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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뜨거운 추모···여우락 '장단 DNA : 김용배적 감각'

기사등록 2017/07/08 08:00:00

【서울=뉴시스】 박은하, '여우락 제작발표회' 쇼케이스. 2017.07.07. (사진 = 국립극장 제공) <a href="mailto:photo@newsis.com">photo@newsis.com</a>
【서울=뉴시스】 박은하, '여우락 제작발표회' 쇼케이스. 2017.07.07. (사진 = 국립극장 제공) <a href="mailto:[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a>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바깥에서 폭우가 쏟아지는데 공연장에서는 그 이상으로 천둥이 치고 비가 내렸다. 꽹과리는 천둥, 장구는 비, 그리고 북과 징은 구름과 바람이다.

사물놀이의 구성 악기이자 각자 자연의 상징성을 머금은 이 네 악기가 동시에 울려 퍼지며 빚어내는 폭발적인 화음은 폭우와 천둥을 뚫고 이겨낸 환희를 안겼다.

7일 밤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펼쳐진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의 우리음악 축제 '2017 여우락 페스티벌'의 개막공연 '장단 DNA'가 만들어낸 기적 같은 풍경이다.
 
'김용배적 감각'이라는 부제를 단 이날 무대는 1978년 소극장 공간사랑에서 김덕수(장고), 이광수(북), 최종실(징)과 함께 사물놀이를 창시한 명인으로 유명한 고(故) 김용배(상쇠)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자리였다.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사물놀이팀 창단 멤버이자 최초의 여성 사물놀이 연주자로 활약한 박은하, 동해안별신굿 화랭이 김정희, 사물놀이 진쇠 명인 김복만, 올해 '여우락' 예술감독이자 타악·피리 연주자인 원일이 선보인 화끈하고 애달픈 장단은 고인에 대한 뜨거운 헌정이자 애도, 그리고 위안이었다.

'덩기덕 쿵덕', 즉 굿거리 장단을 중심으로 사물놀이의 리듬을 만들어낸 김용배의 감각은 이날 네 연주자로 인해 그대로 재현 또는 다양하게 변주되며 사물놀이에 똬리를 튼 그루브 정신을 토해냈다.

특히 4인 꽹과리의 합주인 '금(金)-영(靈)-신(神)-금(金)-굿' 연주는 우리의 한과 흥겨움의 장수였다. 우리 안에 내재된 '장단 DNA'를 퍼뜩 깨우는데 충분했다.

원일의 대표작이자 김용배를 기리는 추모곡 '꽃상여' 음악과 박은하의 '천도재' 장면을 결합한 '수(水)-꽃상여·천도재'는 가장 애틋한 헌정 무대였다. 

앙코르는 김용배의 웃다리 풍물 중 짝쇠 부분. 두 꽹과리가 천둥을 주고받는 것처럼 폭발적으로 연주하는 것으로 살아생전 김용배의 신기와 묘기에 가까운 쇠놀림을 기억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이날 네 연주자는 흥겨움으로 이를 마무리하며 애이불비, 즉 '속으로는 슬프면서 겉으로는 슬프지 않은 체'하는 우리의 정서로 고인에 대한 예를 다했다.

미술작가 적극이 꾸민 무대 한가운데 설치된 6m의 장대를 이용한 차이니즈 폴 묘기는 김용배의 삶과 죽음, 즉 상승과 하강을 은유했다. 

음악평론가 강헌은 김용배에 대해 "우리가 숲을 걸을 때는 정작 그 숲의 규모를 알 수 없고 지나서야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있듯, 김용배 역시 그가 떠난 후에야 예술적 정신과 태도의 깊이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공연은 고인이 없어도 우리 음악이 자기진화하고 있음을 증명한 자리다. 이날 무대의 탄력을 받아 '여우락 페스티벌'은 국립극장에서 22일까지 이어진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국제적인 팀들이 나와 지금 여기의 우리 음악을 들려준다. 예술감독 원일, 음악감독 공명·한웅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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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뜨거운 추모···여우락 '장단 DNA : 김용배적 감각'

기사등록 2017/07/08 08: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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