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시스】조명휘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전시장 후보였던 박범계(대전 서구을) 국회의원이 11일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달려온데다 지지자들 사이에서 '지역 적폐청산'과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출마를 종용하는 분위기도 많았기 때문이다.
박 의원이 불출마를 최종 결심한 데는 현재 그가 당내에서 맡고 있는 막중한 역할 때문으로 풀이된다. 같은 이유로 지역 정치권과 지지자들 사이에선 중앙정치 무대에서 할 일이 더 많은 박 의원 입장에서 출마는 애초부터 받기 어려운 선택지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의원은 실제 당내에서 적폐청산위원장을 맡으면서 '법치정치' 실현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엔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 의혹이 일고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비자금 조성 의혹 규명에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 통과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형사소송법 개정 등 굵직한 현안에 깊게 관여중이다.
일각에선 박 의원이 정치권에서 '적폐청산'과 '사정', '국정조사' 등으로 이미지가 고착화되는데 따른 부담을 털어내고, 다른 국회의원들과 역할을 분담하는 편이 자신의 향후 정치적 성장을 위해 좋겠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의원이 국회에 남기로 한데는 평소 그가 중요하게 생각해온 정치적 신념을 실현하기 위한 열망이 대전시장직에 대한 매력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9일 서구 탄방동의 한 영화관에서 당원들과 6월 민주항쟁을 다룬 '1987'을 본 뒤 "제가 해야 될 소임과 마음먹었던 게 옳은 것인지, 맞는 건지, 방향이 맞는지 스스로 검증받고 싶었다"고 소감을 말해 불출마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여기에 당내에서 4선의 이상민(대전 유성구을) 국회의원과 높은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한 허태정 유성구청장 등 일찌감치 후보군이 모습을 드러낸 상황서 자칫 가열될 수 있는 당내 불협화음을 막고 시당위원장으로서 대전시 전체의 선거전을 잘 조율하는데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내 한 인사는 "나이와 경력을 볼 때 법무부장관 입각 가능성을 비롯해 선수를 더 쌓을 수도 있고 당내에서 박 의원만큼 적폐청산 작업에 깊게 관여한 인물이 없다는 점에서 애초 출마는 염두에 없었을 수 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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