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기시 총리는 그것을 어떻게든 고치고 싶어 했다. (헌법을) 고쳐 미국과 대등한 관계를 맺으려는 게 그의 소망이었다. 그것을 손자인 아베 총리가 해내고 싶어한다.”
가자마 나오키(風間直樹·51) 전 외무성 차관(현 민주당 참의원)이 지난 7월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분석한 아베 총리의 개헌 추진 배경이다. 지난 2014년 7월 해석 개헌으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일본 정부가 굳이 헌법 9조를 고쳐 쓰기를 원하는 데는 외조부가 이루지 못한 미완의 과제를 완수해 자신의 이름을 역사에 남기고 싶어 하는 아베의 염원이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가자마 전 차관이 언급한 아베의 외조부 기시 전 총리는 일본의 괴뢰정부인 만주국에서 근무한 혁신 관료 출신이다. 전후 A급 전범 용의자로 복역하다 출감한 뒤 1956년 12월 이시바시 내각에서 외상을 지낸 데 이어, 다음해 2월 일본의 56대 총리에 부임한 거물 정치인이다. 그는 1960년 미국과 신 안보조약을 체결했지만, 일본노동조합총평의회 등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반발에 밀려 낙마했다.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하고, 일본을 다시 전쟁의 구렁텅이로 내몰 수 있다는 일본인들의 우려가 기시의 몰락을 불렀다.
기시는 회고록에서 “말로만 대등한 미일 관계라고 하면서 현행 안보조약은 미국에 유리하다. 미군이 점령한 상태나 진배없다”고 미일 안보조약 개정 추진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혁신 관료 출신으로 만주국 경제의 사령탑을 담당한 민족주의자 기시는 더글러스 맥아더 사령부가 불과 9일 만에 만든 초안에 살을 붙여 급조한 현행 헌법 또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베 총리도 외조부의 이러한 현실 인식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그가 추진하는 헌법 개정의 목표도 전후 체제 탈각을 통해 일본을 아름다운 국가로 만드는 것이 골자다. 아름다운 국가란 주권적 권리인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를 뜻한다. 일본의 보수는 현행 헌법이 태평양 전쟁에서 패한 일본이 미국과 유럽 중심의 세계 패권에 도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연합국이 채운 족쇄로 보고 개정을 요구해왔다.
아베가 지난 2006년 이후 개헌을 추진하면서도 가장 역점을 둔 헌법 조항은 ‘평화헌법 9조’다. 헌법 9조는 일본의 ▲무력사용 ▲군대보유 ▲교전권 등을 금지하고 있다. 국제분쟁의 해결 수단으로 전쟁과 무력 사용을 영원히 포기한다는 내용의 1항과, 육해공군과 그 밖의 전력을 보유하지 않으며 국가의 교전권을 갖지 않는다는 내용의 2항을 각각 포함하고 있다.
일본의 보수는 이 조항이 ▲1946년 11월 3일 헌법 공포 이후 달라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연합국이 일본의 의지에 반해 강요한 것이라며 줄기차게 개정을 요구해왔다. 태평양 전쟁에서 주변국들에게 고통을 강요한 ‘원죄’보다는 자주 국가의 권리를 앞세우고 있는 셈이다. 일본은 지난 연합군 사령부가 현행 헌법을 공표한 이후 단 한 차례도 헌법을 개정한 바 없다.
반면 아키히토 천황을 비롯한 호헌세력은 이 헌법이 전후 일본의 번영을 담보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개정에 반대해왔다. 일본이 태평양 전쟁 종전 이후 지난 70년간 또 다른 전쟁에 휘말려들지 않고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하는 등 번영의 길을 걸어온 데는 무력사용을 금지한 평화헌법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아울러 연합국이 천황의 군 통수권을 규정한 헌법 11조를 없애, 중일전쟁과 태평양 전쟁을 도발한 군을 향한 문민통제도 가능했다고 본다.
가자마 나오키(風間直樹·51) 전 외무성 차관(현 민주당 참의원)이 지난 7월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분석한 아베 총리의 개헌 추진 배경이다. 지난 2014년 7월 해석 개헌으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일본 정부가 굳이 헌법 9조를 고쳐 쓰기를 원하는 데는 외조부가 이루지 못한 미완의 과제를 완수해 자신의 이름을 역사에 남기고 싶어 하는 아베의 염원이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가자마 전 차관이 언급한 아베의 외조부 기시 전 총리는 일본의 괴뢰정부인 만주국에서 근무한 혁신 관료 출신이다. 전후 A급 전범 용의자로 복역하다 출감한 뒤 1956년 12월 이시바시 내각에서 외상을 지낸 데 이어, 다음해 2월 일본의 56대 총리에 부임한 거물 정치인이다. 그는 1960년 미국과 신 안보조약을 체결했지만, 일본노동조합총평의회 등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반발에 밀려 낙마했다.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하고, 일본을 다시 전쟁의 구렁텅이로 내몰 수 있다는 일본인들의 우려가 기시의 몰락을 불렀다.
기시는 회고록에서 “말로만 대등한 미일 관계라고 하면서 현행 안보조약은 미국에 유리하다. 미군이 점령한 상태나 진배없다”고 미일 안보조약 개정 추진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혁신 관료 출신으로 만주국 경제의 사령탑을 담당한 민족주의자 기시는 더글러스 맥아더 사령부가 불과 9일 만에 만든 초안에 살을 붙여 급조한 현행 헌법 또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베 총리도 외조부의 이러한 현실 인식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그가 추진하는 헌법 개정의 목표도 전후 체제 탈각을 통해 일본을 아름다운 국가로 만드는 것이 골자다. 아름다운 국가란 주권적 권리인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를 뜻한다. 일본의 보수는 현행 헌법이 태평양 전쟁에서 패한 일본이 미국과 유럽 중심의 세계 패권에 도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연합국이 채운 족쇄로 보고 개정을 요구해왔다.
아베가 지난 2006년 이후 개헌을 추진하면서도 가장 역점을 둔 헌법 조항은 ‘평화헌법 9조’다. 헌법 9조는 일본의 ▲무력사용 ▲군대보유 ▲교전권 등을 금지하고 있다. 국제분쟁의 해결 수단으로 전쟁과 무력 사용을 영원히 포기한다는 내용의 1항과, 육해공군과 그 밖의 전력을 보유하지 않으며 국가의 교전권을 갖지 않는다는 내용의 2항을 각각 포함하고 있다.
일본의 보수는 이 조항이 ▲1946년 11월 3일 헌법 공포 이후 달라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연합국이 일본의 의지에 반해 강요한 것이라며 줄기차게 개정을 요구해왔다. 태평양 전쟁에서 주변국들에게 고통을 강요한 ‘원죄’보다는 자주 국가의 권리를 앞세우고 있는 셈이다. 일본은 지난 연합군 사령부가 현행 헌법을 공표한 이후 단 한 차례도 헌법을 개정한 바 없다.
반면 아키히토 천황을 비롯한 호헌세력은 이 헌법이 전후 일본의 번영을 담보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개정에 반대해왔다. 일본이 태평양 전쟁 종전 이후 지난 70년간 또 다른 전쟁에 휘말려들지 않고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하는 등 번영의 길을 걸어온 데는 무력사용을 금지한 평화헌법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아울러 연합국이 천황의 군 통수권을 규정한 헌법 11조를 없애, 중일전쟁과 태평양 전쟁을 도발한 군을 향한 문민통제도 가능했다고 본다.
이번 중의원 선거결과는 아베의 개헌 추진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동안 선거승리를 동력 삼아 개헌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7월10일 참의원 선거에서 야권연대를 따돌리고 대승을 거둔 뒤에도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개헌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연립여당과 개헌에 찬성하는 보수 야당을 합친 개헌세력 의석수는 당시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넘었다.
하지만 여론이 자민당(헌법개정추진본부) 초안에 대해 싸늘한 반응을 보이자 그는 완급조절을 하는 노련함을 보였다. 헌법이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하는 지 정하는 주체는 국민이라며 스스로를 낮췄다. 지난 2006년 1차 내각 출범 때만 해도 개헌에 대해 배수의 진을 치고 불퇴전의 의지를 밝혔으나, 이제 여론의 풍향을 보아가며 대응 수위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의회를 통과해도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개헌 요건은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재적의원의 3분의 2이상을 얻은 뒤 국민투표에 부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아베는 그동안 헌법 개정에 관한한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 지난 2014년 해석개헌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한 것이 대표적 실례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미국)가 공격을 받아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을 때 자국이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해 반격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일본이 직접 공격을 받지 않아도 적국에 맞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열어놓은 셈이다.
아베의 마지막 남은 과제는 일본 국민을 설득하는 일이다. 이제는 보수단체들을 앞세워 분위기 조성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단체가 일본회의다. 이 단체는 2014년 10월 ‘아름다운 일본의 헌법을 만드는 국민의 모임’을 결성해 일본 국민 1000만명의 서명을 목표로 지원활동을 펼치는 등 개헌 작업을 측면지원하고 있다. 일본회의는 1997년 5월 30일, 대표적인 우파단체인 ‘일본을 지키는 모임’과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가 통합하면서 결성된 조직이다.
가자마 전 차관은 “(아베 정부가 추진중인) 개헌작업은 아직 초기 단계다. 자민당 당내에서 현재 개헌안을 놓고 의견을 수렴중이다. 아베 정부는 이러한 작업을 올해 계속해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아직까지 개헌안에 무엇이 담길지, 그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다들 잘 모르는 상황이다. 헌법개정과 관련, 유일하게 외부로 드러난 것은 헌법상 자위대라는 존재를 확실하게 넣자는 정도”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하지만 여론이 자민당(헌법개정추진본부) 초안에 대해 싸늘한 반응을 보이자 그는 완급조절을 하는 노련함을 보였다. 헌법이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하는 지 정하는 주체는 국민이라며 스스로를 낮췄다. 지난 2006년 1차 내각 출범 때만 해도 개헌에 대해 배수의 진을 치고 불퇴전의 의지를 밝혔으나, 이제 여론의 풍향을 보아가며 대응 수위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의회를 통과해도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개헌 요건은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재적의원의 3분의 2이상을 얻은 뒤 국민투표에 부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아베는 그동안 헌법 개정에 관한한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 지난 2014년 해석개헌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한 것이 대표적 실례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미국)가 공격을 받아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을 때 자국이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해 반격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일본이 직접 공격을 받지 않아도 적국에 맞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열어놓은 셈이다.
아베의 마지막 남은 과제는 일본 국민을 설득하는 일이다. 이제는 보수단체들을 앞세워 분위기 조성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단체가 일본회의다. 이 단체는 2014년 10월 ‘아름다운 일본의 헌법을 만드는 국민의 모임’을 결성해 일본 국민 1000만명의 서명을 목표로 지원활동을 펼치는 등 개헌 작업을 측면지원하고 있다. 일본회의는 1997년 5월 30일, 대표적인 우파단체인 ‘일본을 지키는 모임’과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가 통합하면서 결성된 조직이다.
가자마 전 차관은 “(아베 정부가 추진중인) 개헌작업은 아직 초기 단계다. 자민당 당내에서 현재 개헌안을 놓고 의견을 수렴중이다. 아베 정부는 이러한 작업을 올해 계속해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아직까지 개헌안에 무엇이 담길지, 그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다들 잘 모르는 상황이다. 헌법개정과 관련, 유일하게 외부로 드러난 것은 헌법상 자위대라는 존재를 확실하게 넣자는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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