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폴리=AP/뉴시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앞줄 오른쪽 세번째) 전 이탈리아 총리가 총선 전날인 3일(현지시간) 나폴리에서 마지막 유세를 펼치며 한 지지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3.04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이탈리아 총선의 결과가 사실상 의회에 다수당이 존재하지 않는 '헝 의회'로 향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폴리티코EU 등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총선에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당, 동맹당(구 북부동맹) 등이 힘을 모은 우파연합이 득표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단일 정당으로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이 선두다.
각 매체 출구조사에 따르면 우파연합의 예상 득표율은 약 35%다. 헝의회를 피하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 40%의 득표율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오성운동은 약 30%를 득표할 전망이다. 알폰소 보나파데 오성운동 의원은 "이는 오성운동이 차기 입법부의 기둥이 될 것을 의미하는 특별한 결과"라고 환영했다.
이같은 결과는 이탈리아 기성 정치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의 표심으로 해석된다.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이끄는 집권 민주당은 지난 2014년 총선의 절반에 불과한 20%로 예상 득표율 3위에 그치며 굴욕적인 결과를 얻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 둔화와 높은 실업률, 이민자 문제 등에 대한 유권자의 단죄로 보인다.
에토레 로사토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는 "이것이 최종 결과라면 민주당에 대한 명백한 부정적인 결과"라며 "우리는 야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가 새롭게 도입한 선거 제도로 이번 선거의 최종 결과는 출구조사 결과와 크게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이탈리아 의회는 지난해 10월 이른바 '로사텔룸'으로 불리는 선거법 개정안을 최종 승인했다. 전체 의원의 36%는 선거구 내 최다득표자로 채우고, 남은 64%는 비례대표로 채우도록 하는 법안이다.
헝의회로 정부 구성이 어려워지면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총리 후보자를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다만 이 과정에 최소 수 주에서 최대 수 개월이 걸릴 수 있어 정치 불안정이 장기화 될 전망이다.
동맹당은 "우리의 관심사는 우파연합이 득표율 40%에 이르는 것"이라며 "예비 결과를 아직 승리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우파연합 내에서도 동맹당이 전진이탈리아에 우세한 결과를 받는다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총리 후보자로 내세운 안토니오 타야니 유럽의회 의장이 아닌 마테오 살비니 동맹당 대표가 총리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전진이탈리아당이 이끌던 우파연합 내 세력의 지각변동이 발생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총선 이후 우파연합이 와해돼 민주당과 전진이탈리아당 사이의 신규 동맹이 형성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파연합에 소속된 동맹당은 이민자 유입을 반대하는 극우성향 정당이고, 이탈리아 형제당은 파시스트정당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한편 EU에 회의적인 우파연합과 오성운동이 이탈리아 의회 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향후 이탈리아와 EU 관계에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EU는 나쁜 밤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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