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동현 기자 = #1. A기업의 신입사원 김모씨는 올해 3940만원의 임금을 받는다.
이중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는 상여금 2050만원이고 최저임금 산입임금은 1890만원(기본급 1710만원, 산입수당 180만원)이다.
A사의 월 근무시간은 243시간으로 내년에 적용되는 7530원의 최저임금을 반영하면 최저임금 산입임금이 2200만원이 돼야 한다.
기본급이 오르지 않으면 A기업은 최저임금 위반 업체로 정부의 제재를 받게 된다. A기업이 김모씨의 기본급을 올려줄 경우 정기상여금 역시 따라 오르기 때문에 김씨의 내년 임금은 4670만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
#2. B기업의 신입사원 양모씨는 올해 연봉이 3910만원이지만 상여금 등이 1980만원을 차지해 최저임금 산입임금은 1940만원(기본급 1470만원·산입임금 460만원)에 불과하다.
B기업의 월 평균근로시간은 240시간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내년 산입임금은 2170만원으로 올라야 한다.
기본급이 오르며 상여금 역시 같이 올라 양씨의 내년 연봉은 4300만원이 된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되면 양씨의 연봉은 5490만원으로 뛴다.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올해에 비해 16.7% 인상됨에 따라 조선업계도 임금체계 개편을 서두르는 등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위에 언급된 사례와 비슷한 경우가 조선업체 일부 근로자들에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의 경우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데 이들이 받는 연봉에서 상여금과 각종 수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직원도 있다.
상여금 등 각종 수당이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하는 방안이 조속히 시행되지 않을 경우 자칫 연초부터 조선업계를 중심으로 한 최저임금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여기에서 나온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짝수달에 100%씩 총 600%의 상여금을 지급하고 설과 추석에 50%, 연말 상여금 100% 등 총 기본급의 800%를 상여금으로 지급해 왔다.
사측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노조에 상여금 분할안(매달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노조 측은 상여금 지급은 기존대로 유지하는 한편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이날 오후부터 노사간 본교섭을 통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 대한 연내 타결을 시도하고 있지만 양측의 의견은 평행선을 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날 교섭에서도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연내 타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타결이 안될 경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현대중공업에 비해서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사는 최근 지난해와 올해 2년치 임금협상에 합의했다. 노사는 지난 20일 2년치 통합 교섭을 진행한 결과 2년치 임금을 동결하고 2년치 성과급을 받지 않는 내용의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대신 개인연금(연 48만원), 품질향상 장려금(연 평균 36만원), 설·추석 선물비(연 20만원), 간식권(연 12만원), 이·미용권(연 9만5000원), 열정한마당 장려금(연 6만원) 등의 수당을 기본급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회사는 기존에 받던 수당을 기본급으로 전환한 것이므로 전체 임금 총액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본급을 기준으로 성과급과 상여금이 책정되므로 향후 성과급을 받을 시 이전보다 실질임금이 상승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내년에 최저임금이 오르더라도 전 직원의 기본급이 최저임금보다 높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향후 추가적인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은 내년도에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에 공통적으로 부담이 되는 부분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협력업체 인건비 부담이 증가된다는 점 등이다.
2015년 글로벌 조선업계 수주 절벽 상황이 내년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협력업체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경영상 어려움도 만만찮다는 것이 이들 업체의 주장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재계에서는 상여금, 숙식비 등 최저임금 산입 여부에 대한 합리적인 방안을 정부 주도로 조속히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근로자에게 연봉을 4000만원 넘게 지급하는 기업들도 최저임금 위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있다"며 "정기상여금, 숙식비 등 근로자가 지급을 보장받는 임금·금품을 모두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특히 현 최저임금 제도에 대해 "불합리한 제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비합리적 산입 범위"라고 지적하며 "저임근로자의 최저생계 보장을 위한 최저임금제로 상여금 비중이 높은 대기업 고임근로자가 더 큰 혜택을 보는 경우도 초래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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