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권으로 모든 세상 구경, 사카이 준코 '책이 너무 많아'

기사등록 2016/01/15 07:45:00

최종수정 2016/12/28 16:28:05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도심에 있는 큰 서점에 들어갔더니 '정말이지 책이 많아도 너무 많은 거 아니야!'라는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음 순간, 부인인 듯한 여성이 '서점이니까 당연하잖아요'라고 한 마디 한다. 사모님 말씀도 지당하신 말씀. 그러나 나는 자기도 모르게 나와버렸을 아저씨의 외침에 마음속으로 깊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190쪽)

 "라쿠고 세계에서는 사회 언저리의 한계 상황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나 장소는 '일반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인식되었다. 특수하지만 확고한 존재감 때문에 더더욱 라쿠고 세계에서는 그들에 대해 웃어넘길 수도 있었다. 그에 비해 현대에는 한계적 장소도 사람들도 법률이나 인권 의식 등에 의해 '존재할 리 없는' 존재가 되었다.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설령 바로 옆에 그런 사람이 있다 해도 보통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394쪽)

 일본 칼럼니스트 사카이 준코(50)의 '책이 너무 많아'가 번역 출간됐다. 8년 반에 걸쳐 쓴 그녀의 책 역사가 담겼다. 사카이 준코가 읽은 (또는 잊어버린) 수많은 책에 대한 산문이다. 단순히 정보만 건조하게 나열하지 않고, 일기라는 형식을 통해 작가 자신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읽다 잠들어도 괜찮다" "중간에 덮어버려도 좋다" "잡지든, 만화든 손에 잡히는대로 읽고 잠시라도 읽는 즐거움에 빠지면 그대로 좋다"며 걱정 없는 독서를 추천한다. 마음대로 읽고 쓰는 기쁨은 '책과 나'의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게 도와주고, '나'에 대해 스스로 탐구할 실마리를 얻게 한다는 것.

 찬찬히 읽어나가다 보면, 저자의 필치가 변해가는 모습도 느낄 수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글의 호흡은 점점 길어지고, 다루는 세계는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또한 능숙해진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많은 일을 겪으며 생긴 작가 내면의 굴곡이 담겨있다.

 역사, 여행, 도시, 종교, SM, 결박사, 연예인, 매춘, 주부, 여성, 가족, 만화, 가부키…. 사카이 준코의 관심사는 '현재'에 대한 거의 모든 주제를 아우른다. 양지로 끌고 와서 이야기하기 부끄러운, 하지만 정말 궁금한 밤의 이야기, 모르는 척하고 싶은 것에 대해 마음먹고 당당하게 입 밖으로 꺼내며 후련해한다.

 "성산업 대국 일본. 소비자들은 부끄러운 모습을 온통 드러내는 젊은 여성들에 대해 얼마만큼이나 깊이 생각해보았을까. 젊은 여성들은 '돈을 위해', '섹스가 좋아서', '쓸쓸해서' 그 업계에 뛰어들지만 바야흐로 성인 비디오 여배우가 되는 것만으로는 생활이 무척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가라앉는다. 섹스를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아니라 배설로 파악할 때 항상 그 배경에는 이러한 여성이 존재한다. 의식주 걱정이 없는 일본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녀들의 절망과의 극렬한 대비가 무척 괴롭다."(229쪽)  

 "휴대전화의 출현과 함께 타인과 만날 약속을 할 때의 정취 같은 것은 사라졌다. 상대방은 왜 이리 늦는지, 정말로 만날 수 있으려나, 행여 못 만나면 어쩌지…. 이런 걱정을 하면서 '기다리는' 시간은 지금 생각해보면 스릴 넘치고 로맨틱한 것이었다."(38쪽)

 "이리도 깊은 슬픔이 마음속에 가득 차올라도 싹을 틔우는 잎사귀가 있고 피어나는 꽃도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신입생이나 신입 사원의 모습이 이처럼 눈부시게 보였던 해도 없었을 것이다. 불안이 소용돌이치는 일본에서 새 교복을 입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신입생들에게 진심으로 응원을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295쪽)

 옮긴이 김수희는 "이 모든 것을 단 한 권에 담아내다니. 이 모든 세상 구경을 단 한 권으로 다 할 수 있다니"라며 "복권이었다"고 전했다. 448쪽, 1만6000원,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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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권으로 모든 세상 구경, 사카이 준코 '책이 너무 많아'

기사등록 2016/01/15 07:45:00 최초수정 2016/12/28 16:2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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