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발표 직전 자유총연맹에 정보 전달
시민단체 집회 맞대응 요구…데모 내용·강도까지 지시
일부 내용은 '세월호 정치공작' 의심가는 정황도 담겨
자총 "청와대 요구에 체육대회 행사서도 정부정책 홍보"
【서울=뉴시스】김준모 김현섭 이혜원 기자 = 국내 최대의 보수우익 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자총)이 박근혜 정권의 청와대 지시를 받고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인사나 집회 등을 성토하기 위한 시국 집회를 열었다는 사실이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청와대는 적군을 향해 군사작전을 펼치듯 '전투 준비'라는 표현을 써가며 관제 데모를 지시했으며, 특히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자총 측에 전해 반대 집회에 선제 대응을 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뉴시스가 단독 입수한 허현준(48)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과 자총 전 고위 관계자 A씨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두 사람의 관제 데모 논의는 2015년 10월 말에서 12월초에 이뤄졌다.
당시 둘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집회와 세월호 특조위 반대 집회에 관한 대화를 주로 나눴다. 허 행정관이 먼저 '활용하라', '널리 알려라'는 표현으로 집회 개최와 여론 선동을 요구했고 A씨는 화답하는 식이었다.
관제 데모 개최를 지시한 구체적 흔적은 11월3일 메시지에 남아 있다. 허 행정관은 당시 주말 도심 집회 장소와 시간, 내용을 상세히 알려준 뒤 "반대진영 시위에 맞서는 준비를 미리 구상하라"고 요구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집회와 세월호 특조위 지지 집회가 열리니 이에 대응하는 '맞불 집회'를 열라는 것이었다.
허 행정관은 그러면서 "(역사교과서) 집필진 공격에 대응하는, 검정교과서 문제점 및 좌파단체의 친북 반(反) 대한민국 행적 등 컨텐츠를 갖춘 2차 전투에 대비하라"면서 맞불 집회 내용과 강도까지 구체적으로 주문했다.
허 행정관의 이날 메시지는 오전 9시59분 A씨에게 보내졌으며,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은 그로부터 약 1시간 뒤인 오전 11시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공식 발표됐다.
허 행정관이 A씨에게 보낸 메시지 가운데는 '정치공작'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내용도 있다. 문제의 메시지는 11월20일 오후 6시17분 A씨에게 보내졌다.
당시 허 행정관은 "보낸 영상은 (세월호) 특조위에서 준 것이다. 당장은 사용하지 말고 월요일이나 화요일쯤 공개를 추진하려 하는데 그 이후 사용하라"는 글을 전했다.
허 행정관이 A씨에게 건넸던 영상은 바로 세월호 특조위 박종운 상임위원을 촬영한 장면이었다. 동영상엔 11월초 경기도 안산에서 열렸던 세월호 관련 포럼에서 박 상임위원이 박수를 치는 모습이 담겼다.
이 동영상은 실제 허 행정관이 미리 지목했던 날인 11월23일 월요일 하태경 국회의원을 통해 공개됐고 큰 파장을 낳았다. 박 상임위원이 박수를 치기 직전에 벌어졌던 상황이 문제였다. 당시 세월호 유족이 "박근혜 대통령은 광화문 네거리에서 능지처참을 당해야한다"고 발언을 했었는데 박 상임위원의 박수는 유족 얘기에 동조한다는 의미로 해석돼 논란을 일으켰던 것이다.
허 행정관은 문제의 동영상이 공개돼 언론에 보도되자 "차관급 공직자(박 상임위원 지칭)가 대통령에 대한 극악 발언에 동조하며 박수치는 행위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동영상을) 활용하라"(11월24일)고 A씨에게 요구했다.
허 행정관은 이 밖에도 "지금 쟁점은 노동 등 4대 개혁, 경제활성화법, FTA 입법 사안이니 여기에 뜻을 맞춰 같이 하자"며 정기 국회 기간 중 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A씨는 "허 행정관은 주로 '활용하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것은 자총 행사 때 회원들에게 관련 내용을 공지하고 교육용으로 쓰라는 취지였다"며 "실제로 (이념과 전혀 상관없는) 체육행사 같은 때도 허 행정관이 보낸 자료를 낭독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준비하고 있는 집회가 있으면 알려달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는데, 그것은 집회를 하라는 요구와 같은 뜻이었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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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집회 맞대응 요구…데모 내용·강도까지 지시
일부 내용은 '세월호 정치공작' 의심가는 정황도 담겨
자총 "청와대 요구에 체육대회 행사서도 정부정책 홍보"
【서울=뉴시스】김준모 김현섭 이혜원 기자 = 국내 최대의 보수우익 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자총)이 박근혜 정권의 청와대 지시를 받고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인사나 집회 등을 성토하기 위한 시국 집회를 열었다는 사실이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청와대는 적군을 향해 군사작전을 펼치듯 '전투 준비'라는 표현을 써가며 관제 데모를 지시했으며, 특히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자총 측에 전해 반대 집회에 선제 대응을 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뉴시스가 단독 입수한 허현준(48)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과 자총 전 고위 관계자 A씨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두 사람의 관제 데모 논의는 2015년 10월 말에서 12월초에 이뤄졌다.
당시 둘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집회와 세월호 특조위 반대 집회에 관한 대화를 주로 나눴다. 허 행정관이 먼저 '활용하라', '널리 알려라'는 표현으로 집회 개최와 여론 선동을 요구했고 A씨는 화답하는 식이었다.
관제 데모 개최를 지시한 구체적 흔적은 11월3일 메시지에 남아 있다. 허 행정관은 당시 주말 도심 집회 장소와 시간, 내용을 상세히 알려준 뒤 "반대진영 시위에 맞서는 준비를 미리 구상하라"고 요구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집회와 세월호 특조위 지지 집회가 열리니 이에 대응하는 '맞불 집회'를 열라는 것이었다.
허 행정관은 그러면서 "(역사교과서) 집필진 공격에 대응하는, 검정교과서 문제점 및 좌파단체의 친북 반(反) 대한민국 행적 등 컨텐츠를 갖춘 2차 전투에 대비하라"면서 맞불 집회 내용과 강도까지 구체적으로 주문했다.
허 행정관의 이날 메시지는 오전 9시59분 A씨에게 보내졌으며,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은 그로부터 약 1시간 뒤인 오전 11시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공식 발표됐다.
허 행정관이 A씨에게 보낸 메시지 가운데는 '정치공작'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내용도 있다. 문제의 메시지는 11월20일 오후 6시17분 A씨에게 보내졌다.
당시 허 행정관은 "보낸 영상은 (세월호) 특조위에서 준 것이다. 당장은 사용하지 말고 월요일이나 화요일쯤 공개를 추진하려 하는데 그 이후 사용하라"는 글을 전했다.
허 행정관이 A씨에게 건넸던 영상은 바로 세월호 특조위 박종운 상임위원을 촬영한 장면이었다. 동영상엔 11월초 경기도 안산에서 열렸던 세월호 관련 포럼에서 박 상임위원이 박수를 치는 모습이 담겼다.
이 동영상은 실제 허 행정관이 미리 지목했던 날인 11월23일 월요일 하태경 국회의원을 통해 공개됐고 큰 파장을 낳았다. 박 상임위원이 박수를 치기 직전에 벌어졌던 상황이 문제였다. 당시 세월호 유족이 "박근혜 대통령은 광화문 네거리에서 능지처참을 당해야한다"고 발언을 했었는데 박 상임위원의 박수는 유족 얘기에 동조한다는 의미로 해석돼 논란을 일으켰던 것이다.
허 행정관은 문제의 동영상이 공개돼 언론에 보도되자 "차관급 공직자(박 상임위원 지칭)가 대통령에 대한 극악 발언에 동조하며 박수치는 행위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동영상을) 활용하라"(11월24일)고 A씨에게 요구했다.
허 행정관은 이 밖에도 "지금 쟁점은 노동 등 4대 개혁, 경제활성화법, FTA 입법 사안이니 여기에 뜻을 맞춰 같이 하자"며 정기 국회 기간 중 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A씨는 "허 행정관은 주로 '활용하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것은 자총 행사 때 회원들에게 관련 내용을 공지하고 교육용으로 쓰라는 취지였다"며 "실제로 (이념과 전혀 상관없는) 체육행사 같은 때도 허 행정관이 보낸 자료를 낭독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준비하고 있는 집회가 있으면 알려달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는데, 그것은 집회를 하라는 요구와 같은 뜻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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