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축구, 필리핀 꺾고 2회 연속 WC 본선행 성공
최악의 조 편성이었다. 나머지 팀들은 차치하더라도 역대 전적에서 1승2무14패로 크게 밀리던 북한이 못내 신경 쓰였다. 심지어 예선 장소도 원정인 평양이었다. 첩첩산중이라는 사자성어가 꼭 맞았다.
아시안컵 본선에는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월드컵 출전권이 걸려 있었다. 조 1위를 확보하지 못해 본선에 나서지 못할 경우 월드컵 꿈까지 접어야 했다.
윤덕여 감독은 당시 "원하지 않았던 조 편성 결과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소연(첼시 레이디스)은 "조 추첨 때 안 자고 기다렸다. 북한과 안 붙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린 뒤 "생각이 많다. 선수들도 예상하지 못한 조에 당황하는 것 같다"고 복잡한 심정을 내비쳤다.
주사위가 던져진 이상 할 수 있는 것은 정면 돌파뿐이었다. 윤 감독은 세대교체 추진을 잠시 뒤로 한 채 조소현(아발드네스)과 전가을(화천 KSPO), 김정미(인천 현대제철) 등 베테랑 선수들을 다시 불러 모았다.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남북 대결은 꽤나 뜨거웠다. 양 팀 선수들은 심한 욕설과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5만 관중은 일방적으로 북한을 응원했다. 전반 추가 시간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후반 30분 장슬기의 극적인 동점골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평양에서 얻은 자신감은 요르단 아시안컵에서 고스란히 이어졌다. 호주, 일본 등 만만치 않은 팀들과 한 조에 묶였지만 힘겨웠던 평양 원정을 이겨냈던 선수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비록 일본에 골득실에서 밀려 4강행은 실패했지만 한국은 5~6위전에서 필리핀을 꺾고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17일(한국시간) 요르단 암만의 암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AFC 여자 아시안컵 5·6위 결정전에서 필리핀에 5-0 완승을 거뒀다.평양에서 살린 작은 불씨가 요르단에서 횃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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