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성 44년 만에 첫 내한한 미국 록 밴드 '저니'가 15일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펼친 첫 내한공연은 이 팀을 기다려온 팬들의 숙원을 단번에 해결했다.
블루스퀘어 홀이 위치한 한강진 역은 평소 20~30대 여성들로 북적거리는 곳이다. 블루스퀘어의 또 다른 대형 공연장인 삼성전자홀이 인기 뮤지컬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현재 박효신·박은태·전동석을 앞세운 뮤지컬 '팬텀'이 오르고 있다.
이날 한강진역은 하지만 30~50대 남성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지난달 고척 스카이돔을 들끓게 한 헤비메탈 밴드 '메탈리카' 내한공연 당시 구일역을 떠올리게 했다.
반면 저니의 남녀 예매 비율은 7대 3이다. 40대가 37.9%로 가장 높았고, 30대가 30%, 20대가 15.4%로 뒤를 따랐다. 내한공연에 본래 외국 관객이 많지만 공연장이 이태원에 위치한 만큼 그 비율이 더 높아 보인 점도 특기할 만했다.
지난 메탈리카의 공연장을 채운 30~50대 남성은 패기로 무장했다면 이번 저니의 공연장을 채운 같은 세대 남성들은 추억을 한껏 머금은 듯 좀 더 포근했다.
'라이츠(Lights)'를 부를 때 팬들은 스마트폰 불빛을 좌우로 흔들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전주 없이 단숨에 첫 소절로 돌진한 '애니 웨이 유 원트(Any Way You Want It)'에서는 강력한 추억이 묻어나는 합창이 진동을 했다.
아저씨들의 추억에 젖은 합창에 이들 마음 한 곳에 숨겨졌던 서정과 낭만이 그 얼굴을 빠끔히 드러냈다. 여전히 겨울은 혹독하나, 봄 같던 이들의 청춘은 다시 소풍을 맞은 듯 고개를 들이밀었다
첫 곡 '세퍼레이트 웨이스(Separate Ways)'를 시작으로 2시간여 공연 동안 무대를 종횡무진하고, 마이크를 쉴 새 없이 공중에 던진 뒤 받으면서 분위기를 장악했다.
저니 공연에 스탠딩석이 없다는 볼멘 목소리를 내던 팬들은 너나할 것 없이 첫곡부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열광했다. 본 공연의 마지막 곡 '돈트 스톱 빌리빙(Don't Stop Believin')'에서는 비교적 얌전하던 2층 끝 좌석의 관객까지 모두 기립했다.
특히 앙코르 곡 '라 라자 델 솔(La Raza Del Sol)'과 '러빙, 터칭, 스퀴징(Lovin', Touchin', Squeezin')' 사이에 닐 숀, 케인, 그리고 원년 멤버인 로스 밸로리(베이스)가 가세해 삼각 편대로 선보인 합주는 괴력에 가까운 연주였다.
멤버 탈퇴와 해체 그리고 재결성을 거쳤어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밴드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명불허전, 최근 '로큰롤 명예의 전당'(Rock & Roll Hall of Fame)에 올린 이름은 과연 헛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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