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반대' 분신 故조영삼 "철회 협상 마중물 되길"···유서 공개

기사등록 2017/09/21 14:05:25

【서울=뉴시스】 심동준 기자 =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등 시민단체가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서울=뉴시스】 심동준 기자 =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등 시민단체가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장례는 시민사회장으로···23일 발인

【서울=뉴시스】채윤태 기자 = 정부가 추진 중인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반대하면서 분신한 고(故) 조영삼(58)씨가 유서를 통해 "저의 산화가 사드 철회를 위한 미국과의 협상에서 한방울이나마 좋은 결과의 마중물이 된다면 가문의 큰 영광으로 알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의 유족과 '사드 철회 마중물 고 조영삼님 시민사회장 장례위원회(조영삼 장례위)'는 21일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조씨의 유서 일부를 공개했다.

 조씨는 유서에서 "저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진실로 바라는 사람이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남북경협, 평화통일, 동북아 균형자 역할 등을 통한 우리 후손들의 미래가 보이기 때문"이라며 "사드는 결코 전쟁 방지나 평화를 지키는 무기가 아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총알로 총알을 맞추는' 가능성이 희박한 사드 미사일 자체보다 사드 배치에 동반되는 엑스밴드 레이더의 감시망에 놓여있는 북한과 중국은 사드 가동 시점부터 제1 타격 목표를 사드 배치 지역으로 놓을 것이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대한민국 정부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라고 미국에게 당당히 말해줬으면 좋겠다"며 "문 대통령님이 촛불민심을 든든한 배경으로 흔들리지 마시고 초심대로 밀고 나가서 성공한 정권으로 세계사에 길이 남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조영삼 장례위는 "고인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사드 철회 투쟁 연대체인 사드저지 평화회의를 주축으로 사드 철회와 평화 실현을 염원하는 평화통일, 인권, 시민사회 개인과 단체, 존경받는 원로인사를 포함해 포괄적으로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씨의 부인 엄계희씨는 "조씨가 한국에 와서 가장 기뻐했을 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순간이었다. 이제 꿈꾸는 세상으로 갈 수 있는 길이 트였다고했다. 이제 활력소 생기는구나 했는데 오래가지 않더라. 더 멀리 보게되더라. 그러면서 하는 말이 '첫 판부터 밀리면 안 되는데'라며 사드 배치 반대 서명을 하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엄씨는 또 "조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문 대통령이 사드를 배치하지만, 대통령 입장에서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명분을 만들어줘야한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해야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성주=뉴시스】박홍식 기자 = '문재인 정부 규탄 및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이 20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열렸다.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반대하는 성주주민과 6개 시민단체 회원 100여 명은 이날 집회를 열고 "묻지마 사드배치로 주민 100여명이 다친 것은 엄연한 인권침해"라며 "폭력 경찰과 문재인 정부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분신 사망한 조영삼(58)씨를 애도하는 분향소가 차려진 소성리 마을회관. 2017.09.20 phs6431@newsis.com
【성주=뉴시스】박홍식 기자 = '문재인 정부 규탄 및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이 20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열렸다.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반대하는 성주주민과 6개 시민단체 회원 100여 명은 이날 집회를 열고 "묻지마 사드배치로 주민 100여명이 다친 것은 엄연한 인권침해"라며 "폭력 경찰과 문재인 정부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분신 사망한 조영삼(58)씨를 애도하는 분향소가 차려진 소성리 마을회관. 2017.09.20 [email protected]

 장례 호상을 맡은 이덕우 변호사는 "조씨가 썼던 말 중에 핵심 발언은 '마중물'일 것이다. 펌프 지하에 있는 물을 끌어 오려면 펌프질을 해야 땅 속에 있는 물이 올라온다"며 "언제 전쟁 터질 줄 모르고 이것을 막기 위해서는 마중물에 응답해야 한다는 게 우리에게 남은 숙제"라고 말했다.

 장례 집행위원장을 맡은 최병현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조씨는 촛불로 거짓을 진실로 바꿀 것이란 기대감,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 등이 실현되지 않은 안타까움에 국민을 대신해서 행동으로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씨의 발인은 오는 23일이며 고인이 거주했던 경남 밀양에 안치될 예정이다.

 앞서 조씨는 지난 19일 오후 4시10분께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건물 테라스에서 '사드 배치는 긴장을 초래하고 전쟁의 위협만 가중시킨다' 등의 글을 남기고 분신을 했다.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은 조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20일 오전 9시34분께 사망했다.

 조씨는 마지막 재독 망명가로 알려졌다. 그는 1995년 8월15일 비전향장기수 이인모(2007년 사망)씨의 초청으로 독일과 중국을 거쳐 밀입북해 북한 당국이 주도한 통일 관련 집회에 참석한 뒤 1998년 독일로 망명했다. 이후 그는 2012년 12월31일 귀국하면서 국가정보원에 의해 체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금수산 기념궁전을 참배한 행위 등이 유죄로 인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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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반대' 분신 故조영삼 "철회 협상 마중물 되길"···유서 공개

기사등록 2017/09/21 14:05:25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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