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닐라=AP/뉴시스】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을 위해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제50차 아세안 외무장관 회의를 비롯해 관련 회의들이 열리는 국제컨벤션센터에서 걸어가고 있다. 2017.08.07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북한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오늘날의 북핵 문제는 미국의 적대시정책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하며, 미국에 의해 '위협'으로 '매도'된 문제의 본질을 가려볼 것을 호소했다.
북한 대표단은 7일(현지시간) ARF 일정을 마친 후 현장에 있던 취재진에게 이같은 내용을 담은 리용호 외무상의 연설문을 배포했다.
이 연설문에 따르면 리용호 외무상은 연설에서 핵 문제는 미국의 위협으로 인해 시작된 문제이며, 국제사회에 어떠한 위협도 가할 의도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친선 관계를 맺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이 다수인 ARF에서 미국의 입지를 줄여 자신들의 정당성 주장을 관철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리용호 외무상은 " 조선반도 핵문제는 미국 때문에 생겨난 문제이고, 그 책임도 전적으로 미국에 있는 문제"라며 "공화국이 핵과 대륙간탄도로켓을 보유한 것은 우리를 겨냥한 미국의 핵위협에 대처한 정정당당한 자위적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미국은 유엔 안보리이사회에서 여러 건의 반공화국 제재결의 등을 조작해냄으로써 이 문제를 조선 대 유엔 사이의 문제처럼 둔갑시키고 있다"며 "(ARF) 성원국들은 우리의 핵과 대륙간탄도로켓 보유가 미국이 떠드는 것처럼 '세계적인 위협'인가, 아니면 미국에 한한 위협인가를 정확히 가려보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리용호 외무상은 연설에서 미국의 위협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도 덧붙였다. 그는 "미국은 1957년 남조선에 핵무기를 끌어들여 실전배비함으로써 조선반도핵화의 시초를 열었다"며 "1970년대부터는 (남측에서)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을 벌이며 여기에 핵전략자산을 투입하기 시작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한 "이 세상에 우리나라만큼 미국의 핵위협을 장기간에 걸쳐 당해온 나라는 없다"며 "미국의 우세한 선전수단들로 인해 세계는 오히려 우리가 무슨 '도발'을 일삼는 것처럼 그릇된 인식이 유포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핵보유국은 군사적 공격을 받는 일이 없는 반면 핵을 못 가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소말리아는 미국의 군사적 침공과 간섭을 받아 정권교체를 당했다"며 자신들이 자위적 수단으로 핵 억제력을 키울 수밖에 없었음을 강조했다.
리용호 외무상은 이어 "우리는 책임 있는 핵, 대륙간탄도로켓 보유국"이라며 "미국의 반공화국 군사행동에 가담하지 않는 한 미국을 제외한 그 어떤 나라에 대해서도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핵무기로 위협할 의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우리의 핵보유가 세계적인 위협이라고 떠들며, 유엔을 악용해 조선반도 핵문제를 국제화하려는 것은 이 문제가 조미(북미) 사이의 문제라는 본질과 저들의 책임을 가리우고, 남을 희생시켜 이속을 차리려는 '미국제일주의'의 적나라한 표현"이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유엔 성원국의 국방력강화조치를 제멋대로 '국제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매도하는 불법·월권행위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리용호 외무상은 그러면서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과 핵위협에 대해 문제시하지 않거나 못하는 나라들은 조선반도 핵문제에 대해 언급할 도덕적 자격이 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연단의 다른 성원국들, 아세안성원국들이 조산반도 핵문제의 본질과 '미국제일주의'의 위험성을 잘 가려보고, 공정하고 현실적인 입장과 태도를 취하리라 기대를 표명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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