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교남동 '경희궁자이' 인근 중개업소에서는 전세매물을 찾는다는 기자에게 이렇게 호객했다.
경희궁자이는 서울 종로구 교남동 62-1번지 일대 15만2430㎡ 규모의 돈의문 1구역을 재개발해 지은 단지다. 지상 최고 21층, 30개 동에 총 2533가구(아파트 2415가구와 오피스텔 118실)로 구성된다. 이는 서울 4대문 인근 최대규모로, 28일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이 단지는 광화문과 시청 등 업무지구와 인접한데다 서대문역과 독립문역을 이용할 수 있는 더블역세권이란 입지적 강점, 여기에 자이 브랜드파워가 더해져 매매가가 한강이북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에 형성됐다.
KB국민은행 시세에 따르면 가장 큰 전용 116.93㎡ 매매가는 이달 평균 14억7500만원, 가장 작은 전용 59.47㎡은 8억3000만원에 형성되는 등 3.3㎡당 3000만원 선을 넘어섰다.
대규모 물량이 입주를 시작하면서 이 일대에는 전세매물이 넘쳐났다.
사무실에서 상담받는 짧은 시간에도 전세를 놓겠다는 집주인이 여럿 들어왔다. 한 집주인은 상담받는 기자에게 우리집 전세는 어떻냐고 직접 물어봤을 정도다.
하지만 비싼 가격만큼 전세가격도 높은 상황이다.
KB국민은행 시세에 따르면 경희궁자이가 포함된 교남동 평균 전세가격은 3.3㎡당 2131만원이다. 종로구 전체 전셋값(1372만원)의 약 1.5배에 달한다. 전용 59㎡의 경우 평균 전세가격은 5억9500만원, 전용 77.65㎡는 6억6500만원, 전용 84㎡는 6억8500만원에 형성된 상태다.
이는 평균가격일 뿐이다. 대규모로 물량이 쏟아지다보니 동과 층수, 향에 따라 가격이 다양했다. 현장을 돌아본 결과 매물로 나와있는 전용 84㎡의 경우 6억2000만원에서 7억원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다보니 찾는 사람은 많지만 아직까지 거래가 활발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매물과 수요는 풍부하지만 이제 막 입주가 시작된만큼 관망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입주기간이 끝나는 오는 5월까지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지 지켜보겠다는 사람도 상당했다.
A중개사는 "이달 본격 입주가 시작하면서 가격이 소폭 하락한 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다"며 "이때문에 입주가 끝나는 5월쯤엔 전세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 보는 사람도 꽤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수요는 많지만 막상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다보니 중개사 간 경쟁도 치열했다.
B공인중개사는 "보통 동네 공인중개사끼리 매물을 공유하는데, 이 일대는 지금 중개업소마다 매매계약을 성사시킨 집주인의 전세매물을 각자 따로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옆집보다 우리가 저렴한 더 매물이 많으니 다른데 가지말고 여기서 계약하라"고 호객했다.
다른 업소도 경쟁적으로 호객을 이어갔다. C중개사는 "우리집엔 외국에 나간 집주인 매물도 꽤 되는데 4년 장기계약에 호가보다 4000만원까지 조율해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전세매물을 두고 눈치싸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D공인중개사는 "지난달부터 전세가격만 꾸준히 문의하는 사람도 꽤 된다"며 "집주인과 전세수요 사이 가격 눈치싸움이 5월까진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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