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반정부 시위 후 '할랄 인터넷' 강화해 온라인 통제

기사등록 2018/01/29 09:58:36

【두바이=AP/뉴시스】2017년 9월 20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미국 사이버안보기업 파이어아이의 한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이란의 해킹 기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18.1.29.
【두바이=AP/뉴시스】2017년 9월 20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미국 사이버안보기업 파이어아이의 한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이란의 해킹 기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18.1.29.

이란판 '만리방화벽' 논란 제기돼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이란 정부가 8년래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 이후 '할랄(이슬람 율법이 허용하는 제품) 인터넷'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이버 공간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AP통신은 28일(현지시간) 인터넷 보급 확대의 필요와 온라인상을 통한 반정부 정서 확산이라는 모순에 처한 이란 정부가 지역적 통제가 가능한 이른 바 '할랄 인터넷' 조성을 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정국가인 이란에서는 1979년 이란 혁명(왕조 붕괴와 이슬람 정치체제 수립) 이후 정부가 엄격하게 정보를 통제하고 있다. 인터넷은 이 같은 정부의 노력에 최대 장애물로 떠올랐다.
                                                                                                                                                                                                                                                                                                                                                                    
 2009년 부정선거에 항의하기 위한 '녹색 운동'이 발생했을 때 소셜미디어는 이제막 사용되기 시작한 단계에 불과했지만 시위 정보 공유와 시위대 탄압 영상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온건 개혁파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2013년 취임 이후 스마트폰 사용과 인터넷 사용을 적극 허용했다. 스마트폰을 소지한 이란인은 2014년 200만 명 수준이었지만 4년 만에 약 4800명으로 폭증했다.

 로하니 대통령의 인터넷 허용은 상업 활동 증진으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그는 2015년 서방과 핵협정을 타결한 뒤로는 정치경제 개혁과 문화 개방에 힘 써왔다.

 이란 인구 절반 가량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서 정부의 눈길을 피해 정보를 주고받고 누구나 전 세계 각지로 이란 현지의 모습을 촬영해 공개할 수 있게 됐다. 

 이달 초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자 정부는 이란 내 사용자가 많은 온라인메신저 텔레그램을 차단했지만 일시적이었다. 기업들은 상품 광고와 판매에 쓰이는 텔레그램 채널이 막혀 피해가 크다고 호소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번 시위 사태가 종료된 뒤 국민들의 인터넷 사용을 금지하는건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 그는 "차단보다는 문화를 증진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위 이후 텔레그램 차단은 풀렸지만 페이스북, 트위터 , 유튜브는 이란 내 접근이 금지됐다. 이에 많은 국민들이 정부 몰래 민간 네트워크나 인터넷망을 사용하고 있다.

 이란의 '할랄 인터넷' 움직임은 2011년 이미 시작됐다. 정부는 '국가 정보 네트워크'(NIN)를 만들어 사용자들이 이 시스템상으로 허용된 웹사이트 약 500곳에만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민간정보업체 스트래트포는 이란의 할랄 인터넷은 중국의 '만리방화벽'(Great Firwall. 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망)을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이란 강경파들은 아예 이란을 현재의 인터넷으로부터 격리해 온전히 내부에서만 작동하는 인터넷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주장한다.

 미국 정부는 기술 기업들과 협력해 이란인들의 자유로운 인터넷 접속을 도울 방안을 강구 중이지만 대 이란 제재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라 한계가 있다.

 일각에서는 경제난에 대한 이란 국민들의 원성이 더욱 거세지면 추후 인터넷 접근권이 확대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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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8/01/29 09:58:36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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