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중증환자보다 건강 회복 속도 빨라…"강건하다"
심리 치료 차원에서 걸그룹 노래·미국 영화 시청
【수원=뉴시스】김지호 기자 = "병사의 피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악수했더니 해군 UDT(특수부대) 대원 같았다."
심리 치료 차원에서 걸그룹 노래·미국 영화 시청
【수원=뉴시스】김지호 기자 = "병사의 피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악수했더니 해군 UDT(특수부대) 대원 같았다."
목숨을 걸고 귀순한 북한군 병사(오모씨·24)를 수술한 이국종 수원 아주대병원 교수는 22일 브리핑에서 환자 상태를 '강건하다', '특수훈련을 받았다'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북한 병사는 의식을 되찾은 뒤 이 교수와 함께 TV 영화 채널을 통해 '트랜스포터'를 보면서 자신이 운전병이라는 의사도 밝혔다.
이 교수는 "뉴스에 나온 것처럼 '왜 도랑(배수로)에 빠졌나'라고 질문했다가 귀순 과정이 떠오를까 봐 '아차' 싶었다"라면서도 "질문에 대해서는 잘 이해를 하지 못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북한군 추격조 4명이 40발 이상 쏜 총격을 뚫고 귀순한 북한 병사는 열악한 건강 상태에서도 다른 중증환자보다 건강 회복이 빨랐다.
의료진이 진찰한 북한 병사의 ISS(Injury Severity Score·중증도지수)는 22점에 달했다. ISS가 15점을 넘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중증외상환자로 분류한다.
지난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으로 총상을 입고 아주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던 석해균 선장의 ISS는 18점이었다. 석 선장은 2011년 1월21일 총상을 입고 아주대병원에 입원했다가 같은 해 2월3일 의식을 되찾았다.
석 선장보다 심각한 총상에 몸속에 수십마리의 기생충이 있는 열악한 건강 상태에서도 북한 병사는 총격을 입은 지난 13일에서 6일째인 18일 오전 9시께 의식을 되찾았다.
처음 의식을 회복할 때 북한 병사는 총상으로 부러진 골반 등 온몸에 있는 상처로 괴로워했다.
이 교수는 "의식을 되찾은 뒤 지난 19일 오후부터는 통증으로 굉장히 괴로워하고, 비몽사몽 상태에서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며 "하루가 지난 20일부터 통증이 가라 앉았고, 전날(21일)부터 TV를 틀어주며 심리회복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북한 병사가 남한에 왔다는 안정감을 주기 위해 침대에서 마주 보는 상단에 훈련용 태극기를 걸어두고, 걸그룹 노래와 함께 영화 시청을 하도록 했다.
이 교수는 "소녀시대의 'GEE' 노래를 오리지널 버전과 록 버전, 인디밴드 버전 등으로 듣게 해줬더니 소녀시대가 부른 버전을 좋아했다"며 "현재는 '어떤 노래가 더 좋다'는 등의 농담을 할 정도로 의식도 명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TV프로그램은 북한 병사의 심리 상태를 고려해 한국 뉴스는 접촉하지 못하게 하고 영화채널 중심으로 시청하도록 했다. 북한 병사가 현재까지 시청한 영화는 '트랜스포터' '브루스올마이티' 등 미국 영화와 미국 CSI 드라마 등이다.
이 교수는 또 "앞서 일부 언론보도에서처럼 북한 병사가 먼저 남측 노래를 틀어달라고 한 것은 아니고, 적당한 흥밋거리의 자극을 주기 위해 치료 차원에서 틀어준 것이다"며 "되도록 북한 얘기는 하지 않고 앞으로 한국사회에서 살아갈 이야기 등과 함께 정신과적인 치료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환자실에 있는 북한 병사는 이번 주말께 일반 병실로 옮겨질 전망이다. 의료진은 B형 간염, 장폐색 등 질환과 총상 후유증, 심리건강 등을 고려해 치료를 이어갈 방침이다.
한편 지난 13일 오후 3시31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 병사는 복부와 우측 골반 등 5곳 이상에 총상을 입고 우리 군에 의해 구출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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