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들' 주제와 달리 화면에는 사람이 없다. 올망졸망 크기나 형태가 비슷한 단순한 집들만 담겼다. 나이프 작업으로 물감들이 춤추듯 자유분방하게 그려진 '이국적인 집 풍경'은 알고보면 무거운 주제가 담겼다.
김화백을 대표하는 연작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18년전 탄생했다.
1999년 뉴욕을 방문한게 계기가 됐다. 어느 겨울날 소호의 화랑가에 있는 커피숍에서 작가는 다름을 발견했다. "백인, 흑인, 동양인 그리고 히스패닉 등 여러 인종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는데 그 순간 전철창문을 통해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집들이 사람들의 얼굴과 겹쳐져 보였다"
그래서인지 집은 사람 얼굴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동서, 빈부, 노소, 흑백이 함께 살아가야 할 공동체의 이상을 따뜻하게 담아내 희망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며 "높은 빌딩도 단순화시켜 천진무구한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가장 평화적인 집 형태로 표현했다"고 전했다.
삶의 애환이 담긴 무거운 의미가 담겼지만 작품은 희망의 빛을 선사한다. 차분하면서도 밝은 색채와 함께 캔버스와 한몸이 된 듯한 마티에르의 향연은 '그림 보는 맛'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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