걸어 다시 남쪽으로 돌아왔다. 예상치 못한 장면을 지켜보던 수행원들은 일제히 박수를 보냈고, 취재진들 사이에서도 탄성이 터져 나왔다.

  김 위원장의 국군 의장대 사열도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이었다. 전통의장대의 호위를 받으며 사열대로 이동하던 중 문 대통령은 "오늘 보여드린 전통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다. 청와대에 오시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가 있다"고 김 위원장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께서 초청해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고 흔쾌히 수락했다.

  의장대 사열이 끝난 뒤 두 정상은 양측 수행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 뒤에 문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수행원들과 예정에 없던 단체사진 촬영을 했다.

  두 정상은 회담장이 마련된 평화의 집에서 정상회담에 들어가기 전 환담을 나눴다. 김 위원장이 "이제 자주 만나자, 이제 마음 단단히 굳게 먹고 다시 원점으로 오는 일이 없어야겠다"며 "기대에 부응해 좋은 세상을 만들어보자. 앞으로 우리도 잘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다. 그러면서도 세계와 함께 가는 우리 민족이 돼야 한다"며 "우리 힘으로 이끌고 주변국이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두 정상은 오전 10시15분부터 100분 간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200m를 오면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보니 넘기 힘든 높이로 막힌 것도 아니고 너무 쉽게 넘었다"며 "(여기까지) 11년이 걸렸는데 오늘 걸어오면서 보니 왜 이렇게 이 시간이 오래였나, 왜 힘들었나 하는 생각"이라고 감회를 전했다.

  문 대통령도 "오늘 하루 종일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니, 10년 동안 기다려온 만큼 충분한 얘기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2007년 이후 11년 만의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상회담 뒤 개별 오찬과 휴식을 가진 두 사람은 오후 4시30분께 다시 만났다. 남측 MDL 인근 '소떼 길'에 평화를 상징하는 소나무를 심는 기념 식수 행사를 위해서다.

  오전에 이어 또 다시 반갑게 악수하며 인사를 나눈 뒤 두 정상은 높이 약 2.5m의 1953년생 반송(盤松)을 심었다. 문 대통령은 백두산 흙과 대동강 물로, 김 위원장은 한라산 흙과 한강 물로 합토합수(合土合水)를 하며 한반도의 화합을 기원했다.

【파주=뉴시스】최진석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 수행행렬이 27일 오후 경기 파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뒤 통일대교를 통해 이동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오는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친척 상봉을 진행"하며 "문 대통령이 올해 가을 평양을 방문하기로 했다"밝히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통해 발표 했다. 2018.04.27. myjs@newsis.com
【파주=뉴시스】최진석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 수행행렬이 27일 오후 경기 파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뒤 통일대교를 통해 이동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오는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친척 상봉을 진행"하며 "문 대통령이 올해 가을 평양을 방문하기로 했다"밝히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통해 발표 했다. 2018.04.27. [email protected]
   식수를 마친 김 위원장은 "모두가 마음가짐을, 이 뿌리를 덮어주는 흙이 되고 바람막이가 되고 소중한 뿌리를 덮어주는 흙이 돼야(한다)"라면서 "어렵게 찾아온 북과 남의 새 봄을, 그 이후를 소중히 하고 잘 키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이어 소나무 왼편에서 다섯 걸음 정도 떨어진 식수 표지석으로 이동했다. 표지석에는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는데 문 대통령은 표지석을 보면서 "소나무를 심은 것이 아니라 평화와 번영을 심은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식수를 마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오후 4시36분께부터 MDL 표식물이 있는 길이 70m가량의 '도보다리'까지 40여 분을 산책했다. 이들은 특히 도보다리 끝부분에 위치한 테이블에 앉아 취재진과 수행원을 모두 물리고 27분간 '밀담'을 나눴다.

  두 정상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다 중간 중간 서로 웃기도 했고 김 위원장은 대화 도중 오른손을 자신의 가슴에 얹고 문 대통령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말하기도 했다.

  사실상의 '단독회담'이나 다름없던 둘만의 담소를 끝낸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다시 평화의 집으로 돌아왔다. 4·27 정상회담의 결과를 정리한 문서이자 이번 회담의 하이라이트인 '판문점선언'의 서명식을 위해서다.

  오후 5시58분부터 서명식이 시작됐고 두 정상은 ▲남북관계 발전 ▲군사적 긴장 완화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등을 골자로 한 판문점선언을 발표했다. 두 정상은 서명을 끝낸 뒤 깜짝 포옹을 하며 친근감을 표하기도 했다.

  판문점선언을 내놓으며 마음의 짐을 덜어낸 두 정상은 오후 6시30분부터 평화의 집 3층에서 열린 환영만찬에 임했다. 부부동반 만찬이었다.

  환영만찬 참석을 위해 오후 5시53분께 김정숙 여사가 도착한 데 이어 오후 6시18분께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도 평화의 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여사는 리설주를 기다리고 있다가 반갑게 손을 내밀며 맞이했다. 한반도 역사상 최초로 남과 북 퍼스트레이디(영부인)들의 만남이었다.

  환영만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재치 있는 입담을 선보이며 현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문 대통령은 "제가 오래 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래킹 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이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 믿는다"며 "제가 퇴임하면 백두산과 개마고원 여행권 한 장을 보내주겠나"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농담에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은 큰 웃음을 터뜨리며 함께 '위하여'를 외쳤다.

  김 위원장은 "나는 오늘 합의한 대로 수시로 때와 장소에 가림이 없이, 그리고 격식 없이 문 대통령과 만나 우리가 갈 길을 모색하고 의논해 나갈 것이다. 필요할 때에는 아무 때든 우리 두 사람이 전화로 의논도 하겠다"면서 정기적인 정상회담과 핫라인 통화 의지를 내비쳤다.

  환영만찬까지 마친 두 정상은 오후 9시13분께부터 마지막 일정으로 진행된 환송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이 끝난 뒤 서로에게 '곧 다시 만나자'고 인사한 두 정상은 각자의 차량을 통해 귀갓길에 올랐다.

  두 정상은 가을에 다시 만날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 선언에서 문 대통령은 올 가을 평양에 방문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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