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불모지에서 꽃을 피운 종목도 있다. 남자 스켈레톤에서는 윤성빈(24·강원도청)이 금메달을 수확하며 '황제 대관식'을 치렀고, 여자 컬링에서는 '팀 킴(Team Kim)'이 은메달을 캐내며 국내에 '컬링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쇼트트랙은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전통적인 '금밭'이다. 한국은 쇼트트랙이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 나온 144개의 메달 중 42개(금메달 21개·은메달 12개·동메달 9개)를 쓸어담았다. 금메달 48개 중 절반에 가까운 21개를 한국 선수가 따냈다.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이 따낸 메달 수는 총 53개(금 26개·은 12개·동 9개)인데, 이 중 42개(금 21개·은 12개·동 9개)가 쇼트트랙에서 나온 것이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도 쇼트트랙이 효자종목 노릇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특히 '쌍두마차' 최민정(20·성남시청)과 심석희(21·한국체대)가 버틴 여자 대표팀은 전 종목 금메달 석권까지 기대케했다.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한국 쇼트트랙은 이번 대회에서도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가져오며 강국의 체면을 지켰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노메달'의 수모를 겪은 남자 대표팀은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따내며 아쉬움을 씻었다.
여자 대표팀은 쌍두마차 중 한 명인 심석희가 개인 종목에서 메달을 따지 못하는 등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민정은 첫 올림픽에서 여자 1500m 금메달로 에이스의 면모를 뽐냈다.
쇼트트랙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강국 대열에 있는 스피드스케이팅도 이번 대회에서 제 구실을 톡톡히 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를 땄는데 이번 대회에서도 메달 7개를 수확했다.
'빙속 여제' 이상화(29·스포츠토토)는 여자 500m에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37초33을 기록한 이상화는 36초94로 결승선을 통과한 '선의의 경쟁자' 고다이라 나오(32·일본)를 넘지 못해 3연패에 실패해지만, 올림픽 3연속 메달을 일구며 살아있는 전설로 자리매김했다.
여자 팀추월에서 '왕따 주행' 논란에 휩싸였던 김보름(25·강원도청)은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조금이나마 덜어냈다.
4년 뒤 베이징올림픽까지 바라볼 수 있는 '신예'가 등장한 것도 눈길을 끈다. 아시아 선수들이 약세를 보이는 남자 1500m에서 김민석(19·성남시청)이 1분44초93의 기록으로 3위에 올라 아시아 선수 최초로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메달리스트의 주인공이 됐다.
남자 500m에서는 차민규(25·동두천시청)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34초42를 기록, 호바르 로렌첸(노르웨이·34초41)에 불과 0.01초 차로 뒤져 은메달을 땄다.
남자 스켈레톤과 여자 컬링은 평창올림픽을 통해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썰매 종목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에서 '스켈레톤 황제'가 탄생했다. 윤성빈(24·강원도청)은 남자 스켈레톤에서 1~4차 시기 합계 3분20초55를 기록해 이 종목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7~2018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8차 대회에 불참하고도 월드컵 랭킹 1위로 시즌을 마친 윤성빈은 홈 트랙 이점까지 등에 업고 '퍼펙트 골드'를 일궜다. 윤성빈과 은메달을 딴 니키타 트레구보프(OAR·3분22초18)의 기록차는 1.63초로, 역대 올림픽 남자 스켈레톤에서 가장 격차가 컸다.
봅슬레이 4인승에서는 은메달이 나왔다. 원윤종(33·강원도청)·전정린(29·강원도청)·서영우(27·경기BS연맹)·김동현(31·강원도청)은 대회 마지막 날 은메달을 획득했다. 2인승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4차 레이스 내내 실수를 최소화하며 새 역사를 썼다. 아시아권 국가가 이 종목에 입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듬직하게 조종대를 잡은 원윤종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제 노릇을 다 한 전정린, 서영우, 김동현이 합작한 쾌거였다.
스킵 김은정(28)과 김경애(24), 김선영(25), 김영미(27), 김초희(22·이상 경북체육회)로 이뤄진 여자 컬링의 선전도 눈부셨
여자 컬링 대표팀의 선전에 한국에는 '컬링 열풍'이 불었다. 주장 김은정은 근엄하고 냉정한 표정으로 평창올림픽 최고 스타로 떠올랐고, 김은정이 별명이 된 '안경 선배', '영미' 등은 유행어가 됐다. 외신들은 이들이 모두 마늘이 유명한 경북 의성 출신인 것에 착안해 '마늘 자매'라고 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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