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교도소 담장 3m 지점에 가마니로 2구씩, 시체 12구 가매장했다'

기사등록 2017/11/06 17:09:40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6일 오후 광주 북구 옛 광주교도소 북측 담장 인근 5·18 암매장 추정지에서 유해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17.11.06.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6일 오후 광주 북구 옛 광주교도소 북측 담장 인근 5·18 암매장 추정지에서 유해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17.11.06.  [email protected]
5·18 당시 3공수 본대대장 김모 소령 검찰 진술 조서 공개
 약도도 남겨 "암매장 장소 상당히 구체적…발굴 가능성 높아"

【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광주교도소 안 야산과 논이 보이는 방면의 담장 3m 지점에 가마니로 2구씩, 12구의 시체를 가매장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교도소에 주둔했던 3공수여단 본대대장 김모 소령의 검찰 진술 조서가 6일 공개됐다.

 1995년 5월29일 서울지검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내란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작성한 김 소령의 진술 조서는 1980년 5월 이후 37년 만에 옛 광주교도소 내 암매장 발굴 조사를 이끌어낼 만큼 구체적이었다.

 그는 '전남대학교에서 광주교도소로 이동하는 호송하는 과정에 사망한 3명을 포함해 제가 광주교도소에 있는 동안 12구의 시체를 가매장한 일이 있다'고 진술했다.

 3공수는 80년 5월21일 오후 5시30분께 전남대에서 철수해 광주교도소로 이동했다. 24일 오전까지 교도소에 주둔하다 상무충정작전 준비를 위해 20사단 62연대와 교대했다.

 김 소령은 5월23일 오후 6시부터 약 2시간에 걸쳐 사병 5~6명과 함께 12구의 시신을 암매장한 사실을 검찰에 털어놨다.

 정보 참모로부터 여단장의 지시를 전달받아 가매장할 장소를 직접 물색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3공수여단장은 최세창 준장이었다.

 특히 가매장한 장소에 대한 진술이 구체적이다.

 김 소령은 '야산과 논이 보이는 방면의 (교도소)담장 3m 지점에 가마니로 2구씩 시체를 덮어 같은 장소에 연결해 묻었다'고 진술했다.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6일 오후 광주 북구 옛 광주교도소 북측 담장 인근 5·18 암매장 추정지에서 유해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1980년 5월 당시 광주교도소에 주둔했던 3공수여단 김모 소령이 증언한 암매장 추정위치 약도. 김 소령은 "광주교도소 안 야산과 논이 보이는 방면의 3m 지점에 가마니로 2구씩 12구의 시체를 가매장했다"고 검찰조사에서 밝혔다. 2017.11.06.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6일 오후 광주 북구 옛 광주교도소 북측 담장 인근 5·18 암매장 추정지에서 유해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1980년 5월 당시 광주교도소에 주둔했던 3공수여단 김모 소령이 증언한 암매장 추정위치 약도. 김 소령은 "광주교도소 안 야산과 논이 보이는 방면의 3m 지점에 가마니로 2구씩 12구의 시체를 가매장했다"고 검찰조사에서 밝혔다. 2017.11.06.  [email protected]
'광주교도소 앞쪽으로 있는 주유소, 광주와 담양 간의 고속도로, 정문 방면의 비포장 도로쪽은 아니었다. 주유소 반대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암매장한 장소의 약도도 남겼다.

 기념재단은 김 소령의 진술과 그가 남긴 약도를 근거로, 교도소 북측 담장 바깥쪽 전체 300m 중 폭 3~5m, 길이 117m 구간을 유력한 암매장 장소로 특정했다. 80년 5월 당시 공수부대의 순찰로로 사용됐으며 인근에 농장 터가 있던 곳이다. 3공수여단 16대대가 주둔했었다.

 김 소령은 '교도소 영내에서 가매장을 했고 언제든지 확인할 수가 있었기 때문에 특별한 표시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른 가매장한 시체는 없었다'는 진술도 남겼다.

 가매장한 시체의 상태에 대해서는 '가마니로 쌓여 있었는데 자세히 살펴보지는 않았으나 악취가 심하게 나서 상당히 부패됐던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가매장한 시신이 사망한 경위에 대해서는 '전남대학교에서 광주교도소로 호송해왔던 차량의 문을 열었을 때 2~3명이 밟혀 죽어 있었다. 나머지 사망자는 교도소를 방어하는 동안 시위대와의 교전으로 발생한 사망자와 교도소로 이송된 뒤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시위대가 포함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념재단과 5월 단체는 김 소령이 당시 광주교도소 상황을 사실과 가깝게 진술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며, 암매장지 발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수만 전 5·18유족회장은 "3공수대가 철수한 시점과 암매장한 장소에 대한 진술이 아주 구체적이고 정확하다"며 "이 곳을 발굴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념재단은 이날부터 광주교도소 내 암매장 발굴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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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교도소 담장 3m 지점에 가마니로 2구씩, 시체 12구 가매장했다'

기사등록 2017/11/06 17:09:4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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