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국문학관 부지 선정에 서울시 자치구 '들썩'

기사등록 2017/09/11 11:36:11

최종수정 2017/09/11 14:34:35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국립한국문학관 부지가 용산구 용산가족공원내로 사실상 낙점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서울시는 물론 문학관 유치를 희망했던 자치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문학관 부지 결정 과정에서 서울시를 배제한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11일 "문체부가 단독으로 국립한국문학관을 용산가족공원내에 입지시키겠다는 것은 우려스런 결정"이라고 말했다.

 용산가족공원이 국유지라 서울시로선 문체부의 국유지 활용방침에 공식적으로 반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지만 용산가족공원 조성 과정에서 거듭 배제되고 있는 점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서울시는 용산공원조성특별법상 조성계획 및 관리 주체에서 빠져 있다는 이유로 그간 용산공원 관련 사안에서 소외돼왔던 터라 이번 한국문학관 건도 쉽게 넘길 수 없어 보인다.

 한국문학관 건립사업 공개모집에 응했던 서울시 자치구들은 더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서울시내에 한국문학관을 짓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기대감에 부풀었던 자치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체부 연구용역 결과 1위로 평가받았던 은평구는 용산가족공원이 한국문학관 부지로는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은평구 관계자는 "문체부는 용산가족공원 부지안에 있는 문체부 땅 1만평으로만 한국문학관을 짓겠다는 입장인데 이곳은 맹지(길이 없는 땅)"라며 "서울시가 인근에 있는 시유지에 도로를 내달라는 문체부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문체부는 국립중앙박물관을 경유하는 길을 뚫고 한국문학관을 지어야 하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체부가 제시한 부지에 한국문학관을 지으면 주차장 부지가 부족해 관람객들이 국립중앙박물관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많이 걸어와야 하는 등 어려운 점이 있다"며 "문학관에 오는 관람객들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주차하고 긴거리를 걸어와야 한다면 문학인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도를 보면 문체부가 제시한 한국문학관 부지는 용산가족공원 끝부분에 매달려 있는 땅"이라며 "국립미술관 등 다른 예술 영역 기념관은 다 있는데 한국문학관은 없다는 점에 착안해 문학진흥법이 발의됐고 그래서 문인들의 자존심을 회복시키기 위해 이 문학관을 추진해왔는데 문체부가 제시한 안대로라면 지어봤자 1만평 이상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국립중앙박물관 자투리땅에 한국문학관을 지으면 하나의 부수적 건물이 된다. 국립박물관 앞에 있는 한글박물관도 관람객이 많이 찾지 않아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한글박물관처럼 한국문학관도 값어치가 많이 훼손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체부 행보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은평구 관계자는 "정부가 용산가족공원에 짓는 쪽으로 실질적으로 움직인 것은 도종환 장관이 취임하면서부터"라며 "그런데 도 장관은 (의원 신분이었던) 2015년만해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한국문학관을 지을 서울시 땅을 알아봐달라고 했던 분이다. 그래서 이 사업이 시작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은평구에 이어 2위로 평가됐던 동작구 역시 불만을 드러냈다.

 동작구 관계자는 "지난해 주민들과 문화예술단체의 유치 요구속에 준비해서 공모했는데 지난해 연말부터 문학진흥정책위원회 등에서 용산가족공원 쪽으로 방향이 설정돼 안타깝다"며 "그동안 지역주민이나 단체뿐 아니라 동작구 자체도 준비하는 과정에서 행정적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고 밝혔다.

 자치구들은 이처럼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반대하기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다. 지난해 정부가 지자체간 경쟁 과열을 이유로 한국문학관 공모를 중단했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자치구들은 정부의 용산가족공원내 한국문학관 설치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가 자칫 문체부의 국유지 활용 방침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동작구 관계자는 "(문체부가) 지난해 6월에 공모를 전면 백지화한 이유가 바로 지자체 과열이었다"며 "실력행사나 서명운동을 하면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외 타 지역의 한국문학관 유치 움직임도 서울 자치구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타 지자체는 지방분권을 요구하면서 서울외 타지역 유치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지방쪽에서도 얘기가 들어오는 모양"이라며 "지방에서는 국가적인 기념관인 한국문학관을 지으면서 정부가 지방분권 차원의 배려를 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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