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푸틴 만남 성사로 美-러시아 관계 개선 여지 열려

기사등록 2017/04/13 10:11:07

left swipright swip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만남이 성사되면서 양국 관계 개선 여지가 조금이나마 열렸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틸러슨 장관은 12일(현지시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동한 뒤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러시아 크렘린(대통령궁)은 당초 푸틴이 틸러슨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었다.

 양측 모두 도널드 트럼프 미 통령 취임 이후 미러 관계가 악화됐다는 점을 인정했다. 틸러슨은 기자회견에서 '양국 관계가 최악의 상태(at a low point)에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이날 국영 미르TV와의 인터뷰에서 "실무 차원, 특히 군사적 측면에서의 신뢰는 (트럼프 취임 후) 개선되기는커녕 더 악화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틸러슨과 푸틴의 구체적인 면담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틸러슨과 라브로프가 시리아 화학무기 참사를 놓고 입장차를 재확인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미있는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예상을 뒤집고 틸러슨 장관을 만났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가 미국과의 관계 개선 노력을 포기하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러시아 외교국방정책협회(FDPC)의 표도르 루카노프 회장은 "여기가 바로 외교가 시작되는 지점"이라며 "푸틴이 틸러슨을 받아들였다는 점은 호의적 표시다. 러시아는 분명 대립을 원하지 않는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워싱턴이그재미너(WE)는 푸틴이 틸러슨을 통해 트럼프의 외교정책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그냥 날려버릴 수 없다고 여겼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 장관의 방러는 이번이 처음이다.

 틸러슨과 라브로프는 이번 회담에서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의 배후, 미국의 시리아 공군기지 응징 공습 등에 관해 첨예한 이견을 드러냈다. 한편으로는 양국 간 충돌 방지를 위한 소통 라인 복구를 합의했다.

associate_pic2
 미국은 지난 6일 시리아 북부 칸셰이쿤에서 발생한 화학무기 참사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의 소행이라고 보고 있다. 아사드 동맹인 러시아는 미국이 없는 사실을 지어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틸러슨의 목적은 러시아에 미국의 입장을 제시하고 이를 검토할 시간을 주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돌파구 마련이나 수주 내 러시아의 입장 변화는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브루킹스 연구소 산하 미국유럽 연구소의 토머스 라이트는 이번 사태에 관한 러시아의 대응이 '수사(rhetoric)'뿐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러시아는 여전히 트럼프와의 관계 개선을 원한다. 트럼프도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틸러슨의 방러가 푸틴과의 만남 성사로 마무리된 가운데 이제 관심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으로 옮겨가고 있다. 둘은 오는 7월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처음 대면할 예정이다.

 국제컨설팅업체 키신저협회의 토머스 그레이엄 상무이사는 "러시아 정치 기득권의 많은 이들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원한다"며 틸러슨의 이번 방러로 상호 협력의 문이 조금이나마 열렸다고 평가했다.

 틸러슨은 미 정유업체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외교 경험은 없지만 러시아와의 석유 사업 협상을 여러 차례 주도했다. 2013년 푸틴으로부터 '우정의 메달'을 받을 정도로 사이가 가깝다.

 ez@newsis.com

관련기사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틸러슨·푸틴 만남 성사로 美-러시아 관계 개선 여지 열려

기사등록 2017/04/13 10:11:07 최초수정

많이 본 기사

newsis_c
newsis_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