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48) 감독은 19일 영화 '옥자'에 관해 이같이 말했다. 봉 감독은 이날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옥자' 기자회견에 참석, "영화에 담긴 다양한 메시지 중 딱 하나만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자본주의 시대를 살며 느끼는 기쁨이 있지만 고통도 있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동물도 자본주의 시대를 살고 있다. 거기에서 오는 그들의 피로와 고통이 있다. 그걸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옥자'는 옥자라는 거대 동물에 관한 작품이다. 돼지와 하마를 합쳐놓은 듯한 형태의 이 동물이 이익 집단들의 표적이 되고, 뉴욕으로 납치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옥자와 10년 동안 산 속에서 살아온 소녀 '미자'(안서현)가 옥자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고, 옥자를 이용한 음모를 꾸미는 거대 기업, 동물보호단체, 동물학자 등이 뒤엉킨다.
시사회 직후 현지 언론은 '옥자'에 대해 '봉준호 감독만이 만들 수 있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봉 감독이 '괴물'(2006) 등에서 보여준 사회풍자적인 면과 그 특유의 유머, 이전 작품들에서는 볼 수 없던 사랑과 우정의 요소, 새로운 생명체 옥자가 어우러져 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독특한 영화가 탄생했다는 평가다.
'옥자'는 영화제 개막 전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달 칸영화제 사무국이 경쟁 부문 초청작을 발표하면서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투자·배급·제작한 영화 두 편('옥자' '메이어로위츠 스토리')을 명단에 올리며 화제를 모았다.
전날에는 페드로 알모도바로 심사위원장이 심사위원단 기자회견에서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받는다면 엄청난 모순"이라고 말해 평가 배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봉 감독은 "넷플릭스와의 작업은 굉장히 좋았다. 영화 예산이 적지 않았는데(약 5000만 달러), 100% 창작의 자유를 주면서 촬영하게 해줘 정말 환상적이었다"며 넷플리스를 에둘러 옹호했다. 그는 이어 "실제 영화를 찍는 과정에서 어떤 간섭도 없었고, 이 작업을 존중해줘 자유로운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봉 감독은 "칸영화제에서 우리 영화를 받아준 것 또한 열린 마음이다. 이런 열린 마음이라면 언젠가는 타협점을 찾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알모도바르 심사위원장의 발언데 대해서는 "그분의 광팬이다. 그분이 이 영화를 본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어떤 형태로든 언급되는 게 영광이다. 무슨 말을 해도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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