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다툼 웅포CC]<상>무일푼으로 3500억대 조성… 회원권 1800억 휴짓조각 '사기극'

기사등록 2017/11/07 10:50:52

【익산=뉴시스】 = 웅포골프장. (사진 = 뉴시스 DB) photo@newsis.com
【익산=뉴시스】 = 웅포골프장. (사진 = 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익산=뉴시스】심회무·강명수 기자 = 전북 익산 웅포CC(베어리버CC)가 2004년 건설된 지 10년도 안 돼 부도가 났다. 부도액은 무려 3500억원대. 1700억원대 금융부채와 1800억원에 달하는 회원권이 사실상 '휴지'가 됐다. 일부 회원들이 뜻을 모아 정상화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8월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세력들이 현 운영진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웅포는 다시 법정다툼으로 번졌다. 골프장 건설 사기의 종합 판으로 알려지고 있는 웅포 베어리버CC 사태를 3차례에 걸쳐 조명했다. <편집자 주>
    
 김승학. 전북 익산시 금강 하굿둑 부근에 있는 웅포CC 홈페이지에 여전히 회장으로 올라 있다. 1970년대 한국오픈 우승 등 통상 8승의 일궈낸 유명 프로골퍼였고 KPGA(한국프로골프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1947년생으로 올 나이 72세이다. 그는 지난 2014년 웅포CC 운영과 관련, 사기혐의로 실형을 받아 2년간 옥살이를 하고 최근 풀려났다.
 
 30대 초반에 프로골퍼에서 은퇴한 김 전 회장은 1990년대 중반 경기도에 골프장 건설에 나섰다가 실패한다. 그리고 90년대 후반 전북 익산시 금강하구 곰나루(웅포)라 불리는 곳에 골프장을 짓겠다면서 전북에 알려졌다.

 당시 박세리가 US오픈(98년)에 우승하고 이후 최경주와 타이거우즈의 등장이 골프의 대중화를 확산시키는 때였다. 김 전 회장은 웅포에 타이거우즈가 참가하는 세계적인 골프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골프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KPGA 협회 불법 이용하고 경비로 회비 10억원 사용

 김 전 회장은 이 사업 주체로 KPGA를 내세웠다. 행정 주체인 전북도와 익산시가 당시 KPGA와 협약까지 맺는다. 그러나 KPGA는 재단법인으로 수익 사업을 할 수 없는 단체로 협약 자체가 불법이었다. 문제가 되자 김 전회장은 KPAM이라는 개인 법인을 만들어 협약 주체를 바꾼다. 문제는 자금이었다.

 당시 김 전 회장은 경기도 골프장 건설 등의 문제로 법적 소송에 휘말려 있었고 골프 용품 수입 사업을 펼치고 있었으나 골프장 건설비용은 없었다. 김 전 회장은 KPGA 회비에서 10억원을 가져왔다. KPGA 회비 10억원은 당시 개인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 10억원의 불법 전용 논란이 일었고 이로 인해 경찰에 체포까지 됐으나 김 전 회장은 빌려온 돈이라며 빠져나갔다.

 ◇정치권 입김-땅 짚고 헤엄치게 하는 행정 특혜가 뒷받침

 97년 말 IMF가 터지고 김대중 정권이 들어선다. 유종근 전북도지사와 조한용 익산시장(작고), 채규정 전북도 행정부지사 등이 이 사업의 행정적 배후로 지목됐다. 당시 유 지사는 DJ 경제특보로 정권 실세였고 조 시장도 DJ정권의 그늘에 있으며 동교동계 측근으로 불리는 정치인들도 이름이 거론됐다.

 익산시는 땅 한 평 없는 김 전 회장에게 75만평을 준다. 익산시는 시청사 내에 사무실까지 별도로 마련해 줬다. 골프장 건설에 필요한 환경영향평가는 '익산시 웅포관광개발 사업'이라는 우선 사업의 명목을 빌어 사실상 면제해 준다. 이 과정에서 익산시는 개인 토지 25만평을 강제 수용하기도 했다. 공무원과 시의원들, 기자들은 견학이라는 이름으로 김 전 회장이 제공하는 골프채를 받고 해외 골프 여행에 나서 구설에 올랐다.

 ◇회원권 1800억원 금융 부채 1700억원

 익산시가 골프장 부지 75만평 조성해 김 전 회장에게 매각한다. 매각 대금은 660억원 정도.

 대금은 먼저 익산시가 내고 김 전 회장에게는 차후 갚도록 유예(1년)를 줬다. 김 전 회장은 곧바로 ㈜웅포관광개발이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회원권 분양에 나섰다. IMF란 어려운 시기에도 불구, 골프 붐에 힘입어 1800억원 어치의 회원권을 분양한다. 김 전 회장은 땅 값을 치르고도 1000억여원이 넘는 현금을 손에 쥔다.

 김 전 회장은 또 토지등기가 끝나자 이를 담보로 1700억원의 금융 부채를 얻는다. 김 전 회장은 무일푼에서 2년여만에 총 3500억원을 조성한 것이다.

 ◇골프장 조성 10년도 안 돼 부도 

 2005년 시범 라운딩을 시작으로 웅포 베어리버 골프장이 문을 열었다. 처음에 18홀(베어코스)로 이후 18홀을 추가(리버코스)해 총 32홀 규모의 골프장이 건설된 것이다. 그러나 세계대회 개최 소식은 들리지 않았고 리조트와 골프 학교 설립 계획 등은 일부 시행 도중 중단되거나 아예 서랍 속에서 잠들어 있었다.

 급기야 2014년 웅포 베어리버는 부도가 났고 골프장 자체는 경매 물건으로 나왔다. 3500억원의 빚을 남긴 것이다. 무엇보다도 1800억원어치 회원권이 휴짓조각이 되는 상황을 맞았다.

 ◇3500억원 행방은…

 김 전 회장이 운영하는 ㈜웅포관광개발은 골프장 건설 비용으로 2000억원 정도(공사 주체 H신탁)발표했다. 이중 243억원이 미지급된 것으로 보도됐다. 골프장 관계자들은 그러나 보통 18홀 기준 골프장 건설 비용을 부지 포함 600억~800억원으로 잡고 있다.

 32홀의 경우는 1000억원대 안팎이다. 실제 웅포CC와 비슷한 시기 전북에 건설된 골프장 3곳의 건설비용은 500억원 정도였다. 이런 이유로 클럽 하우스 등 수준을 높였다고 하더라고 웅포가 공사비만 2000억원  들어갔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설사 ㈜웅포관광개발의 말대로 2000억원이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부지 비용을 포함해 잔여 자금이 최소 50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일부 회원들은 김 전회장이 옹포에서 조성된 자금을 수도권 골프장 건설에 투입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부도 직전 김 전 회장 골프장 부지 가족 이름 일부 개인 분할 등기

 김 전 회장은 부도 나기 직전 골프장 부지 중 20필지 정도를 개인이름으로 분할 등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 등기는 가족이 동원됐다는 것이 관계자들 설명이다. 경매를 앞두고 '알박기'를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알박기 땅 문제로 경매는 26차례 유찰됐다는 것이 관계자들 설명이다. 초기 1826억원이었던 경매가는 250억여원으로까지 떨어졌다. 이때 ㈜한울INC라는 회사가 참여해 낙찰받는다. 이 회사 대표들은 김 전 회장과 연관된 사람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김 전 회장이 부도를 내고 다시 골프장을 인수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회원들이 사기로 김 전 회장을 고발했고 징역 2년의 실형을 받았다. 그러나 이미 금융부채 1700억원은 증발했고 1800억원의 회원권은 사실상 휴지가 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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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다툼 웅포CC]<상>무일푼으로 3500억대 조성… 회원권 1800억 휴짓조각 '사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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