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올스타전을 지켜보던 한 배구 관계자가 불현듯 한마디를 던졌다. 그가 언급한 인물은 과거 현대캐피탈에서 뛰던 달라스 수니아스. 올스타전이 열리는 이 시기만 되면 생각나는 이름이다.
수니아스가 국내 무대에 머문 기간은 2011~2012시즌 유일하다. 뚜렷한 기록을 내지도, 그렇다고 현대캐피탈의 우승 갈증을 풀어주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가 여전히 회자되는 이유는 단 하나. 올스타전에서 보여준 강렬한 퍼포먼스 때문이다.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에 등장해 "소녀시대 사인을 받아줄 수 없느냐?"고 물을 정도로 엉뚱한 모습의 소유자였던 그에게 올스타전은 마치 자신을 위해 마련된 무대인 듯 했다.
지금은 흔한 풍경으로 자리매김했지만 당시만 해도 여자부 경기 중 코트로 뛰어들거나 심판에게 항의하던 수니아스의 모습은 리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재미를 안겨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남성팬에게 서브 기회를 준 뒤 냉큼 관중석으로 넘어가 그의 여자친구와 어깨동무를 한 채 경기를 관람한 것은 올스타전의 최고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수니아스의 원맨쇼 이후 올스타전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다. 초창기에는 낯을 가리던 국내 선수들도 다양한 퍼포먼스를 마련해 팬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올해 올스타전은 오는 2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다.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는 배구의 인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4000장의 티켓이 20분 만에 완판됐다. KOVO는 현장 판매분 500장은 물론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입석표 판매까지 고려하고 있다.
무대는 마련됐다. 이제는 선수들이 팬들의 뜨거운 열기에 응답할 차례다. 누가 수니아스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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